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한중FTA 비판 ‘면피용’ 간담회 빈축

“요식행위에 불과”… 축산농가 대표들은 불참

  • 입력 2013.07.13 19:43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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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강행한다는 비판을 피하려고 ‘면피용’ 간담회를 진행해 농민단체들로부터 빈축을 사고 있다. 그나마 축산농가를 대표하는 단체들은 불참해 반쪽짜리 간담회조차 되지 못했다는 평이다.

윤상직 산업부장관은 지난 8일 서울 팔래스호텔에서 김준봉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농연) 회장을 포함한 농어민 대표들과 조찬 간담회를 가졌다. 농어민 대표들에게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진행한 6차 협상 결과 등 한중FTA 추진 현황을 설명하고 이들의 의견을 구하겠단 취지였다. 우태희 산업부 통상교섭실장은 “간담회에서 한중FTA가 금방 타결될 거라는 오해를 풀고 산업부가 농업 피해를 줄이려 최선을 다하는 중임을 설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산업부는 일부 단체들만 간담회에 초청해 논란을 자초했다. 김 회장은 “한중FTA중단농수축산비상대책위에 정식으로 공문을 보내 요청했으면 모를까 산업부가 임의로 초청단체를 선정한 건 문제”라며 “금요일(5일)에 월요일 조찬 일정을 잡을 정도로 간담회가 급조된 문제도 있어 산업부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게다가 간담회 내용도 부실했단 후문이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자들의 전언에 의하면 윤 장관은 ‘한중FTA는 중국에겐 높은 수준이지만 우리나라는 한미FTA와 비교해 낮은 수준’이라며 ‘초민감품목(FTA에서 제외되는 품목)을 많이 만들겠다’고 농어민 대표들을 설득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떤 품목을 초민감품목으로 할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간담회에 나간 임종완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회장은 “윤 장관에게 ‘국내농업 현실은 알고 한중FTA를 협상하느냐 겉으로는 한중FTA 관련 대책을 세우겠다고 얘기하지만 한편에선 농식품부 예산 5조 2천억원을 삭감하고 각종 세제혜택도 감축하겠다고 발표하지 않았느냐’고 물었지만 ‘그래도 한중FTA는 해야 한다’는 대답만 들었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참석한 대표들 모두 이번 간담회는 요식행위에 불과하며 일부 단체만 초청해 농어민단체들을 분열시키는 잘못된 간담회임을 분명히 했다”고 덧붙였다.

전영남 전남서남부채소농협 조합장은 “중국에겐 FTA 수준이 높지만 우리에겐 낮다는 얘기는 말이 안된다. 농민들이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전 조합장은 “부산에서 농민들이 집회한 걸 본 뒤 서울에서도 집회가 벌어질까 두려워해 미리 막아보자 싶어 서둘러 간담회를 한 것 아니냐”고 꼬집기도 했다.

산업부의 초청을 받은 축산농가 단체장들은 간담회에 불참했다. 이준동 대한양계협회장은 “변명이나 들을 게 뻔해서 다른 축산단체들과 협의해 불참했다”고 말했다. 이강현 한국오리협회 전무는 “한중FTA에 반대해 ‘전국농수축산인결의대회’를 연 지 며칠 지나지 않았는데 일방적으로 간담회를 밀어붙여 이는 요식행위라고 판단했다”고 불참 배경을 설명했다.

한편, 산업부는 이날 오전 배포한 보도자료에 이창호 축산관련단체협의회 회장과 이 회장을 참석자 명단에 올려 혼선을 빚었다. 부랴부랴 참석자 명단을 수정했지만 머니투데이, 아주경제신문, 파이낸셜신문 등 일부 언론에선 이들이 참석했다고 보도한 뒤였다.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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