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농수산위 국정감사, 무엇에 주목했나

부실정책, 비위사례, 운영미숙 등 … 주요 쟁점에서 후속조치까지

  • 입력 2013.08.30 14:39
  • 수정 2015.11.08 00:23
  • 기자명 권순창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2년 국정감사는 10월 5일부터 24일까지 20일간 국회 정기회 기간중에 실시됐다. 농림수산식품위원회(위원장 최규성) 국정감사에서는 예년보다 쟁점은 줄었지만 구체적인 현장 사례들이 제시되면서 비교적 농민들의 입장을 잘 투영했다는 평가다.

농수산위 의원들은 피감기관들의 부실한 정책과 각종 비위사례, 미숙한 운영 등을 지적하며 해당 기관의 반성과 개선을 요구했다. 개중에는 다소 미흡한 수준의 시정이 이뤄진 안건도 있고, 논쟁을 거듭하며 아직까지 해결되지 못한 안건도 있다.

2012년 농수산위 국정감사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들이 쟁점이 되었으며 후속조치는 어떻게 이뤄졌는지 피감기관별 주요 안건을 통해 되짚어본다.

농식품부, 농가 시름 깊게 하는 부실한 지원 정책

농수산위 국감을 통틀어 가장 큰 쟁점 가운데 하나는 쌀값 지지 정책이었다. 의원들은 쌀 농가의 지속적인 수익 하락을 걱정하며 식량안보를 위한 가격 지지 정책이 시급하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이 과정에서 쌀값 문제를 소비자 입장에 편중해서 생각하는 당시 농림수산식품부 서규용 장관에게 의원들의 뭇매가 쏟아지기도 했다.

관건이 됐던 쌀 소득보전 직불금제도의 경우 김영록 의원(민주당)이 고정직불금 ha당 100만원, 변동직불금 목표가격 80kg당 21만원의 기준을 제시하며 농식품부의 전폭적인 개선을 요구했다.

재난피해 지원제도 개선도 요구됐다. 농식품부가 장려하고 있는 재해보험의 실효성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었다. 장윤석 의원(새누리당)은 조목조목 개선안을 제시하며 2009년을 기점으로 지원한도액이 4분의1 수준으로 줄어드는 등 농민에게 불리하게 적용되고 있는 현 재난피해 지원제도의 지원 규모와 범위를 확대할 것을 주문했다.

이에 농식품부는 올해 5월과 8월 각각 쌀 직불금제도와 재난피해 지원제도를 개선 적용했다. 그러나 지극히 소폭의 개선으로 그 규모가 의원들과 농민들의 요구치를 한참 밑도는 수준이다. 농식품부는 2017년까지 연차적으로 쌀 직불금을 확대해 나갈 계획을 밝혔지만 확대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 지난해 10월에 20일간의 국정감사가 실시됐다.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의원들이 농협중앙회에서 농협을 대상으로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한편 송아지생산안정제 개편 과정상의 위법성도 주요 쟁점으로 꼽혔다. 사실상 농가 지원금을 끊어버리는 성격의 제도 개편을 하면서 축산발전심의위원회 심의를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는 것. 이에 대해서는 이미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절차상의 위법 사실이 확인됐음에도 불구하고 농식품부가 일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것을 인정하지 않아 논의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다만 정부가 법제처 법령해석심의위원회에 유권해석을 의뢰했다가 최종심의 직전에 철회하는 등 떳떳치 못한 모습을 보이면서 반대측 입장에 힘이 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 안건을 강력하게 제기하고 개편 무력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김선동 의원(통합진보당)측은 “농민단체에서 직접 소송을 제기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농식품부의 쌀 직불금제도와 송아지생산안정제는 사안이 중대하고 아직 논의가 끝나지 않은 만큼 올해 국감에서도 핵심 안건으로 재등장할 전망이다.

농민에게 불신받는 ‘농업협동조합’

농협 국감에서는 농협의 사업구조개편 이후 낙하산 인사를 포함해 임원 수가 두배 가까이 증가했다는 점이 지적됐다. 특히 홍문표 의원(새누리당)의 조사에 따르면 임원들은 평균 7,000만원의 고액 연봉과 각종 복지혜택을 독식하며 과실이나 비리에도 불구하고 거액의 성과급까지 수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업구조개편의 명분이었던 경제사업 활성화 또한 지지부진하다는 평가였다. 의원들은 정작 신경써야 할 유통‘구조’ 개선을 뒤로 하고 유통‘시설’ 확대에만 치중한 경제사업을 비판하며 농협의 농촌경제 기여도에 의문을 제기했다.

농협측은 임원의 규모와 급여를 소폭 감소하는 한편 경제사업 비효율성도 부분적으로 인정하고 사업을 재조정했다. 최근의 로컬푸드 직매장 활성화나 출하조절시설 설치를 통한 수급조절 등의 사업은 어느정도 긍정적인 움직임으로 보인다.

농협과 농협은행의 끊이지 않는 내부 횡령 사건도 도마에 올랐다. 김승남 의원(민주당)은 신뢰가 담보돼야 하는 금융업이고 농민들과의 신뢰도 중요한 농협이기 때문에 내부 횡령은 철저히 근절해야 한다는 논지로 체계적인 시스템 확립을 당부했다. 하지만 농협의 내부 횡령 사건은 최근까지도 이어지는 등 쉬이 근절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농협의 수입농산물 취급에도 비판이 흘러나왔다. 김선동 의원은 이천농협 하나로마트에서 수 차례 지적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수입산 바나나를 판매해온 사실을 제시하며 관계자를 추궁했다. 김 의원은 농협의 입지가 일반 기업과 다름을 강조하며 철저한 지도·감독을 당부했다.

