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란(托卵)

  • 입력 2013.07.05 14:42
  • 기자명 한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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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뻐꾸기란 놈이 어찌나 슬피 우는지 꼭 내 맘을 알고 같이 해주는 듯하다. 까치란 놈이 뻐꾸기에게 물었다. “왜 목이 쉬도록 우는거냐, 얼마나 울어 눈이 벌겋게 충혈 됐냐.” 뻐꾸기가 대답했다. “먹을 것이 없어 그렇다네.” 하기야 뻐꾸기 울어대는 철이 한참 가뭄이 들고 보리는 거두기 전이고, 아침 먹고 들에 나가면 긴긴해에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찬물바가지나 들이키는 철이기에 그런 이야기가 만들어 졌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뻐꾸기는 탁란을 한다. 그것이 정말 먹이를 구하지 못하기 때문인지 알 수 없다. 생태적으로는 뻐꾸기의 탁란은 탁월한 선택이라고 한다. 둥지도 짓지 않고 알만 남의 둥지에 낳아 두면 둥지의 임자가 자기 새끼로 알고 애지중지 먹이를 물어 날라 키워준다. 그렇게 해서 훌륭하게 뻐꾸기의 종을 유지시키는 것을 두고 탁월한 선택이라고 하는 듯하다.

더러 사람도 마찬가지였던 때가 있었다. 먹거리가 없던 가난한 시절 아이는 자꾸 생겨나고 어찌 할 것인가. 부잣집 개구멍으로 넣어두거나 자손없는 집에서 대신 기르기도 했다. 이것이 인간의 탁란이라면 탁란이다. 나중에 출생의 비밀을 알고 한바탕 울고불고 드라마를 해대는 것도 여기서 출발 하는지도 모른다.

한중자유무역협정 6차 회의가 부산에서 진행됐다. 이번 6차 협상은 중국을 방문한 박근혜대통령의 기본협상(모델리티) 타결을 진척시키자는 한마디에 협상속도를 냈다고 한다. 이번 6차 협상에서 기본협상이 마무리 된다는 것이다.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상은 이미 알려진 대로다. 우리나라가 자동차, IT분야를 진척시키면 반대로 농업개방의 폭을 더욱 넓혀 달라고 요구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농업은 끝이다. 일부사람들은 중국의 경제발전이 자국의 농산물소비를 충족하지 못할 것이기에 오히려 우리가 수출 기회를 더 갖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하고 있다.

이 논리는 차라리 외국에서 농산물을 사다먹자고 하는 논리보다 더 위험하다. 미국 등 선진국이 우리보다 국민소득이 배 이상 높은데도 우리보다 훨씬 싼 가격으로 우리나라에 수출하고 있는 것을 설명하지 못한다.

결국 우리는 지리적으로 가까운 중국에 농업전체가 포박 될 수밖에 없다. 박근혜정부는 지금 당장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상을 중단해야 한다. 폐업보상이라는 어줍잖은 정책으로 농민을 현혹 하지 마라. 폐업보상은 농민들이 누천년 쌓아온 모든 것을 버리라는 것이다. 죽으라는 것이다.

당장 협상중단을 선언하고 농민들의 함성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선 대책 후 협상, 천년의 미래를 담보할 농업대책을 먼저 강구하라! 뻐꾸기의 탁란 습성이 먹이로부터인지는 확실하지 않으나 모든 생명체에게 먹이는 생존이기 때문에 먹이를 쉽게 구하는 오목눈이나 뱁새에게 탁란을 하는 것이라 본다. 사람에게도 이 법칙은 그대로 나타나는데 국가라고 이 법칙이 나타나지 말란 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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