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조합장들이 말하는 공선회, 乙(을) 입장 벗어나려면?

  • 입력 2013.06.30 22:49
  • 기자명 어청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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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취형 공동정산 확대·농협 투명성 담보해야

충북 괴산 불정농협 남무현 조합장

우리 농협은 단순 농산물이 거치는 위탁방식이 아니라 주로 수매를 통해 공선회를 운영하고 있다. 조합원들의 요구에 의해서 경제 사업을 하고 있지만, 사실 매취사업이니만큼 늘 불안하게 하고 있는 상태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조합원들이 이 사업들의 위험을 함께 고민하고 농협과 합의해 함께 나아간다는 점이다.

이런 부분 때문에 과감하게 경제사업을 할 수 있다. 공선회를 운영하려면 적어도 농협이 생산에서부터 출하까지 일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능력 있는 원예 기사 등을 영입하고 누가 어떻게 농사짓는지 세세히 다 파악해야 한다. 그래야만 공선회의 농산물품질이 상향평준화 될 수 있다.

공선회가 분명 농민들에게 수취가격을 높여주는 효과가 있지만, 미래를 생각해보면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 우선 농협이 그저 위탁받아 선별·포장·출하·정산만 해주는 소극적인 운영은 지양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어느 순간 농협과 상인의 차이가 없어지게 되고 농민이 농협 사업을 내 사업이라 생각하지 않게 된다. 이게 과연 진짜 공선회일까?

궁극적으로 이 시스템이 고착화되면 농산물 유통회사에 농민들이 위탁하는 개념이 돼버릴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농협이나 농민이나 미래에 생길 수 있는 자연재해, 농산물 가격 폭락 사태를 대비할 수 없다. 농민들은 농협이 수익나면 수익을 배분하라고 요구할 것이고, 농협은 군소리 없이 내줘야 한다. 그러면 앞날에 생길 수 있는 자연재해, 농산물 폭락 등은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그 위험은 결국 고스란히 농민이 떠안게 되어 있다. 그래서 우리 농협은 법정적립금은 규정에 맞게 10%만 적립하고 이용고배당 중에서 유통손실보조금을 많이 적립하는 편이다.

 또 품목별 협의회가 구성된 공선회는 농협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자조금 방식도 도입했다. 복숭아 공선회의 경우 지난해부터 수익의 1%씩 적립한다. 이제 시작이지만 이 자조금과 무이자 자금을 활용하면 자연재해 등 큰 피해를 입어도 영농을 지속할 수 있다.

공선회를 운영하면 꼭 필요한 것이 바로 매취형 공동정산제다. 최소 농산물 값을 농가에 지급하고 농협이 보관하면서 시장가격에 따라 출하량을 조절하는 것이다. 연말에 가서 수익이 나면 추가로 정산해주는 시스템이다. 이렇게 운영하면 기금을 적립해 앞날도 대비하고 농산물 값도 제 값 받고 팔 수 있다.

그러나 이 시스템이 정착되려면 농협의 투명성이 전제돼야 한다. 농협이 공선회를 운영하고 농민이 물건을 맡겼는데 얼마에 팔았는지, 얼마나 수익이 났는지, 어디에 팔았는지 전혀 모르고 농협이 농민에게 정산만해주면 특정 상황에 따라 소문이 나돌고 농민들은 이탈하고 조직은 유리조각처럼 깨질 것이다.

농협의 공선회 운영에 최상의 방법은 농민이 참여하는 열린 조직으로 만드는 것. 그것을 위해 투명성을 담보하는 것. 농협이 지역 농업을 고민하고 생산까지 관리할 정도로 농민에 대해 책임감을 갖는 것이다.

농가와 농협, 서로 신뢰 못하면 공선회 어려워

경남 창원 동읍농협 김순재 조합장

우리 지역에선 주요 농산물이 단감이고 약 700여 농가가 단감 농사를 짓고 있다. 주품종은 부유 단감으로 매년 10월 25일에서 11월 15일까지 수확한다. 동해 피해를 예방하려 적어도 11월 15일에는 모든 수확을 마친다. 수확량은 우리 농협 소재지역만 따져 봐도 10kg박스 120만 개정도 된다.

우리 지역은 이 120만 박스를 밭떼기로 거래하거나, 농가가 직접 수확·선별·포장·출하까지 하는 방식. 그리고 집중 출하시기에 농가가 수확 후 3일 이내에 선별해서 냉장상태로 보관하거나 도매시장, 소매상 등으로 출하하는 방식으로 단감을 판매해왔다.

이 같은 방식으로 단감을 판매하다보니 짧고 집중된 출하시기 때문에 가격 조절엔 늘 실패하고 농가는 상인에 비해 출하에 대한 정보가 없어 손해 보기 일쑤였다. 수확에서 저장에 이르는 시간도 3일 이내에 이뤄져야만, 보관 상태를 제대로 유지할 수 있어 일손 부족도 큰 골칫거리였다.

이에 우리 농협은 규모는 작지만 일부 농가의 참여로 공선회를 운영하고 단감 수매사업을 통해 수출 길을 열고 국내 시장출하를 시작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짧은 시기에 집중 출하되는 농산물을 지역농협이 관리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2011년부터는 농협이 보유하고 있는 선별장 관련 시설물, 지역에서 협조 가능한 작목반, 영농조합법인 등을 총 동원해 마치 전쟁 치르듯 공동선별에 매달려도, 우리 지역 전체 물량의 10% 정도만 공동선별, 수매 사업이 가능한 실정이다. 농협의 시설을 전부 개방하고 주변 생산조직의 도움을 받아 선별장만 무려 7군데에 900평 가까이 마련했어도 이 수준인 것이다.

