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업인센터, 본래의 기능과 역할로 환원돼야 한다

  • 입력 2013.08.30 15:56
  • 기자명 오미란 광주여성재단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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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여성농업인육성법이 제정된 이후 여성농업인센터는 전국 4개 지역의 시범사업을 거쳐 2013년 현재 41개가 운영 중이다. 건강가족지원센터, 다문화 지원센터에 최근 몇 년 동안 150여개 가까이 만들어진 것에 비해서 여성농업인센터의 행보는 더디기만 하다.

왜일까? 여성농업인센터는 여성농업인의 안정적 영농활동과 농촌정착을 지원하려는 취지에서 여성농업인들의 고충을 상담하고, 영농지원을 위한 영유아 보육 및 방과후지도, 문화활동 등을 수행할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이러한 목적 때문에 여성농업인센터는 대부분 면단위 거점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농어촌의 공간적 특성을 반영한 접근성을 강화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었다. 또한 사업내용에 있어서도 문화, 정보, 건강, 부모교육, 다문화 프로그램 등 생활밀착형 프로그램을 시행하여 농어촌 여성들의 삶의 만족도를 높이고 역량을 강화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여성농업인센터가 이렇듯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확대되지 못하는가? 13년이 되도록 여성농업인센터를 지원하는 중간조직은 왜 만들어지지 않는가? 현재 여성농업인센터가 본래의 취지인 여성농업인의 지원에 어떤 기여를 하고 있는가? 정부는 취약한 농어촌 국공립 보육·교육에 대한 책임을 여성농업인센터에 떠넘기고 있는 것은 아닌가? 등등 여러 가지 비판과 논란이 지속되었다.

특히 정권이 바뀔 때마다 무슨 장밋빛 비전이라도 제시할 것 처럼 관심을 갖다가 일정시간이 지나면 금세 논란조차 사그라져 버리는 일이 반복되어 왔다. 여성농업인센터가 어려움을 겪는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핵심적인 것은 국가가 여성농업인센터의 사업을 지방에 이양한 것이다.

2005년 여성농업인센터가 농림부 직접사업이 아닌 지방이양사업으로 전환되면서 여성농업인센터는 2001년~2005년 34개로 증가했던 것이 이후 8년여 동안 겨우 7개소 증가에 그쳤다. 현재 여성농업인센터는 지역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도비 15%, 분권교부세 50%, 시군비 20%, 자부담 15% 수준에서 운영되고 있다. 즉 자치단체장의 의지와 센터장의 자발적 헌신 두가지가 센터의 확충여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자부담 15%는 건강가족지원센터(5~10%) 등 여타 유사한 센터에 비해서 월등히 높은 부담률이다(이들 센터는 공모사업이나 다양한 프로그램 지원사업도 풍부함). 도시와 농촌의 갭을 메꾸기 위해서는 오히려 국가지원을 늘려도 시원치 않을 마당에 여성농업인에 대한 정책적 소외는 거점공간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현재 여성농업인센터는 아동수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농촌현실에서 이미 민간영역은 채산성이 맞지 않아 포기한 보육사업을 필수사업으로 하고있다. 국가가 책임져야 할 농어촌 취약보육과 교육의 사각지대를 오로지 센터장과 직원들의 헌신을 통해서 유지하고 있다. 서운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이러한 방법은 농어촌 보육과 교육의 질을 높이는 문제에 있어서도 적당한 답은 아니다.

여성농업인센터는 여성농업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 직접사업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기능전환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여성농업인센터를 농림축산식품부의 직영사업으로 편재하여 고유한 목적에 맞도록 운영돼야 하고, 또한 군면단위 센터의 성장과 견인차 역할을 지원할 수 있는 중간조직을 구성하여 여성농업인에 대한 정책의 부재를 보완해야 한다.

여성농업인센터는 어린이집이나 공부방이 아니다. 여성농업인센터가 본래의 취지에 맞게 여성농업인들을 위한 거점공간으로 환원되어 여성농업인들의 고충 상담, 성평등 증진, 일상교육, 공간지원, 지역여성 리더십 향상 등을 위한 기능을 수행하는 거점으로 기능할 때 여성농업인센터라는 명칭과 부합한 기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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