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종자, 알고 판 업자보다 모르고 산 농민 잘못?

판매 중지요구 무시… 농민에 재판매 피해 키워 스스로 입증해야 보상 가능

  • 입력 2013.09.06 13:20
  • 기자명 김명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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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자 분쟁 농민이 입증해야하는 현실

� 종자 분쟁 때는 이렇게 하세요

종자 문제로 인한 농민 피해가 매년 발생하고 있지만, 농민들이 직접 문제를 입증해야 하거나 뒤늦게 피해를 알고도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그대로 손해를 감수하고 있다.

종자로 인한 분쟁이 발생했을 때는 소비자 기본법에 따라 국립종자원에 종자피해 보상청구를 하거나 소비자보호원에 분쟁조정을 할 수 있다. 국립종자원에서 불량종자 여부를 가려낼 수 있도록 검사하는 재배시험 요청은 지난해 15건, 2010년에는 9건이 접수됐다.

하지만 실제로 파악되지 않은 종자피해는 더 많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는 농민들이 피해사실을 알고도 접수를 꺼리거나 종자의 피해를 입증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을 꺼려해 신고 사실을 숨기는 것이다. 본지는 2회에 걸쳐 종자 분쟁과 그 해결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편집자주〉

▲ 춘천의 이재환씨가 꼭지가 떨어지는 방울토마토를 보여주고 있다.
강원도 춘천시 서면, 이재환·김두환씨는 지난 5월 종자판매업자 A씨로부터 구매한 ‘예스방울토마토’ 종자가 특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시들해지자 속이 상했다.

이들 농장에서 자란 방울토마토는 열매에 단단히 붙어있어야 할 꼭지가 힘없이 쑥 빠지고, 잎곰팡이가 심해 크기도 작을 뿐만 아니라 생산량도 다른 품종에 비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꼭지가 없는 토마토는 시장에서 상품성을 인정받지 못 해 문제는 심각하다. 손으로 똑 따내던 열매를 가위로 조심스럽게 줄기를 잘라내야만 수확이 가능한 상황이라 이들은 답답하기만 하다.

이들이 구입한 종자는 각각 25봉지(2만5,000주 1만5,000평 분량)와 15봉지(1만5,000주 2,000평 분량)로 피해가 크다. 피해를 입은 농민들은 “춘천의 기후에 맞지 않는 종자를 무리하게 팔아 자신들이 피해를 입었다며 종자판매업자에게 법을 통해서라도 반드시 시시비비를 가리겠다”는 입장이다. 이들이 구매한 종자는 미국의 몬산토사가 제조해 2002년부터 국내에 수입된 종자다.

이씨와 김씨는 지난 5월 전라도의 한 농가를 방문하고, 맛을 본 뒤 자신들의 농가에서 심기로 결정했다. 보통 동절기 재배는 11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하고, 하절기 재배는 6월에 파종해 서리가 내리는 10월이면 끝난다. 이들은 하절기 재배를 위해 종자를 구매하게 된 것이다.

피해 농가 이재환씨는 “동절기에 맞는 품종을 우리가 잘못산거지. 환경에 맞지 않는 종자를 가져다 심다보니까 우리 토양에 종자가 적응을 못 했다. 상품성도 좋고, 맛도 좋다는 말만 철썩 같이 믿고 산 우리가 바보”라며 자책했다. 이들이 5월에 맛본 방울토마토는 동절기에 천천히 순이 올라와 재배한 것으로 하절기에 높은 온도로 올라가는 비닐하우스에서는 원활한 생육이 불가능 하다는 것이 이재환씨의 주장이다.

지난 5월 종자를 구입해 비닐하우스에 파종 한 이씨는 생육이 불균형하고 수정이 잘 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해 항의했지만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했다. 함께 파종을 한 김씨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생육부진과 줄기가 단단한데 반해 꼭지가 쉽게 떨어져 가위로 꽃받침을 겨우 잘라내고 있었다. 김씨는 선별과정도 생략한 채 포장하고 서울시장으로 보내고 있다.

선별을 하는 도중에라도 열매와 쉽게 분리되는 꼭지가 다 떨어져 나가 출하를 못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김씨는 “꼭지가 떨어질까봐 시간이 걸리더라도 일일이 가위로 자르고 있다. 생산량도 절반 수준인데 선별까지 못하니 가격도 안좋게 나와 속상하다”며 새로운 품종에 큰 기대를 한 만큼 실망감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 같은 시기에도 이 같은 문제가 발생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춘천의 여러 농가들이 예스방울토마토 종자를 시험재배했다가 춘천의 기후에 맞지 않자 판매업자 A씨에게 판매 중단 요청을 했었다는 것. 이배근 원예작목연구회 회장은 “지난해 여름 토마토 재배농가 8농가와 함께 예스방울토마토 종자를 시험재배 한 경험이 있다. A씨에게 공급받은 60주의 예스방울토마토를 우리 농장에 심었다. 품종이 기온이나 환경에 민감해 열매까지 열리게 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맛은 그런대로 괜찮았는데 꼭지가 다 떨어져 상품으로 내놓기에는 문제가 있었다. 방울토마토에서 꼭지가 떨어지면 그 부위에 색깔이 변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는다. 그런데 그 품종에서 이런 단점이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문제는 시험재배를 한 다른 농가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났다. 이 씨는 종자업자 A씨에게 “이 종자가 환경에 너무 예민해서 농민들이 재배하는데 어려움이 많을 것 같다. 또 춘천의 기후와는 맞지 않으니 여기서 심기에는 부적합하다”라는 조언까지 했다는 것이다. A씨는 시험농가들의 조언을 무시하고, 올해 춘천의 다른 농가들에게 종자를 판매해 말썽이 된 것이다.

하지만 판매업자 A씨는 “같은 종자를 재배한 전라도에서는 문제가 없었고, 올해 갑자기 더워진 날씨 탓에 종자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 것 뿐”이라고 일축했다.

종자 문제는 비단 춘천뿐만이 아니다. 진도에서는 단호박 종자 때문에 농민들이 종자 대리점에 항의하는 일도 발생했다. 진도의 농민들은 국내의 유명 종자회사인 ㄱ업체로부터 단호박 종자인 ‘아지지망골드’를 구매해 심었지만,

이 종자에서 기형과와 퇴화과가 많아 농민들의 수확량이 대폭 줄었다. 또한, 이 종자로 정식한 농가들은 다른 농가들에 비해 종자의 착과도 늦고 완숙기가 늦어져 출하하는데 애를 먹었다. 피해를 입은 농가들은 종자를 판매한 대리점에 항의했지만, 시원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

농민들은 피해면적과 금액을 환산해 정식으로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김명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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