여성농민의 목소리, 이제는 농정에 반영될까?

농촌사회과서 농촌복지여성과로 조직 개편, ‘기대 반 우려 반’

  • 입력 2013.10.05 09:57
  • 기자명 한경례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정책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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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2일, 농림축산식품부 조직이 일부 개편되었다. 그 중의 새로운 소식 하나는 그 동안 여성농민정책을 맡아오던 농촌사회과의 명칭이 ‘농촌복지여성과’로 개편된 것이다.

여성농민들은 그 동안 전담부서가 설치될 수 있기를 강력하게 요구해 왔다. 여성농민들의 끈질긴 요구로 지난 1998년 여성정책담당관실이라는 전담부서가 설치된 이후 여성농업인 정책을 담당하는 부서와 전담인력은 지속적으로 축소되어왔다. 급기야 ‘과’ 명칭에서 ‘여성’이 삭제되고 농촌사회과 내에 여성농민 관련 사업을 다른 사업과 병행하여 담당하는 인력만으로 운영되었던 것이다.

이에 4개의 여성농업인단체들은 한 목소리로 다시금 여성농민 전담부서를 설치할 것을 요구해 왔다. 중앙정부 뿐 아니라 지자체에서도 여성농민들에게 필요한 정책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정책을 만들어낼 수 있기를 바래왔다.

그리고 변경된 농촌복지‘여성’과. 과연 여성농민들의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을 것인지 아직은 기대반 우려반이다. 하나의 기대는 과 명칭의 변화가 과연 여성농민에 대한 정책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인가에 있다.

지금 현재 농촌 현장에서 너나없이 여성농민의 높아질 수밖에 없는 역할과 비중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여성농민정책은 지자체에서도 담당자 한명이 없어서 사업에 따라 부서별로 쪼개지고, 편의에 따라 사업이 수행되거나 아니면 폐기되기도 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중앙 정부 차원에서 농촌복지여성과로 명칭을 개편함으로써 이전과는 달라진 역할을 기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또한 중앙정부의 이러한 노력이 각 지역으로 전파 확대되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한편 우려가 드는 것도 사실이다. 부서명이 변경되었다고는 하지만 과연 피부에 와 닿도록 여성농민의 삶에도 변화가 일어날 것인가는 아직 시간을 두고 지켜볼 문제이다.

지난 2001년 여성농어업인육성법 제정에 이어 각 도와 시군마다 여성농업인육성지원조례가 제정되면서 현장 여성농민들은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 기대했다. 그렇기 때문에 ‘나이든 여성농민에게는 영광을, 젊은 여성농민에게는 행복을’이라는 제목으로 전국 각 지역에서 힘들게 발로 뛰며 주민발의로 여성농어업인육성지원조례를 제정하기 위해 나섰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 현재 제정된 조례에 근거하여 예산을 책정하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곳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법과 제도가 제아무리 좋다고 해도 잘 쓰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명칭에 ‘여성’이 들어간다고 한들 안의 내용은 바뀌지 않고 전담인력에 대한 보강 없이 이전과는 다른 정책 상의 변화를 기대하긴 쉽지 않다.

지금 이 순간 여성농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정책은 무엇일까? 함께 생산하고 함께 농사를 지으면서 언제나 보조적인 농민으로 있을 수는 없다. 여성농민도 당당한 생산의 주체로, 경영주가 되거나 공동경영주로서의 법적 지위가 보장되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여성농민이 직접 참여하고 결정할 수 있는 성 평등한 농업 정책이 수립되어야 한다. 지금 현재 전국 각 지자체에서 여성농민이 참여하고 결정할 수 있는 논의의 공간과 체계가 마련된 곳은 없다. 필요할 때 일시적으로 개최하거나 여성농민이 애타게 요구해야 일 년에 한 번 회의를 할까 말까하다.

농촌복지여성과로 개편된 것은 그 동안 여성농민들의 간절한 요구를 수렴한 것으로 보고 환영한다. 그러나 이것으로 끝은 아니다. 나아가 여성농민 전담부서로 독립하여 인력을 새롭게 보강하고 여성농민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일 수 있는 정책 발굴에 나서야 한다.

전국의 여성농민들은 이번 조직 개편으로 이루어질 앞으로의 행보에 더욱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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