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목표가격 후퇴법안 농민 반발 확산
“의원직 내놓고 농사지어 봐야 농민 심경 알텐가”

전남 진도 농민들, 김영록 의원 규탄 현수막 내걸어

  • 입력 2013.09.13 10:25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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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들은 농사만 짓게 해달라고 10대 요구안 내걸고 서명 받고 다니는데, 농도인 전남지역 의원이 농민을 우롱하고 있다. 쌀목표가격 19만원이라는 어처구니없는 법안을 내놓다니. 의원직 내놓고 직접 농사지어 봐야 농민 심경을 알텐가”

전농 광전연맹 박행덕 의장의 목소리가 격앙됐다. 쌀목표가격을 담은 의원법안이 전남 농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의 법안은 쌀목표가격을 19만5,091원으로 명시한 「쌀소득 등의 보전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 지난달 22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민주당 간사인 김영록 의원(해남 완도 진도)이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총 11명의 의원이 공동발의에 참여했으며, 농해수위에서는 민주당 김춘진(고창 부안)·김승남(고흥 보성)·배기운(나주 화순) 의원이 참여했다.

지난해 10월 농해수위 최규성 위원장이 전국 농민들이 주장하는 목표가격 23만원에 근접한 21만 7,719원 법안을 발의한 상황에서, 농민들은 “힘을 보태진 못 할망정 찬물을 끼얹은 격”이라며 김 의원 법안에 대해 철회를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 수확을 앞둔 들녘에 현수막이 걸렸다. 진도군농민회는 지난달 22일 김영록 의원이 쌀목표가격을 19만5,901원으로 낮춘 법안을 발의하자 이를 규탄하며,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11일 국회에서 열린 농해수위 회의에서 김영록 의원의 목표가격 19만원 법안은 즉각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주요 현안 보고’를 준비한 농림축산식품부는 ‘쌀 목표가격 변경 추진현황 및 향후계획’을 통해 “최근 국회에서 목표가격 인상(195,901원/80kg), 지급한도 설정(AMS 한도의 55% : 8,195억원)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고 언급하면서 목표가격이 19만5,901원일 때의 변동직불금 소요액을 산정하는 등 국회의 유력한 입장으로 정리하고 있다. 최규성 위원장이 발의한 목표가격 21만원은 사장되고 만 것.

박행덕 의장은 “농민들이 목표가격으로 23만원을 얘기하고 있는데, 남도지역 그것도 쌀 주산지 의원이 정체성을 잃고 엄한 소리를 하고 있다”면서 “쌀목표가격 19만원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

김영록 의원의 지역구인 해남, 진도, 완도 농민들도 “법안을 즉각 철회하라”는 한목소리다.

진도군 지산면에서 30년째 벼농사를 짓고 있는 강성수씨(51)는 “농촌지역 실정을 너무나 모르는 것 같다”고 한탄했다. 강씨는 “벼농사 지어봐야 현상유지 정도다. 이번 목표가격이 현실화 돼야 수입이 보충되면서 농사를 지속할 수 있다. 쌀값은 수매제 폐지 이후 고정된 반면 생산비, 물가는 껑충 뛰고 있지 않나. 쌀목표가격 23만원은 최소한의 요구”라고 말했다.

이어 “김영록 의원에 대한 지역민심도 썩 좋지 않다. 이번 목표가격 관련한 실정이 치명적일 수 있다. 현수막이 곳곳에 눈에 띄니 농민들도 도대체 이게 무슨 소리냐며 관심을 쏟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진도에는 “쌀값(목표가격) 하락 앞장서는 김영록 의원을 규탄한다”는 현수막이 거리 곳곳에, 누렇게 벼가 익는 들판에 게시돼 농민 심경을 대변하고 있다.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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