농진청, 연구와 현장의 괴리
대기업 떠받드는 농어촌공사

농촌진흥청은 종자, 기술 등의 연구 결과가 농업 현장에 원활하게 적용되지 않고 있다는 질타를 받았다. 김선동 의원은 농기계 임대 관리 시스템 도입을 제안하는 등 농진청에서 개발한 농기계를 적극적으로 현장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자 했다.

같은 맥락으로 지도직 공무원의 지방직화로 인한 직원 배치 관리와 지역간 기술정보 소통 장애도 새삼 대두됐다. 윤명희 의원(새누리당)이 직접적으로 지도직 공무원의 국가직 환원을 주장했고, 박민수 의원(민주당)도 이 문제에 우려를 표하며 구체적인 대책 수립을 촉구했다.

하지만 농진청은 아직까지 이에 대한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단기적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움이 있는 만큼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해결책을 물색해 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농어촌공사는 특정 기업 특혜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해 3월 영산강 수질개선사업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입찰 과정을 거치지 않고 애초에 GS건설측에서 제시한 수질개선안에 따라 해당 기업에의 수주를 전제로 하고 사업을 추진하려 했던 것.

게다가 농어촌공사는 지난해 7월과 10월 김우남 의원(민주당)의 관련자료 요청에 이 사실을 은폐하고자 허위답변서를 제출했다는 의혹까지 받았다. 국감 이후 농어촌공사는 해당 사업을 취소했고, 허위답변서 제출 건에 관해서는 서류상의 오타임을 주장하며 혐의를 극구 부인했다.

대기업 건설업체의 부당한 저가하도급 거래를 농어촌공사가 방관했다는 의혹도 이어졌다. 하도급율 82% 미만을 저가하도급으로 규정하는데 영산강 하구둑 구조개선공사에서 최저 10%까지의 비상식적인 하도급 계약마저 승인했다는 지적이다. 김우남 의원은 대기업의 부당한 폭리와 부실시공의 위험을 공기업으로서 견제하지 못했다고 비판했고, 농어촌공사는 반성과 시정 의지를 보이며 자세를 낮췄다.

aT, 미숙한 운영으로 농가 피해 조장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국내 농산물 유통량을 고려하지 않은 수입농산물 유통으로 배추와 마늘 등의 가격 폭락을 야기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aT는 지난해 3월 겨울배추 비축 실패로 배추 물량이 부족하자 봄배추 과잉이 예측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산 배추를 수입했다. 그리고 봄배추 출하와 함께 물량이 과잉되자 중국에 5억원 가량의 위약금을 물면서 수입을 중단했다.

김영록 의원은 덧붙여 에이치온 농약이 검출된 인도산 고추의 유통 사례도 지적하면서 잔여량 반송 과정에서 사실상 재수출의 형식을 취했다며 사업 전반에 걸친 aT의 안일한 대응과 치밀하지 못한 정책 운영을 질책했다.

한편 aT의 수출진흥예산이 농민들의 소득과 전혀 무관한 식품 제조업체에 편중됐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김춘진 의원(민주당)은 농민들의 소득 증대를 강구해야 할 aT가 제조업체에 예산을 지원하면서 실적을 포장하는 행태를 직무유기라고 꼬집었다. aT측은 예산 지원방향 변경에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지만 제조업체에의 지원을 차츰 줄여나가고 농민단체와 영농조합 위주의 지원으로 옮겨갈 것을 약속했다.

비리의 온상, 한국마사회

매년 거론되는 한국마사회의 도덕성 해이와 온갖 비위 행태가 지난해 국감에서도 어김없이 거센 질타를 받았다. 김우남 의원의 조사에 따르면 마사회 고위직 직원 9명은 용역회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현금과 현물을 포함, 총 32회에 걸쳐 727만3,000원 상당의 향응을 받았다.

마권용지나 경마장용 모래 관련 업체 입찰 과정에서도 특정 업체와 유착된 정황이 드러났다. 또한 무주택 직원들을 위해 마련된 관사 입주자의 30%는 주택을 소유하고 있었는데, 특히 이중 26명은 2채, 6명은 4채의 집을 소유하고 있었다.

개인 직원들의 윤리의식 결여도 심각했다. 2명의 직원이 3년간 82회에 걸쳐 6,000여만원의 각종 사내 기금을 횡령한 사례가 있었다. 외부교육에서 무단이탈해 5일 동안 강원도 카지노에서 도박을 한 직원이 있는가 하면 향정신성 의약품 메스암페타민(필로폰)을 장기 투약해온 직원도 있었다. 또 일부 임원들은 공기업 직원의 신분으로 을지훈련 기간에 골프 라운딩을 즐긴 것으로 드러났다.

임금 격차 문제도 제기됐다. 마사회 임직원 연봉은 1, 2급 직원 96명이 1억원 이상을 받는 등 전체적으로 대기업 연봉을 호가하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연봉은 상여금과 제수당을 포함해 평균 1,453만원에 불과했다.

의원들은 마사회 직원들의 청렴성 회복을 강조하고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을 요구했다. 마사회측은 올해 노동자 임금을 6.7%씩 인상하는 등 내부적으로 시정조치를 취했지만, 해마다 같은 패턴 같은 내용으로 국회 내외의 질타를 받고 있는 마사회의 실태를 볼 때 도덕성 회복을 위한 좀더 근본적이고 체계적인 성찰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권순창 기자>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