그렇다고 농협이 시설물과 기계장비 등을 확충하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다. 연중 약 20일만 부족하고, 나머지 345일은 남아돌기 때문에 그 활용도가 매우 낮다. 일 년의 20일을 위해 값 비싼 장비 등을 구비한다는 것은 지역농협의 사정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기존 밭떼기 거래는 농민이 많이 손해보고 농가 내에서 선별·포장·출하하는 방법은 농촌에서 노동력이 부족해 농협의 공동선별과 수매사업이 지역에서 많이 필요로 한 상황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농가는 공동선별을 통해 농산물의 품위를 잘 유지해 제 값 받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하고 농협은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면서 저장성 있는 농산물을 수매해 농가가 연중 일정한 가격을 받도록 노력해야 한다.

수매사업 현장에서 농가와 농협이 서로 신뢰하지 못하고 공선회 운영이 농가의 이익에 기여하지 못하면 힘들게 공선회를 조직했어도 쉽게 깨진다. 공선회를 운영하면서 가장 경계해야할 점이 바로 이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이 우리지역의 공선회는 서서히 정착 단계에 접어들고 있는 것 같다. 농가들은 상호간에 신뢰를 쌓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스스로 의무를 받아 들이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또 지난해부터 마음에 맞는 농민들끼리 공선회 조직을 스스로 해내고 농협으로부터 위임받아 공동선별을 하는 조직이 지역 내 벌써 세 개나 생겼다.

올해 목표는 전체 생산추정량의 15%를 농협이 소화하는 것이다. 지역에서 스스로 나서서 농협 사업에 참여하는 농민들과 주변에서 부족한 장소, 장비, 기자재 등을 메울 수 있는 것들을 찾아 활용하다보면 올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지 않을까 희망한다.

유통문제 유일한 해법, 산지조직화

농민, 주인 정신으로 무장하고 정부·농협, 유인책 마련해야

권승구 동국대 식품산업관리학과 교수

2000년 들어 소비지 시장이 급격히 규모화 됐다. 먹거리 시장이 블루오션이 되면서 국내 10대 대기업이 모두 식품유통업계에 뛰어든 탓이다. 우리나라 농산물 유통구조는 소비지 시장의 힘이 가장 세고 도매 시장이 그 다음, 가장 약한 것이 생산자다.

그러다보니 소비지에서 도매시장을 압박하면 도매시장의 상인들은 다시 생산자를 압박하는 구조다. 왜 언제나 농민·생산자 입장은 없고 소비자 입장만 사회·경제적으로 대두 되는지 그 이유가 바로 이 힘의 차이다.

그래서 꼭 필요한 일이 산지조직화다. 소비지와 도매시장의 힘에 산지가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방책이다. 이미 막강해진 소비지에 산지가 대응하고 조직화해 도매시장을 샌드위치처럼 압박하고 시장을 변화시켜 생산지와 소비지의 힘이 평등해져야 한다.

시장교섭력이 소비지 시장으로 몰리자, 정부가 이에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각종 지원을 해가며 연합마케팅 사업단, 조합공동사업법인, 시군유통회사, APC(산지유통센터) 등을 만들었다. 정부가 주도해서 조직화를 꾀한 것이다.

그런데 겉만 화려할 뿐 하부 조직이 없어 속이 텅텅 비었다. 그 텅 빈 공간을 농협은 농업 엘리트 중심으로 모아 공선회로 산지를 조직화하고 있다. 농협이 잘못하는 일도 많고 생산자 농민에게 늘 욕을 먹지만, 어쨌든 지금 활용할 수 있는 유일한 조직은 농협뿐인 것만은 분명하다.

새로 아래로부터 출발하는 조직을 만들기는 쉽지 않고, 영농조합사업법인으로 농협과 경쟁하는 법인격을 만들어 봤지만 결국 개인 사업자가 돼버렸지 않나. 그렇다면 농협을 채찍질을 하던지 당근을 주던지 하면서 끌고 가야 한다.

그런데 농협이 주도하는 산지조직화에 농민이 방관자가 되어선 곤란하다. 주인의식을 갖고 적극적으로 공선회에 참여하고 농협에 농산물을 전량 내도록 노력해야 한다. 농민이 농협은 망하든 말든 가격 따라 농협에 냈다가 상인에 팔다가 하면 산지조직화는 요원한 일이 되고 결국 농민은 상인에게 굽실거리는 처지가 될 것이다.

때에 따라 농협이 사고를 칠 수도 있고 농민을 속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최소한 농협은 농민이 감시할 수 있고 조합장을 바꿀 수 있지 않나. 상인과 일반 기업이 농민에게 제 값 안주고 후려치면 어디에 하소연 할 수 있을까.

박근혜 정부도 농산물 유통정책을 이것저것 하겠다고 일을 벌일 것이 아니라 산지조직화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농협 중심의 산지조직화를 해내려면 정부가 농민이 농협에 물건을 내도록 유인 정책을 써야 한다.

복잡하게 이런저런 정책 필요 없이 유통지원금을 여기에 집중해 공선회를 조직하고 참여하는 농민에게 유통비용을 보조해줘 농민들이 상인들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게 하면 된다.

이 방식을 통해 농민들이 농협에 물건을 내면 이익이 된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게 해줘야 한다. 초기단계에는 이 보조금을 많이 주고 공선회가 자리 잡아 거래 교섭력을 조금씩 갖게 되면 차츰 줄여 정부의 재정적 부담도 덜 수 있다. 〈정리=어청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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