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도농활 바쁘고 고령화된 농촌에서 인기

손자 같은 학생들과 눈물로 이별 잔잔한 감동

  • 입력 2013.07.07 22:10
  • 기자명 김희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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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농민회 사무국장과 회장은 서울에서 내려오는 농촌활동 대학생들을 맞이하기 위해 분주하다. 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생활할 장소 마련과 작업계획을 세우고 주민들의 작업신청 받기에 눈코 들새 없이 바쁘다.
대절버스로 내려온 학생들은 일단 시군 농민회의 도움으로 간단하게 농활 발대식을 열어 해당 마을 농민대표들과 인사를 나누고 농활기간에 어떤 마음가짐으로 활동 할 것인가를 농민들에게 밝혔다.

무엇보다 학생들의 건강과 안전 그리고 바른생활을 책임져야 할 시.군 농민회로선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니다. 우선 마을회관의 시설이 잘되 있긴 하지만 지역주민에게 민폐 없이 학생들 스스로 모든 것을 자급자족한다니 농민회원들은 맘이 더욱 짠하다는 것이다.

 

▲ 서울대 역사교육과 학생들이 지난 3일 충북 옥천군 안내면 월외리의 한 들녘에서 들깨모종을 심고 있다. 서울대 농대를 비롯, 6개 단과대에서 약 270여명의 학생이 참석한 이번 여름농활은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5일까지 8박9일 동안 옥천군내 9개 마을에서 진행됐다. 이재민(27, 농경제사회학부) 서울대 총농활대장은 “로컬푸드 운동이 활발히 펼쳐지고 있는 옥천에서 농활을 진행하게 돼 뜻 깊다”며 “지역공동체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농민들로부터 여러모로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한승호 기자>

이희조 당진시 농민회장은 “나도 자식을 둔 부모 입장에서 학생들을 돌보려한다”며 특히 학생들이 시골의 풍습을 잘 몰라 음주와 언행을 조심하길 바라고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농활에 참가한 학생들은 이번 농활의 의미와 동기에 대해 경쟁상대인 학우들과 진정한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고 무엇보다 농민들을 통해 농업과 농촌문제에 대해 배우고 반대로 등록금문제와 청년실업문제등 학생들의 문제를 농민들과 함께 고민하기 위해 참가했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지난번 농활 왔던 것을 농민들이 기억해줄 때 인간미를 느끼며 정을 쌓아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힌다.

충남은 6월 24일날 당진시에 서울 과학기술대를 시작으로 아산시, 논산시, 부여군, 청양군, 천안시, 서천군, 보령시, 세종시에서 적게는 5박6일에서 길게는 8박9일 동안 진행됐다. 지금 농촌에선 감자 캐기, 마늘 캐기, 콩 심기, 논 김매기, 밭 풀 뽑기등이 한창여서 고령의 농민들에겐 여간 반가운 손님이 아닐 수 없다. 지금까지 20년 동안 서천군만 찾았다는 충남대 추연범 농활대장은 “정부는 국민의 먹을거리 농업정책에 대한 철학은 없이 아직도 농활대 주변에 경찰들을 배치해 감시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서천군 농민회 권혁민 연사국장은 “과거 농활은 학생들이 농민을 일깨우러 왔는데 지금은 오히려 농민들이 학생들을 교양시키고 있다”며 웃는다. 또 한기준 당진시 신평면농민회 사무장도 “솔직히 지금 학생들이 하는 작업은 어른들도 기피하는 작업으로 뙤약볕에서 10시간 일하는 학생들에게 미안한 맘이다”고 말했다. 또 신평면 금천리 마을 이명환(83), 송영애(81), 임은순(70)할머니는 학생들이 농 작업 틈틈이 머리염색과 마스크팩 그리고 마사지를 해줬다며 친손자들도 못하는 효도를 한다고 칭찬이다. 이번 효도를 앞장서 실천한 류수현 농활대장은 “몸살감기에 걸렸을 때 할머니들이 병원에 데려다주고 짬짬이 오실 때 삶은 감자에 열무김치와 삼겹살까지 갖고 오신다”고 자랑이다.

아산시 인주면 문방2리 사는 박문섭 농민은 “경희대 농활학생 6명과 함께 2600평의 친환경 우렁이벼논에서 김매기를 하는데 논 김매기는 감자 캐기보다 몇 배 힘들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옛날엔 언론에서 농활학생들을 종북 좌경으로 몰며 마을 이장들을 시켜서 못 들어오게 해 빨갱인 줄 오해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김재길 아산시 농민회장은 지금도 마을대표들은 농활 들어오는 것을 마땅찮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농활기간 학생들은 인사 잘하기, 핸드폰사용 않기, 눕지 않기, 따로 놀지 않기등 지켜야할 규율을 생활관에 부착해놓고 각별히 챙긴다. 참가 학생들은 농활을 통해 변한 것이 있다면 이제 밥 한톨 고기 한 점과 같은 우리 농축산물의 소중함은 물론 가공식품인 스낵한가지라도 사용 원재료가 국내산인지 꼼꼼히 살펴보게 됐다는 것이다.

농활을 마치며 학생들과 헤어지는 마을 농민들과 학생들은 눈물을 흘리며 끌어안고 한동안 놓아 줄 줄을 몰랐다. 마지막 해단식에서 농민대표는 학생여러분 정말 수고 많았으며 이다음에 꼭 다시 농촌에 놀러오라고 당부했고 학생들은 농민여러분 사랑합니다로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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