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의 마늘을 이야기하다

  • 입력 2013.06.24 08:35
  • 기자명 약선식생활연구센터 고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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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초재배단지가 있어 아이들을 데리고 견학을 갔던 의성에서 나는 마늘보다 먼저 마늘닭을 만났다. 이미 이름이 난 탓인지 친절하지 않은 인상을 주시는 아주머니의 눈치를 보면서 먹었는데 거칠게 짓찧은 마늘을 듬뿍 넣고 간장소스에 버무린 튀김닭이었다.

미처 익지 않아서 거의 생것에 가까운 마늘로 버무려진 닭을 아이들은 먹고 남은 소스에 밥까지 비벼서 알뜰하게 정말 잘도 먹는 것이었다. 그때 나는 너무나 놀라웠고 마늘닭이라는 음식을 생각해낸 이가 무척 지혜롭다고 생각했으며, 의성이 마늘의 주산지이므로 가능한 음식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 마늘통구이
닭과 마늘의 궁합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여름에 더위로 기운이 떨어질 때쯤이면 어김없이 마늘을 잔뜩 넣고 끓여주시던 어머니의 마늘백숙에 관한 기억이 꽤 오래된 과거의 일이기 때문이다. 뜨거워진 외기에 의해 양기를 빼앗긴 인체가 허해진 속과 떨어진 기운을 보충하기 위해 필요로 하는 대표적인 여름 보양식의 궁합이 마늘과 닭이라 선조들이 늘 해먹어오던 음식이기 때문이다.

너무 자주 많이 먹는 것도 좋지 않으니 여름을 나는 동안 그저 서너 번 해먹으면 충분한 마늘닭백숙의 뜨끈하나 시원함을 모르는 아이들에게 더없이 좋은 조리법으로 마늘닭이 제법 훌륭하다는 생각이 든다. 

동양의학 서적인 황제내경에서는 산야초를 맛으로 구분하여 인체를 치유하는 기록이 있고 동의보감에도 맛의 원칙을 이용하여 사람들을 치료하는 기록이 있다. 맛은 우리가 알고 있는 단순한 혀의 즐거움 외에 조화와 치유의 깊은 역사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황제내경이나 동의보감에 앞서 우리나라의 건국신화에 보면 마늘과 쑥만을 백일 간 먹고 사람으로 화한 곰 이야기가 나온다. 음(陰)적인 동물의 전형인 곰이 맵고 따뜻한 성질의 마늘을 먹는 이야기를 만들어낸 우리의 선조들은 이미 수천 년 전이었지만 음양의 이치를 제대로 파악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식생활을 해왔음을 증명하는 좋은 예이다.

마늘은 한의학에서는 호산(胡蒜) 혹은 대산(大蒜)이라 부르는데 성질은 따뜻하고 매운맛을 가지고 있으며 약간의 독성이 있다. 성질이 뜨거워서 찬 기운을 몰아내고 살균, 살충, 해독작용을 가지고 있어서 감기, 오랜 기침, 백일해, 설사, 이질 등에 활용할 수 있으며 비장을 튼튼하게 하고 위를 데우고 학질과 곽란을 치료하는 역할도 한다.

마늘은 당뇨병, 저혈압, 고혈압, 기생충, 해수, 천식, 폐결핵 등에 응용할 수 있으며 강력한 항암제로 유방암, 결장암, 방광암, 피부암, 위암 세포를 줄여주거나 예방한다는 임상 결과도 있다. 또한 동맥 내에 지방이 침적되는 것을 줄여주며 혈전을 방지하는 효과가 현저하므로 혈압강하에 식용할 수 있으며, 마늘의 매운맛 성분인 알리신은 강력한 살균효과와 함께 비타민 B1의 흡수를 높여 주므로 돼지고기 등을 먹을 때 마늘을 함께 먹는 것은 아주 현명한 식생활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마늘이 헤아릴 수 없는 많은 효능을 가지고 있고, 음식의 풍미를 더해 주며 식욕을 촉진하고 생선이나 육류의 냄새를 줄여주지만, 마늘을 먹은 후의 입냄새는 썩 유쾌하지 않으므로 당귀의 생잎을 씹어 먹거나 녹차의 잎, 대추, 파슬리, 정향 등을 이용해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는 마음도 잊어서는 안 되겠다

우유에 잠시 재워 잡냄새를 제거한 닭을 두 번 튀긴다. 그리고 별다른 양념없이 간장에 조청으로 단맛을 첨가하고 짓찧은 마늘을 넣어 소스를 만든다. 거기에 튀겨놓은 닭을 버무리는 마늘닭, 오늘처럼 하늘이 내려앉을 것 같은 습기 많은 날에 딱 좋은 메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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