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 농부에게 듣는 닭 농사 '三樂'

  • 입력 2013.07.19 09:06
  • 기자명 약선식생활연구센터 고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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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논에 물들어가는 것과 자식 입에 먹을 것 들어가는 것이 농부의 큰 즐거움이라고 들었다. 그런데 산청 끝자락에서 ‘닭아빠’로 불리기를 자청하는 한 농부는 닭을 키우는 재미 세 가지도 그에 못지않다며 사람 좋은 웃음을 흘린다. 그 첫째는 자식의 입에 먹을 것 들어가는 것을 바라보는 부모처럼 풀을 뜯고 있는 닭의 모습을 보는 즐거움이고, 두 번째는 매일매일 낳아놓은 알들을 줍는 재미이며, 그 알들이 통장 잔고를 계속 불어나게 하는 것이 마지막 세 번째 즐거움이라 하였다.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고 한편으로 부럽기도 하여 오늘은 함양에 사는 지인에게서 병아리를 열 마리 얻어왔다. 식구들이 먹을 알도 매일 얻고, 때가 되면 씨암탉 잡아 가족들 몸보신도 하려는 야무진 꿈은 가지고 데려 왔지만, 닭장도 없고 닭을 부리는 재주도 없는 터라 가져오자마자 상자에서 꺼내는 도중 한 마리를 잃어버렸다. 방사하던 닭들이 품어 나온 병아리들이라 그런지 순식간에 새처럼 날아 바람처럼 사라져 버렸다. 혼자서도 잘 살면 괜찮겠지만 살쾡이나 멧돼지에게 잡혀 먹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하다가 몸보신하겠다던 조금 전의 내 속내를 생각하니 절로 피식 웃음이 나온다. 옛 어른들의 삶을 흉내 내보려던 어설픔이 참 가소롭게 느껴지기도 하니 조금 부끄럽기도 하다. 

 

우리가 먹고 있는 육류를 제공하는 동물 중 가장 양적인 동물이 닭이라고 한다. 양기가 막 시작되는 새벽을 가르는 닭울음소리만 해도 그 증거가 되며 잠을 잘 때도 땅에서 떨어진 횃대에 올라가서 자며 물 한 모금 먹고 하늘 쳐다보고 모이 한 입 먹고 하늘 쳐다보는 것이 같은 조류인 오리와도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한여름에 뜨거워진 외기로 인해 빼앗긴 양기를 보충하기 위해 삼계탕을 먹는 것이다.

닭고기는 육류 중에서 가장 지방의 함량이 적고 포화지방산이 적으면서 풍부한 단백질로 노인이나 심혈관계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도 비교적 좋은 식품이다. 성질이 따뜻하고 단맛이 있으며 소화기를 보하는 효능이 있으므로 허약체질인 사람, 병을 앓고 난 사람, 산후 조리를 필요로 하는 사람, 기혈이 부족한 사람, 영양부족인 사람 등이 먹으면 좋은 보양식품이다. 특히 오골계는 면역력을 증강시켜 암세포의 생장, 발전, 전이 등을 억제하는 효능이 있어 생존기간을 연장한다고 하니 상식하면 좋다. 또한 부인과의 모든 허손한 증세나 부인병 등에 좋으므로 여성들에게 권할 만한 식품이다.

지루하게 장마가 이어지고 있지만 곧 중복이니 인삼, 대추 넉넉히 넣고 삼계탕을 끓여 가족들 건강을 챙겨봄직하다. 혹 열이 많은 가족이 있다면 잔대나 맥문동을 넣고 계탕을 끓여도 좋을 것이다. 늘 먹는 백숙 형태의 음식이 싫증날 때면 우유에 잠시 재워 잡냄새를 제거한 닭에 밑간을 한 다음 녹말가루를 묻혀 튀긴 후 양념장에 조려, 채 썬 인삼과 대추를 고물로 묻혀내는 방식의 국물 없는 삼계탕으로 만들어 준다면, 가족들의 건강을 지켜주는 것은 물론이고 입 또한 즐거울 것이l 일석이조가 따로 없다.

하지만 닭고기는 따뜻해서 감기 등으로 열이 있거나 가래기침이 많은 사람, 급성세균성 장염을 앓고 있는 사람, 몸에 열이 많은 사람들이 과식을 하게 되면 눈이 충혈 되고 건조하며 두통이 생기거나 어지럼증이 생기는 등 여러 가지 부작용이 따르므로 조심해서 먹어야 한다. 

멀리서 개 짖는 소리가 요란하다. 도망간 병아리가 돌아오는 소리였으면 좋겠다. 닭농사 三樂의 헛꿈에 괜한 병아리 한 마리만 가엾게 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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