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연합사업 전속출하조직으로 공선회 키워야

공선회 통한 산지조직화로 FTA에 맞서야
매취형 공동정산·선도농가 참여 등 해결과제도 많아

  • 입력 2013.06.30 22:40
  • 기자명 어청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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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중앙회가 정의하는 공선출하회는 ‘공동으로 선별·출하·정산하는 농협 전속출하조직’이자, 농업·농민·농촌의 생존전략이다. WTO체제 출범과 한칠레FTA, 한미FTA로 어려움에 처한 농민이 살아남을 방법은 오직 산지 조직화를 통해 시장에서 힘을 갖는 것 뿐, 다른 방도가 없다는 것이다.

농협은 공선회를 통해 산지에서부터 조직화하고 이를 연합사업으로 묶어 ‘농산물 제 값 받기’를 꼭 실현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산지에서부터 조직화가 튼튼하게 되면 시장에서의 목소리는 그만큼 높아지고 신뢰가 쌓여 산지가 시장에 맞춰 변하는 것이 아니라 산지의 변화에 시장이 맞추게 될 것이란 예상이다.

▲ 지난 2월 농협중앙회에서 열린 산지유통전략 점검 토론회. 농협은 산지유통연구회를 결성해 산지조직화를 고민하고 있다.

공선회는, 농협 연합사업의 기반조직 될 것

“시장에서는 어찌됐든 물량싸움이다”

농협이 공선회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무엇보다 시장의 변화 때문이다. 이미 먹거리 시장은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형마트 등으로 규모화 돼 소비지의 힘이 강해지면서 이에 대응하려면 오직 ‘뭉치는 방법’밖에 없다는 것이다.

농협중앙회 산지유통부 국병곤 부장은 “어차피 시장에선 물량 싸움이다. 적정한 수준의 품질을 유지하면서 물량만 규모화 되면 시장가격은 그에 따라 움직일 수 있는 여지가 생길 것”이라며 농협이 공선회를 연합 사업의 기반조직으로 만들고 연합 사업을 활성화 하려는 이유를 밝혔다.

농협은 모범사례로 강원연합을 예로 들고 있다. 강원연합은 농협중앙회 강원지역본부가 주관 하는 광역연합사업단으로 강원도 도내 15개 시·군에 34개의 지역농협, 110개의 공선회가 참여해 그 규모가 꽤 크다.

2001년에 풋고추·무·배추·피망으로 시작한 강원연합은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연속 산지유통종합평가에서 전국 최우수조직으로 선정될 정도로 그 명성이 자자하다. 이런 명성 뒤에는 바로 튼튼하게 조직된 지역농협의 공선회가 기반이라는 것이 농협의 분석이다.

농협중앙회 산지유통부 김정호 차장은 “강원연합이 성공할 수 있던 것은 지역농협의 공선회가 자리 잡고 농민들이 꾸준히 품질개선과 출하를 해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지역농협들이 힘을 합쳐 뭉치게 되면 판로는 알아서 열린다는 것.

김 차장은 “일정한 품위를 유지하면서 꾸준히 공급할 수 있는 것이야말로 시장에서 요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강원연합의 경우 출하물량과 출하시기를 결정할 때 도매시장과 유통업체에 의견을 조율한다. 상호간 대화를 통해 협의한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즉 시장에서 교섭력은 산지에서 어떻게 조직화 됐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또 중도매인이 기존에는 큰 단위의 농산물을 경락받아 이를 나눠 소비지에 공급하는 역할을 했다면, 산지조직화로 APC를 거쳐 소포장된 농산물을 받은 중도매인은 소비지 공급 역할만 하면서 적정 마진만 챙기게 돼 산지조직화가 시장을 변화시킨다는 설명이다.

농협은 이같은 변화를 이끌어내려면 언제나 기반조직 공선회가 뒷받침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농협 산지유통부 국병곤 부장은 “강원도 홍천의 서석농협의 경우 조합원들이 전량 농협에 출하한다. 이런 풍토가 기반 돼야 연합 사업도 성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 충북 괴산 불정농협의 감자 수매현장. 농협 직원들은 수매시기가 되면 며칠밤을 지새우고 일에 몰두한다.

농협, 산지육성팀 신설로 공선회 집중육성

교육·지원으로 뒷받침 하겠다

농협중앙회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2012년 기준 공선회는 1,644개에 이른다. 공동으로 계산한 액수는 1조1,002억원. 그러나 농협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판단해 향후 2020년까지 참여 농가수 10만에 2,500개의 공선회를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공동 출하 계산액 5조원(농협 원예판매액의 50%) 달성을 목표로 잡고 있다.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농협중앙회는 본부에 ‘산지육성팀’을 신설하고 교육 및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우선 농민과 임직원 대상 교육을 확대해 산지조직화를 농민과 임직원 모두 ‘당연히 추진해야 할 과제’로 자리 잡게 만들 생각이다.

