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지만 찬란하게 빛나는 연산 오계

  • 입력 2013.08.02 13:43
  • 기자명 약선식생활연구센터 고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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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이면 남양주에 아시아와 오세아니아의 슬로푸드들이 한 자리에 모인다. 1000가지나 되는 풍성하고 맛 좋은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귀한 기회가 우리에게 주어지는 자리라고 한다. 음식생산자와 소비자가 모두 모여 소통하는 자리로 농부가 요리사가 되고 음식전문가가 되어보는 시간도 있다고 하니 더욱 기대되고 기다려지는 행사이다.

수많은 행사 중 개인적으로 관심이 가는 것은 맛의 방주라는 행사다. 맛의 방주는 슬로푸드의 세계적인 프로젝트로 잊혀져가는 음식의 맛을 재발견하고, 멸종위기에 놓인 종자나 품목 등을 찾고 기록하고, 목록을 만들어서 널리 알리기 위한 것이다.

1997년 이탈리아에서 ‘맛의 방주 선언문’이 발표된 이후로, 현재 총 76개국의 1162개의 품목이 등재되어 있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선 단 한 품목도 등재되지 않았는데 이번 대회에서 등재된다고 하니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에서 맛의 방주에 등재할 예정인 것에는 울릉도의 칡소, 진주의 앉은뱅이밀, 제주도의 푸른콩 등이 있으며 연산의 오계도 그 중의 하나이다.

연산오계는 천연기념물 265호로 지정되어 있다. 뼈가 까마귀처럼 검어서 우리가 흔히 오골계라 부르는 것은 일본의 오골계로 우리나라 전통의 오계와는 사뭇 다르다. 일본의 오골계는 흰솜털을 가지고 있지만 한국의 연산 오계는 깃털, 피부, 눈, 발톱 등 어느 것 하나 빼놓지 않고 모두 검다. 두 다리에 힘을 주고 당당히 서 있는 오계를 보면 서슬이 시퍼렇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그 검은 빛이 찬란하다. 연산 오계에 대한 기록은 동의보감 탕약편 외에도 각종 사료에 자주 등장하지만 그 역사의 근거는 이승숙대표가 사는 연산의 지산농장에 375년 동안 6대에 걸쳐 지켜지며 남아있다.

지산농장의 이대표는 사람들이 흔히 알고 있는 용봉탕은 잉어와 자라의 궁합이 아니라 잉어와 연산오계의 궁합임을 강조한다. 봉황에 견줄 만큼 멋진 오계와 잉어에 더덕과 인삼을 넣고 끓인 용봉탕의 비법이 집안에 전해지고 있다고 하니 믿음도 가거니와 그 맛이 궁금하기만 하다. 특히 민물 잉어의 비린내와 잡맛이 오계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잡아진다고 하니 그 맛은 더욱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주로 백숙으로 즐겨 먹는 오계는 따뜻한 성질을 가진 일반 닭과는 달리 맛이 달고 성질은 순해서 남녀노소 누구나 먹어도 좋은 식품이다. 간신의 기운을 좋게 하고 기를 보하며 혈을 키워주니 여름 건강을 위한 좋은 먹을거리이다. 소갈을 없애주며 오래된 설사를 멈추게 하고 여성들의 적백대하나 남성들의 유정백탁에도 도움이 된다. <동의보감>에도 심장통증과 복통에 주로 쓰이며, 특히 검은 수탉은 명치의 나쁜 기운을 없애고 풍습으로 인한 경련과 마비를 치료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며칠 후면 입추고 또 며칠 후면 말복으로, 말복 지나면 더위는 곧 가겠지만 여름더위에 시달린 몸을 위해 보양식이라도 챙겨먹고 가을을 맞으면 좋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번 말복엔 구할 수만 있다면 야생의 조류 같은 가금류, 연산오계를 단순하게 백숙으로 만들어 먹었으면 한다. 단순한 백숙이 아쉽다면 둥근 마를 감자만하게 크게 썰어 끓이는 중간에 넣고 같이 조리한다면 소화를 도울 뿐 아니라 간신의 기운을 더하고 폐의 기운을 도와 더욱 건강한 여름나기 음식으로 손색이 없다.

기회가 되면 연산의 오계 병아리를 몇 수 얻어다 집에서 키우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하지만 연산을 벗어나면 연산오계의 특성을 보이지 않는다고 하니 아쉽지만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전국에 나 같은 욕심쟁이가 얼마나 많을 텐데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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