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유통문제 개선을 위한 기본 관점

  • 입력 2013.07.05 14:33
  • 기자명 김호 단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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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정부가 출범하면 단골로 등장하는 대표적인 정책 메뉴가 농산물유통문제이다. 또 유통문제의 대표적인 해법으로 제시되는 것 중 하나가 직거래이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다 같이 제값을 받고 주는 거래방법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항상 죄(?)없이 이용되는 농산물이 배추이다. 잘 알다시피 배추는 부피와 무게가 많이 나가면서 가격은 상대적으로 비싸지 않으며, 잘 손상되고 빨리 부패하여 사람 손이 닿으면 닿을수록 가치가 떨어지게 되어 있다. 즉 물류비용 등 유통비용이 매우 많이 드는 대표적인 농산물인 것이다.

직거래로 중간 유통비용을 줄이자는 취지는 공감할 수 있지만, 배추를 예로 드는 것은 심히 극단적이고 자극적인 발상이다.

어찌 되었든, 농산물유통 문제의 해결은 중요한 과제임에 틀림없다. 15년 전부터 정부는 농산물유통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자세로 정책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여전히 농산물유통문제는 농정의 주요 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농산물유통문제에는 그 밑바닥에 오래된 유통관행이라는 것이 작용하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변화되지 않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 관행은 거래 당사자 간에 첨예한 이해관계로 복잡하게 얽혀 있어 쉽게 풀리지 않는다.

지난 5월 27일에 정부는 농산물유통구조 개선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과거의 정책과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 다만 농협을 중심으로 한 유통계열화, 직거래 물류기구로서 권역별 도매물류센터 설치 및 직거래활성화법 제정 등 직거래에 대한 대책 등이 새롭게 등장했다.

농산물유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기본관점이 필요하다. 먼저, 유통정책의 목적과 목표가 명확해야 한다. 농산물유통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산지와 도매시장, 소매기구 등 유통주체 간 거래교섭력의 균형이 핵심이다. 거래교섭력이 강한 소비자나 대형유통업체에 대해 생산자(조직)의 교섭력을 키워 공정한 거래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농가수취가격의 향상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 유통효율성은 산지-도매-소매의 연계 관계 속에서 공정성과 형평성이 함께 추구되어야 한다.

둘째, 유통마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유통마진은 유통이윤과 유통비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소비자가 원하는 소포장, 신선도, 안전성, 포장디자인 등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비용이 많이 들게 되어 있다. 또 기본적으로 농산물은 공산물처럼 공장에서 마음먹은 대로 생산되는 것이 아닐 뿐 아니라, 상품적 특성도 판이하게 다르다. 농산물의 산지가격과 소비자가격의 차이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을 해소시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교육하고 설득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더구나 유통마진은 소매단계가 산지출하단계의 두 배나 된다.

셋째, 직거래의 효율성에 대한 인식이 우선되어야 한다. 직거래는 산지의 조직화를 통한 계약재배와 생산관리 등이 조직적으로 이루어지고, 소비자의 조직화와 규모화가 필수조건이다. 단순한 네트워크나 일시적 또는 단기적인 거래계약으로는 지속적인 직거래가 이루어지기 어렵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권역별 도매물류센터가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산지와 소비지 양 편에서 치밀한 조직화가 전제되고, 전속거래를 위한 안정적인 가격수준과 물량처리 능력이 전제되어야 한다. 지금의 양재동 하나로클럽이 도매물류센터로 계획되었다가 대형소매기구인 하나로클럽으로 전환된 시행착오를 반복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넷째, 지역농협의 유통사업은 조직역량 강화 및 지배구조 변화가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농협 유통사업을 산지단계에서 소매단계까지 전 유통단계에 걸쳐 실시하도록 하겠다는 정부의 대책은 옳은 방향이다. 그러나 농협이 유통과정에서 그 역할을 다 하기 위해서는 경영전략적 사고를 가진 전문가가 활동할 수 있는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 특히 조합공동사업법인의 전문성, 공정성, 투명성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변화가 있어야 한다. 부여 쌀 조공법인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끝으로, 직매장이나 꾸러미사업, 직거래 장터 등은 생산자조직이 중심이 되어 로컬푸드 시스템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것이 효과적이다. 로컬푸드 시스템은 지역의 학교급식사업과 결합되어 있고 지역적 범위는 주로 시군단위로 되어 있다. 따라서 생산자조직 및 지자체 중심사업으로 지역의 특성에 맞는 다양한 형태로 추진할 수 있게 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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