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두절 풍습

  • 입력 2013.08.02 13:41
  • 기자명 한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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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이 무서워서인지 복잡해진 탓인지 경부고속도로 판교 지나 달래내 고개 길이 출근시간대면 차들이 설설 기다가 멈춰서버리기 일수이다. 그런데 오늘 만큼은 한남대교 남단까지 바람처럼 달려왔다. 서울이 텅 비어 버린다는 휴가철인 것이다. 장마가 끝나는 7월 말부터 8월 초순까지 약 15일간이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휴가기간이 집중된 탓으로 서울이 순간 비워지는 이상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런 휴가는 서구식생활이 자릴 잡으면서 자연스런 현상이 됐다. 불어로 바캉스라고 하는 서구의 문화가 우리에게 일부 오지 않았나 싶다. 왜냐면 우리민족의 여름휴가는 대부분 벌거를 벗어야 하는 바다가 아니라 계곡에 발을 담그고 머리를 감는 정도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휴가철이면 부산해운대에 5~60만인파가 몰렸다하고 경포대엔 3~40만이 모였다고 하는 뉴스를 보게 되는데 휴가의 절대다수가 바닷가로 가니 바캉스의 영향이지 않나 싶다. 원산에 명사십리가 아무리 고와도 덥다고 온몸을 벗고 모래사장에 드러눕는 것은 상상도 못했던 1세기 전과는 딴판의 세상이 되었다. 

우리에게도 바캉스 못지 않는 휴가가 있다. 유두절이다. 지난 7월22일이 올해의 유두절인데 음력으로 6월 15일 이다. 이날은 양반이고 평민이고 가리지 않고 모두 계곡으로 들어가 발을 담그고 머리를 감았는데 신라시대부터 있어온 민족 전래의 명절이라고 한다. 

 '동류수두목욕(東流水頭沐浴)의 줄인말로 流頭라 부르기도 하다는 설과 이두식 표기로 물(流)마리(頭),즉 물맞이를 한자로 옮겨 그대로 부르는 것이란 설도 있다. 어쨋던 간에 이날은 산천계곡 좋은 곳에 자릴 잡고 더위를 식히며 햇밀가루로 만든 유두국수로 요기를 하고 밀전병을 부쳐먹고 수단을 시원하게 들이키기도 했다. 이렇게 유두는 민족의 문화와 삶을 풍요롭게하는 활력소였다.

이때는 농민들도 두벌매기를 끝마친 때라 두레를 치며 놀고 천렵을 하거나 계곡을 찻아 더위를 식히기도 했다. 농민들의 유두절 나기는 공동체의 결속과 이후 이어질 농사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공동체놀이를 중심으로 행해졌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선지 각지역의 농민들도 행사들을 이어가고 있다. 19일 전북농민들의 대동굿판부터 판들이 걸쭉하게 펼쳐지고 있다. 물론 지금까지의 농사를 격려하고 앞으로의 농사에 힘을 키우기 위함일 것이다. 특히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 법제정이라는 당찬 기대를 갖고서 말이다. 유두절을 쾡과리 소리로 열었던 시대는 농산물 가격을 논하지 않아도 되던 시대였다.

언제 변했는지도 눈치채지 못한 농산물 가격이 농민들의 생존과 삶의 질을 결정짓는 시대로 변화됐다. 이런 환경을 농민들이 이해하지도 삭여내지도 못하는 현실 앞에 고도의 자본이 농사를 집어삼키는 상황으로 내달리는 세상에 농민들의 대동굿판은 자본과 권력을 상대로 농사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새로운 장으로 변모해 가고 있음을 본다. 새로운 유두절 풍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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