지난해 공선회 교육에 참여한 농민과 임직원은 총 1만 5,970명. 농협중앙회 산지유통부 국병곤 부장은 “원예 농산물 유통의 시작과 끝은 산지 조직이다. 다른 주체는 산지조직이 제대로 구성되고 난 이후에야 본연의 역할 수행이 용이하다. 농가들을 어떻게 육성하고 공선회로 묶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농협이 공선회 조직육성과 교육, 연합마케팅에 투입하는 무이자자금은 약 4,000억원으로 비용으로 환산시 금액은 한 해 170억원 수준이다.

교육은 주로 생산기술과 유통환경 변화에 관련된 내용이다. 지역 농협에서 공선회를 운영할 때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은 각 농가별 생산기술의 차이에 따른 농산물 품질 차이. 그런데 아무리 정보 공유를 하고 똑같이 재배한다고 하더라도 각 농가의 농지 토질 상태에 따라 품질이 다르다. 이에 농협은 생산기술교육을 각 농가별 환경에 따른 맞춤형 교육으로 진행한다.

농협은 교육에서 꼭 빠져선 안 되는 부분으로 유통환경변화와 가락시장 견학을 꼽고 있다. 도매시장에서 어떻게 농산물 값이 매겨지고 중도매인은 어떤 역할을 하는지, 농민들이 눈으로 직접 봐야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농민 여러분 보세요. 이런 소포장한 것만 팔리지 않습니까. 박스비용을 청구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이겁니다”라며 직접 농산물 거래 현장을 보여주면 농민들이 농사짓고 포장하는 것부터 달라진다는 것이다.

농협은 공선회 집중 육성을 위해 지도·지원 기능도 강화하고 있다. 우수 공선출하회 시상과 ‘산지유통 성공스토리 사례집’을 통해 각 지역농협들의 롤 모델을 만들어 쉽게 뒤따라 올 수 있게 만든다는 것이다.

또 위의 무이자자금 4,000억원 중 1,700억원은 그 운용수익을 농가가 부담한 상품화비용 일부를 농가에 환원하는 용도로 활용해 농민이 공선회에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즉, 공선회 참여농가가 포장, 선별 등 상품화비용으로 납부한 금액 중 일부를 다시 돌려주면서 농가의 부담을 줄여 주는 것이다.

공선회 활성화에 환경적 요소 매우 커

 ‘넘어야 할 산 아직 많아’

전국 1,644개소의 공선회 중 대부분이 원예 농산물을 다루는 공선회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출하시기가 집중되고 정산이 편리한 품목은 공선회가 쉽게 결성되지만, 출하시기가 겹치지 않고 정산이 어려운 품목은 지역농협이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포도와 복숭아, 토마토 같은 경우 출하시기가 거의 겹쳐 그 기간에 집중적으로 지역농협 공선회에서 선별, 포장하거나 지역 APC에 위탁해 선별, 포장하고 출하한다. 그리고 길어야 2~3개월 안에 출하량과 품위에 따라 지역농협이 각 농가에게 정산해주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양념채소류(마늘, 양파, 고추 등)는 이 시스템을 고스란히 적용하기 힘들다. 우선 출하시기가 정식시기에 따라 천차만별이고 창고에 저장하고 긴 시간동안 시장가격을 봐가며 팔아야 하는 품목이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사과와 배처럼 저온창고에 보관하고 긴 시간동안 출하하는 품목들도 정산에 어려움을 겪는다. 예를 들어 똑같은 물건을 팔았음에도 7월에 1,000원에 팔고 농가에게 정산해준 것과 8월에 가격이 껑충 올라 2,000원에 팔게 돼 농가에게 정산 해주면 농가수취가격이 판이하게 달라져 어떤 농가는 억울하고 어떤 농가는 입을 닫는 경우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농협은 현재 매취형 공동정산도 조심스럽게 염두에 두고 있다. 매취형 공동정산은 최소 ‘이 정도 가격은 받을 수 있겠다’ 싶은 가격으로 먼저 농가에게 농산물 값을 지불하고 창고에 저장한 후, 시장가격에 따라 출하시기를 조절하는 것을 말한다. 이후 모두 물건이 팔리고 연말에 수익이 나면 그 수익만큼 농가에게 추가지급 하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점은 공선회를 운영하면 지역의 최고수취가를 받는 선도 농가들이 참여를 꺼리는 점이다. 농협의 공선회는 최고가격보다 가격 등락폭을 줄이고 적정한 수준의 가격을 꾸준히 받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라는 것.

그러나 농협은 실제 선별·운송비용 등을 따져보면 결코 수취가격이 낮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초기에는 농가가 조금 손해를 보는 것 같지만, 참여 농가가 조금씩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유통비용은 줄어들고 이 비용이 줄어든 만큼 농가소득을 높일 수 있는 여력이 있다는 것.

특히 농협은 수익을 목표로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아낀 비용만큼 농가에게 혜택이 돌아간다고 설명했다. <어청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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