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농지은행수수료, 부동산 수수료보다 높다

  • 입력 2013.07.12 15:50
  • 기자명 김명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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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FTA 반대 집회가 한창이던 지난 2일, 농민에게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농어촌공사를 통해 농지를 임차해 농사를 짓고 있다는 농민은 “농어촌공사가 부동산 노릇을 하며 높은 수수료를 받고 있어 힘에 겹다”는 내용을 전했다.

농어촌 발전을 위해 존재하는 공공기관이 농민에게 높은 수수료를 뗀다? 마치 기업이 이익을 위해 서라면 골목 떡볶이집까지 점령하는 것과 다를바 없었다. 부동산 노릇, 높은 수수료 따위의 단어는 공기업 윤리와도 맞지 않는다.

“농지은행의 높은 수수료가 결국 농민에게 전가된다”며 “법을 고치든지 이 사업을 폐지해야 한다”는 농민의 목소리는 격앙돼 있었다.

농민은 올 봄 마을 어른에게 농지를 빌리기로 했다. 농어촌공사를 방문한 두 사람은 ‘농지임대수탁사업’을 위한 계약서를 작성하기로 했다. 농어촌공사가 계약을 중계하고, 계약서를 작성해 주는 대가로 땅주인에게 10%의 수탁수수료를 부과한다고 하자 마을 어른은 “계약 안 하겠다”고 딱 자르며 돌아섰다.

임대해주는 지주 입장에서는 땅을 빌려주고 수수료까지 내라고 하니 내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농민은 결국 땅주인이 물어야 할 수수료까지 대납하겠다는 조건으로 농사를 짓고 있었다.

제보한 농민을 만나기 위해 지난 8일 충남 아산으로 향했다. 농민은 무더위 속에서 열심히도 대파를 심고 있었다. 흙 묻은 바지와 땀 맺힌 얼굴로 악수를 청한 농민을 보자, 그가 흙먼지 뒤집어쓰며 바친 노동의 대가가 헛되이 빠져나간다는 생각에 안타까웠다.

농어촌공사는 그들에게 누가 수수료를 지급하는가의 문제는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수수료가 농민의 ‘꿈’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것을 안다면 이 문제는 해결돼야 할 것이다.

농민은 흙을 툭툭 털며 말했다. “내가 억울해서 어디 가서 말도 못하고, 말하면 그 땅에서 농사짓기 힘드니까. 생각해봐 내가 쌀농사 지어서 100가마니 생산했는데 10가마니 가져간다고 하면. 나가지 않아도 되는 돈인데….”

농어촌공사는 의도치 않게 농민이 농사지어 번 돈으로 수고비를 대신하고 있다. 하지만 법의 테두리를 빌미로 높은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은 농지은행을 통한 농어촌공사의 수익사업으로 밖에 보여 지지 않는다. 농사짓고 싶은 농민을 지키기 위한 농지은행수수료 문제, 대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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