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없는 자색고구마의 반전, 음성농부의 자색고구마

  • 입력 2013.09.27 18:20
  • 기자명 고은정 약선식생활문화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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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색고구마는 맛이 없다. 호박고구마나 밤고구마를 생각하고 먹는다면 정말 실망스럽기 짝이 없을 것이다.

보라색 물은 줄줄 흘러 손을 물들이고 입 주변까지도 물들이지만 정작 입안에서 느끼는 식감은 서걱거리기도 하고 덜 익은 무를 씹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푹 삶으면 부드럽기는 하나 물렁거리면서 여전히 계속 먹고 싶은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그런 까닭에 자색고구마들은 대부분 가루로 가공되어 색을 내야 하는 음식에 사용되는 것이 고작이다.

나의 이런 편견은 2년 전 음성으로 귀농한 한 농부를 통해 깨졌다. SNS를 통해 알게 된 농부로 나는 그 농부에게서 건강하게 농사지은 자잘한 농산물들을 구입해 먹어왔다.

어느 날 그가 보내온 고구마들 중에 자색고구마가 들어 있었고 호박고구마와 밤고구마의 중간 맛으로 그냥 삶아 먹기에 좋으니 한 번 먹어보라는 친절한 편지도 함께 들어 있었다. 먹는 것 좋아하고, 그 먹는 것 중에 고구마 특히 좋아하는 사람이니 당연히 바로 쪄서 먹어보았는데 과연 그 맛이 호박고구마와 밤고구마의 중간으로 달콤하니 매력적인 맛이었다.


음성에서 온 자색고구마를 쪄서 그냥 바로 먹다가 남으면 찹쌀가루와 섞어 경단을 만드니 간식으로 그만이다. 일부러 조금 쪄서 밀가루와 섞어 설탕을 줄이고 빵으로 구우면 감자빵과는 또 다른 포근하고 부드러우며 달착지근한 고구마 향을 풍기니 그 맛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자색고구마도 고구마다. 고구마는 실제로 맛이 아주 달다. 선조들의 고구마 예찬 중에 ‘모양은 하수오(何首烏)요, 그 맛은 극히 좋으며 산마처럼 무른데 달기는 더 낫도다’라고 한 김인겸의 <일동장유가> 속 글귀를 빌지 않더라도 감서(甘薯)라는 이름 만으로도 이미 고구마가 얼마나 단 식물인지 알려주고 있다.

성질은 살짝 따뜻하게 평화로우며 독은 없다. 비장과 신장에 작용하므로 비장을 건강하게 하고 우리 몸에 기운이 나게 해주며 몸 안에 진액을 생성시킨다. 오래된 문헌인 <수식거음식보>에도 ‘고구마는 삶아서 먹으면 비위를 보하고 기력을 보하며 풍한을 막고 안색을 좋게 한다. 배를 오래 타고 여행하는 사람은 생것이든 익은 것이든 조금만 먹어야 편안하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농촌진흥청은 자색 고구마에 들어 있는 안토시아닌이 항산화기능을 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자색 고구마는 식품에 더해져 착색기능을 할 뿐만 아니라 노화를 막아주는 효능이 있다고 하며 혈압을 떨어뜨리고 간 기능을 개선하며 당뇨병을 예방하는 등 생활습관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포도에 들어 있는 안토시아닌은 우리가 가식부라고 생각하여 먹는 포도의 속 알맹이보다는 줄기, 껍질, 씨앗 등에 더 많이 들어있다고 한다. 자색고구마도 역시 안토시아닌의 함량이 표피 부근에 더 많고 안으로 들어갈수록 줄어든다고 하니 맛보다 건강을 더 생각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껍질까지 먹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자색고구마를 삶는다. 껍질을 벗기고 으깬다. 으깨서 식혀 놓은 고구마에 백설기 가루를 섞어 반죽을 한다. 반죽을 할 때 고구마를 단계적으로 넣어 다양한 보라색을 만든다. 꿀과 조청으로 반죽의 농도를 맞춘다. 구멍이 작은 다식틀을 꺼내 모양을 찍어낸다. 예쁘다 친구라도 청해서 차를 한 잔 마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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