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 유통문제, 해답이 없다”
“배추 유통문제, 해답이 없다”
  • 전빛이라 기자
  • 승인 2013.07.20 12: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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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랭지배추 재배 농민 이대호씨

계속된 폭우, 이식한 지 10일 남짓 된 어린 배추들이 거센 물길과 함께 쓸려 내려갔다. 해발 800미터 비탈진 고랭지 배추밭은 손톱에 할퀸 듯 군데군데 생채기가 생겼다.  

 

강원도 정선군 화암리에서 20년째 배추 농사를 짓고 있는 이대호(47)씨는 해마다 예측할 수 없는 배추값을 생각하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 폭우처럼 자연재해, 병해 등으로 가격이 올라간다 싶으면 물가안정을 이유로 수입산이 밀려들고, 막상 가격이 내려가면 아무 대책도 없이 밭에서 썩힐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이 현실. 높은 해발 때문에 다른 작목을 심는 것도, 다른 지역처럼 이모작을 하는 것도 어려운 고랭지에서의 배추 농사는 날이 갈수록 어렵기만 하다.

아무래도 아직 규모화 되지 않은 산지 여건상 상인과 농민은 갑과 을의 관계에 놓일 수밖에 없다. 특히 배추의 경우 상인들과의 거래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농민들은 어떤 피해를 입고 있나.

- 고랭지배추는 추석 때 쯤 출하된다. 그리고 상인들과의 포전거래는 출하 15일 전 이루어진다. 계약재배의 경우 1차 계약금을 받아 파종하고, 이식할 때 2차 계약금이 나오는데 그때 배추가격이 폭락하면 잔금이 들어오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지금이 그렇다. 이미 출하가 한창인 준고랭지의 경우 잔금을 받지 못한 농가가 많다. 상인이 보기에도, 가격 폭락이 예견된 것이다. 이때 상인들은 상품만 가져가기 때문에 중?하품은 밭에서 썩힐 수밖에 없다. 

 지난번엔 이런 일도 있었다. 가격이 없을 땐 얼마에 팔아야하나 고민하게 된다. 그러다가 불안한 마음에 3,000포기의 배추가 들어가는 5톤 트럭 한 차에 200만원에 팔았었다. 그런데 며칠 후, 기상이변으로 가격이 쭉 올라가면서 한 차당 1,200만원에 거래된 경우도 있었다. 종잡을 수가 없는 게 배추농사다. 

최근 정부에서 생산지와 소비지 배추가격 안정을 위해 배추 6,000톤을 수매?비축하겠다고 밝혔다. 효과가 있을까.

- 이쪽 지역에서도 지금 정부와 계약하고, 비축물량을 키우고 있는 농가가 많다. 그런데 이 수매한 물량이 기상이변 등으로 인해 배추가격이 비싸질 수밖에 없을 때 소비자 물가 안정을 목적으로 시장에 풀리게 될 것이 우려되고 있다. 안 그래도 농가는 내보낼 물량이 없는데 비축물량이 풀리면 시장가격이 낮아지면서 또 한 번의 고통을 안겨주는 셈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생산지와 소비지 가격 차이가 많이 나는 배추는 항상 복잡한 유통 경로가 문제로 대두된다. 직거래도 고민해 봤을 것 같다.

- 소비자가 마트에서 3개 들이 배추 한 망을 4,000원에 사면 산지에서는 2,000원에 팔린다고 보면 된다. 상차비와 도매시장까지 올라가는 운임비, 시장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등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치공장과 직거래도 해봤는데 무척 까다로웠다. 가격이 좋을 때는 좋은 것만 솎아 가고 그 과정에서 다른 배추들이 망가져 따로 판매 할 수도 없다. 가격이 나쁠 때는 쓰레기 가져가듯이 가져가더라.

또 대부분의 김치공장이 멀리 있다. 운송비를 우리가 부담하기 때문에 거리가 멀수록 그것도 부담이다. 그나마 가까운 횡성의 김치공장과 거래한 적이 있는데, 이쪽으로 가는 게 제일 저렴하지만 공장 규모가 작다보니 우리가 내보내야 하는 물량만큼 받아주질 못하더라. 좀 가까운 곳에 김치공장이 있으면 좋을 텐데 싶었다. 최근에는 알음알음 절임배추를 만들어 소량씩 판매하는 게 직거래의 전부다.

가격이 좋을 때 상인을 거치지 않고 바로 가락동으로 내가고 싶어도, 그러는 동안 다른 농사를 짓지 못하니 이래저래 손해일 뿐이다. 배추 유통 구조개선 문제는 해답이 없는 것 같다.

고랭지배추를 20년간 재배하면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 무엇이었나.

- 하루가 다르게 올라가는 생산비, 인건비 아니겠나. 비료나 농약 등의 가격은 볼 때마다 깜짝 깜짝 놀란다. 인건비는 예전에 하루 4만5,000원이었다면 지금은 7만5,000원이다. 보통 용역회사를 통해 인부를 사는데, 동해에서부터 오다보니 그 비용도 우리가 부담하고 있다. 예초기 등을 사용할 줄 아는 남자인력은 하루 15만원이다.

이 지역은 다들 농사 규모가 있다 보니 품앗이도 어렵다. 아무래도 제일 어려운 문제가 인력문제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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