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가지 이유로 8년을 싸우는데…"

밀양 송전탑 평화적 해결 위한 미사 열려

  • 입력 2013.07.19 19:51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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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송전탑 강제 건설을 막기 위한 범사회적 움직임이 활발하다. 종교계도 가세해 밀양 송전탑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했다. 이와 같은 갈등을 막으려면 사회적 공론화 기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한국 천주교 전국 15개 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지난 16일 서울 덕수궁 앞에서 ‘밀양 송전탑 강제 건설 사태의 평화적 해결과 쌍용차 국정조사 실시와 원직 복직을 위한 미사’를 열었다. 이 자리엔 밀양 송전탑 경과지 주민 50여명과 쌍용차 노조 조합원들을 포함해 800여명이 모였다.

▲ 지난 15일 서울시 중구 태평로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주최로 열린 ‘밀양 송전탑 강제 건설 사태의 평화적 해결과 쌍용차 국정조사 실시와 원직 복직을 위한 미사’에 앞서 개최된 문화제에서 밀양 주민들이 공연을 보며 함성을 내지르고 있다. <한승호 기자>

이계삼 밀양 765kV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 사무국장은 경과보고에서 “한국전력측 전문가들이 지난 2일 낸 보고서는 한전측의 파일을 그대로 제출한 대필보고서”라며 “게다가 백수현 밀양 송전탑 전문가협의체 위원장은 대필 보고서 문제를 묵살하고 최종보고서를 이메일을 통한 날치기 표결로 밀어붙였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8일 백 위원장은 국회에 전문가협의체의 명의로 최종보고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국회 산업통산자원위원회는 지난 11일 전문가협의체의 파행에 유감의 뜻을 표하고 한전과 주민 양쪽 모두에게 다시 중재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 사무국장은 “핵발전소를 계속 건설하는 정부의 정책이 지속된다면 밀양 송전탑 문제와 같은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핵발전소 증설을 검토할 사회적 공론화 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8년간 싸운 역량으로 어려움에 굴하지 않고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결의를 다졌다.

이어 밀양할머니합창단 15명의 노래공연이 있었다. 합창단은 <황진이>를 개사한 <765 송전탑 송>과 <흙에 살리라>를 열창해 참가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합창단의 하복순(66) 할머니는 “용역깡패들을 할머니들이 산에서 고립된 채 싸워 공사를 막았다”며 “이 땅의 어머니로서 송전탑을 온몸으로 막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밀양시 부북면에 사는 이남우(71) 할아버지는 “주민들이 온갖 곤욕과 치욕을 당하고 있다”고 주민들의 고통을 전하며 “인간 존엄성을 살려달라 호소하려 서울까지 왔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국가정책이란 이름으로 주민들의 희생만 강요한다”며 “송전탑이 들어서면 건강에 치명적이니 후손들을 생각해서라도 송전탑은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장면에서 왔다는 구미현(64) 할아버지도 “평생 땅을 일군 사람들이 단 한 가지 이유로 8년을 싸우는데 시골 사람들 말에 귀를 기울여준 사람이 없었다”며 “주민들에게 힘겨운 시간이 계속되고 있다. 길을 찾을 수 있게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미사를 집전한 박동호 신부는 “오늘날 우리는 인간성을 상실했다”며 “밀양을 짓밟으면서까지 핵발전소를 소비하려는 욕망이 대표적 상징”이라고 지적했다. 박 신부는 “사명을 다하지 못하고 사회 무질서에 일조한 걸 종교인으로서 반성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책위는 지난 16일 국무총리실에 미국의 ‘공공규제위원회’ 모델을 원용한 사회적 공론화 기구 구성을 제안했다. 전문가협의체 주민 추천위원들은 한전 쪽 위원들에게 TV공개 토론도 제안했다. 다음날 조환익 한전 사장은 “7월은 장마철이라 공사를 재개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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