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호박 유통업체, 장기 외상거래 ‘횡포’

영업 후 이익 남으면 정산 … 계약금도 없어
수매 시 30%까지 감량하기도

  • 입력 2013.07.19 10:43
  • 기자명 전빛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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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숙작업을 위해 단호박을 선별하고 있는 농민의 모습.

현재 수확이 한창인 단호박이 유통업체들의 횡포에 몸살을 앓고 있다. 계속된 폭우로 밭에서 썩어나가는 단호박이 부지기수인 상황에, 엎친 데 덮친 격 유통업체들이 이를 빌미로 농가로부터 단호박을 30%까지 감량하며 사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폭우에 한 번, 유통업체들의 횡포에 또 한 번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

단호박 재배농가들은 이같은 유통업체의 횡포가 하루 이틀일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병해에 감량까지…농가 이중고

전남 진도에서 올해 1만평의 단호박 농사를 지었다는 A씨는 4,000평가량의 단호박을 밭에서 그대로 썩혔다. 계속된 비에 병해가 돌았기 때문이다.

나머지 병해 피해를 입지 않은 단호박을 선별해 30톤가량을 유통업체에 내보냈지만, 유통업체측은 이 가운데 8톤가량이 썩어 있었다며 나머지 22톤에 대한 물량만 정산하겠다고 통보했다.

 A씨가 단호박을 출하한 한 유통업체에서는 기본적으로 8%를 감량 후 계산하고 있었다. 8%가 후숙 과정에서 수분이 빠져나가는 평균 증발량이라는 이유에서다. 농가에서 직접 10~15일가량 후숙을 해오면 기본 감량은 3%로 줄어든다.

그러나 일손이 부족한 농촌에서 직접 후숙 후 출하하기가 어려워 대부분의 농가는 8%감량을 감안하고 업체에 단호박을 넘기고 있는 실정이다.

A씨는 “업체에서 단호박을 받고 거기서 또 썩은 것이 있어서 추가 감량을 해야겠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후숙을 시켜서 보내기 어려우니 그들이 그렇다고 하면 인정할 수밖에 없다. 나는 이번에 30%까지 감량이 됐다. 50%까지 감량된 농가도 있다”며 어렵게 입을 뗐다.

이어 “예전에 시간을 내 후숙 후 출하했더니 업체에 보내면 50% 썩었다고 할 것이 10%가량만 썩더라”며 “영세한 유통업체들이 충분한 저장창고도 마련하지 않은 채 일단 물건을 받으니 관리가 어려워 더 썩는 것이다. 업자들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장사가 목적인 이들은 그냥 다 받고 나중에 그 책임을 농가에 전가시키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영세한 유통업체, 선별기준은 ‘마음대로’

유통업체들은 농가에서 후숙만 해오면 한평당 5,000원의 소득이 보장된다고 말하며 업체 출하를 독려하지만, 선별과정에서 비품 비율과 파지 비율을 높게 책정해 농가를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유통업체가 종자를 공급하며 제시하는 생산량은 평당 5kg, 수매단가는 kg당 800~1,000원이기 때문에 농가는 평당 5,000원의 수익을 기대하며 단호박을 재배하게 된다.

그러나 실제 농가들이 단호박 재배로 손에 쥐는 수익은 2,000원~3,000원 수준이다. 상인들의 선별 기준에 의해 농가 수익이 반토막 나기 때문이다.

같은 지역에서 단호박 농사를 짓고 있는 B씨는 “농가가 업체에 단호박을 넘기는 순간부터 농간이 시작된다”며 “기본감량과 수매가격, 일주일 내 정산 약속은 사라지고 창고에 쌓아놓은 채 배짱을 부린다”고 지적했다.

B씨는 “업체들은 ‘물건이 많이 썩어 있다’거나 ‘미숙과가 많다’, ‘시장 가격이 떨어졌다’는 핑계로 감량을 많이 하거나 정산을 안 해준다. 이에 문제를 제기하면 오히려 그럼 물건을 다시 가져가라며 큰 소리 치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농가 입장에서는 이미 보낸 운송비용에 회수 운송비용, 회수 이후 처리문제 등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 어쩔 수 없이 이들이 제시하는 가격에 동의하게 된 다는 것이다.

B씨는 또 “이들에게 항의한 농가는 길게 1년까지 정산을 받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후작을 준비하는 농민들은 이러한 일에 매달릴 여유가 없어 그냥 이렇게 동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매가격 형편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업체 출하

이같은 유통업자들의 횡포에 못 이긴 일부 농가는 가락시장으로 직접 출하해보기도 하지만 형편없는 경매가에 혀를 내두르고 다시 유통업체와 계약하고 있었다. 경매가가 유통업체들의 수매가보다 평균 200원 정도 낮기 때문이다. 거리상 운송비도 무시할 수 없다.

B씨는 “지금 단호박이 과잉 생산되는 시기이다보니 가격이 바닥이다. 시장은 상품 이하는 취급도 안 한다”고 설명했다. 또 “거리가 멀다보니 운송비도 비싸고, 저장성이 떨어지는 단호박 특성상 운송 도중 썩는 경우가 많아 도매시장까지 내다 팔 수 없다”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업체가 아닌 농가가 직접 후숙·저장할 수 있는 저장창고나 가공시설 관련 지원이 절실한 실정이다.

B씨는 “단호박이 6~7월에 출하되는 데 그 기간 동안 한꺼번에 소비되기 어려우니, 농가가 직접 후숙·저장해 단호박이 썩는 것을 방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생산량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인 단호박을 농협에서도 취급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전빛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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