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의 보람

  • 입력 2013.08.23 11:51
  • 기자명 박두남 안성의료생협 치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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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안은 전신의 상태를 잘 반영하는 기관입니다. 몸이 피곤하고 전신 상태가 떨어질 때 입안이 붓고 입병이 나는 것도 비슷한 원리입니다. 또한 입안의 상태가 전신 상태에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대표적 전신 질환인 당뇨 및 심혈관계 질환(고혈압 등)이 있는 경우 입안의 건강 상태 개선은 전신 상태 개선에 영향을 미칩니다.

안녕하십니까? 이번호부터 ‘농민과 건강’의 치과부분 칼럼을 담당하게 된 박두남입니다. 올해로 치과임상 경력 10년차 이며, 40대 중반의 여성입니다. 안성생협치과에는 올해 7월부터 근무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지면으로 여러분들과 만나게 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며 소중한 인연으로 만들어 가겠습니다.

첫 칼럼으로 어떤 내용이 좋을지 고민하다가 치과의사로서 보람을 느낀 일을 소개하기로 했습니다. 한 달여 전 중학교 남학생이 오랜만에 검진과 치료를 위해 내원을 하였습니다. 야외활동을 많이 하는지 햇빛에 타서 피부가 까무잡잡하고 건강해 보이는 아이였습니다.

검진결과, 두세 군데의 충치(우식)와 그 나이 또래 남학생들이 흔히 그렇듯이 양치질을 잘 하지 못해 잇몸이 붓고 피가 나는 소견을 나타냈습니다. 충치치료 및 양치질 교육의 치료계획을 세우고 보호자와 상담 후 당일 충치치료를 먼저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인접해 있는 두 치아 사이에 충치가 있어서 제거해 보았는데 한쪽 치아는 너무 깊게 진행되어 신경치료(근관치료)를 하게 되었고 한쪽은 당일 본을 뜨는 치료를 진행했습니다. 본을 뜨기 위해서 피가 나는 잇몸을 치과에서 일반적으로 처리하는 방식으로 하는데도 출혈이 잘 멈추지 않았습니다.

양치질을 못해서 잇몸이 붓고 피가 나는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좀 특이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겨우 본을 뜬 후 인접한 치아의 신경치료를 시작하였습니다. 신경치료 중에도 출혈이 잘 멈추지 않았습니다. 신경관의 울혈이 크면 보통 보다 출혈이 많이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특이한 상황이라고 판단하지는 않고 여러 방법으로 출혈을 멈추게 한 후 당일 진료를 완료하고 귀가 시켰습니다.

물론 환자 본인에게 양치질을 잘 할 것을 당부하였습니다. 며칠 후 재내원하여 신경치료를 다시 시작하였는데, 역시 출혈 소견을 나타내었습니다. 울혈에 의한 출혈이라고 판단해도 두 번째 치료시 까지 출혈이 계속되는 것은 다른 원인이 있는 게 아닌가 의심되었습니다. 잇몸의 출혈도 여전했습니다.

아무래도 전신적 출혈 소견이 의심되어 아이에게 상처가 나면 피가 잘 멈추지 않는지 물어보았습니다. 피가 잘 멈추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다리와 팔을 보니 상처의 흔적이 또래 여느 아이보다 많았습니다. 일반적으로 지혈이 잘 되지 않으면 상처의 회복이 느리고 그 흔적이 보통보다 남게 됩니다.

아무래도 전신적 검사를 받아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보호자와 통화하였습니다. 이런 경우 보호자와 아이가 놀라지 않도록 차분히 얘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행히 보호자가 의도를 잘 이해하여 당일 오후 안성의료생협 농민의원에서 혈액 검사를 실시했습니다.

며칠 후 지혈작용을 하는 혈소판 수치가 보통보다 많이 떨어진다는 검사 결과가 나와 이에 대한 치료를 위해 대학병원으로 의뢰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이에 대한 치료를 위해 치과 치료는 당분간 중단된 상태입니다. 어떻게 치료가 되고 있는지 궁금하면서 건강해진 모습으로 치과치료를 위해 내원하는 날을 바라고 있습니다.

입안은 전신의 상태를 잘 반영하는 기관입니다. 몸이 피곤하고 전신 상태가 떨어질 때 입안이 붓고 입병이 나는 것도 비슷한 원리입니다. 또한 입안의 상태가 전신 상태에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대표적 전신 질환인 당뇨 및 심혈관계 질환(고혈압 등)이 있는 경우 입안의 건강 상태 개선은 전신 상태 개선에 영향을 미칩니다.

 입안 만을 보지 않고 전신을 함께 바라볼 수 있는 치과 의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농정신문 애독자 여러분은 특이한 불편함이 없더라도 정기적 치과 방문을 통해 전신 상태도 함께 체크하여 건강을 지키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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