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케첩 말고 고추장 어때?

  • 입력 2013.08.16 13:24
  • 기자명 약선식생활연구센터 고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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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산은 고추의 고장이다. 그래서 나는 지리산으로 이사를 오기 전까지 괴산에 귀농한 농부를 통해 해마다 고추를 구입하였다. 첫 구입 때 한 번 방문하여 인연을 맺고는 늘 추석 전에 연락을 하여 첫물고추나 두물고추를 위주로 사서 잘 닦고 조금 더 말려 필요할 때 써왔다.

김장할 것은 김치용으로 조금 덜 빻고 고추장을 담을 것은 아주 곱게 빻아 따로 잘 싸서 냉동보관을 해 두고 평소에 음식을 할 때 넣어 먹을 것은 또 별도로 보관을 하는 일을 추석 전에 모두 끝내두었었다. 지리산 인근으로 내려온 이후로 나는 마을의 농부에게서 고추를 구입하고 있으며 도시에 살고 있는 지인들의 고추구입도 대행하고 있다.

물론 이 마을 대부분의 농부들은 친환경농법으로 고추를 생산하기 때문에 고추가격의 등락에 별 생각 없이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할 수 있었지만 올해는 어찌 해야 좋을지 영 고민이 된다. 한 근에 이만 원 즈음으로 이미 구두계약 형식으로 고추농사를 부탁한 마을의 농부와 오천 원 이하의 가격을 향해 폭락하는 관행농법의 고추가격을 지켜보는 도시소비자를 어떻게 원만하게 연결할 것인지 몹시 난감한 지경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 뚝딱고추장.
그래서 올 가을에는 우리 모두가 일 년 동안 넉넉하게 먹을 고추장을 직접 담으면 어떨까 하는 실현 불가능한 꿈을 꾸어본다. 토마토케첩을 쓰는 대신 고추장을 이용한 음식을 만들고 필요하면 새로운 레서피도 더 만들어내고 매식의 중심인 식당의 주방에서도 고추장을 이용한 메뉴를 더 많이 만들어내도록 서로 권하면 어떨까 하는 유치한 발상을 하게도 된다.

고추장의 시작은 고추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후 조선 시대 중엽으로 고문헌들을 통해 추정된다. 고추가 들어오자마자 오늘날과 같은 형태의 고추장이 바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었을 것이며 많은 변화가 있었겠지만 오늘날처럼 고추장이 전 국민의 사랑을 받게 된 이면에는 고추장을 이용한 음식들을 많이 만들어 먹게 된 것도 그 이유가 될 것이다.

그러니 이제부터 고추장을 이용한 창의적인 음식들을 많이 만들어야겠다. 고추장을 담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뚝딱고추장’ 담그는 방법을 익히면 된다. 라면 끓이는 것보다 쉬우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매운 고추는 성질이 매우 뜨거우므로 우리 몸을 따뜻하게 하고 찬 기운을 흩뜨려 몰아내는 효능이 있어 초기 감기에 좋다. 또한 배가 차서 소화가 잘 안 되고 가스가 차는 사람들이 먹으면 효과가 있다. 고추의 켑사이신 성분은 타액선을 자극하고 침의 분비를 촉진시켜 소화를 도울 뿐 아니라 지방이 축적되는 것을 억제하여 체중조절에 도움이 된다. 항암, 항균, 살충작용이 있으며 혈압을 높이는 힘도 있다.

이런 고추의 훌륭한 역할에 찹쌀이나 보리 등 각종 잡곡의 힘이 발효메주와 만나 우리에게 주는 건강함은 그 어느 소스와도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것이다. 고추장은 우리나라에 전해오는 다른 장류들에 비해 그 역사가 짧지만 매운맛에 더해 단맛과 짠맛, 그리고 감칠맛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식품이다.

고추가격이 폭락하고 있다. 어제는 그동안 뜸하게 연락하던 괴산의 농부로부터 안부전화가 왔다. 붉은 피망이나 파프리카에 밀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실처럼 가늘고 고운 실고추를 고명으로 얹는 음식이 사라져서 몹시 불편하다. 오늘부터 실고추를 다시 부활시키자, 그리고 고추장을 담자. 뚝딱고추장은 아래 비율로 섞기만 하면 된다.

고춧가루 10 : 메주가루 5 : 소금 3~4 : 쌀조청 20 : 끓인 물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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