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하면 돈을 준다고?

  • 입력 2013.06.23 22:49
  • 기자명 한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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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전선이 북부지역에서 생겨나 비를 뿌렸다. 워낙 크게 발달한 북태평양고기압이 북쪽까지 세력을 확장한 때문이라고 한다. 요 며칠간 초여름 날씨라고 보기는 어려운 고온이 사단이었다.

어쨌거나 음력 5월10일에 내리는 비를 태종우라 하여 이날 비가 오면 풍년이 든다고 믿어왔다. 바로 그날 비가 왔다. 태종께서 기우제를 지내도 비가오지 않자 섭위에 꿇어 하늘에 석고대죄를 청해도 비가오지 않았는데 태종이 승하하자 비가 내려 백성들은 풍년이 들게한 태종을 우러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풍년은 군주의 덕이요 만백성의 은혜였다. 6~70년대도 다를 바 없었다. 풍년을 기약하는 풍년기원제(영농발대식)를 우리 스스로 하고 있는 것을 보면 농사일에서 풍작이란 것은 최상의 가치였음을 누가 부정하랴.

그런데 요즘 농민들은 풍년이 들기를 원하지 않는다. 고약한 심보라고 하겠지만 풍작이 되면 가격형성에서 불리하기 때문이다. 농사 잘 지어서 좋은 가격으로 보상이 되면 좋으련만 풍년은 곧 가격하락으로 돌아오니 풍년이 두려운 것이다.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깨지는 순간 농민들은 한숨으로 날을 새워야한다. 농민들의 한숨소리는 그것만이 아니다. 흉작으로 가격이 좀 오른다 싶으면 수입해 버리는 통에 소출적어 손해, 가격하락으로 손해, 2중3중의 손해가 돌아온다.

매스컴의 보도에도 민감해 소비시장은 출렁이는데 농산물의 특성은 공급조절이 잘 안 된다는 것 때문에 트랙터로 갈아버리는 상황이 만들어 지는 것이다. 상황이 이래도 정부 정책은 맨날 헛바퀴만 굴리고 있다. 경쟁력 아니면 할 정책이 따로 없을 정도로 경쟁력 확보는 농업정책의 최전선에 있다. 그래서 경쟁력 방안을 농민들도 연구하고 농업정책도 따라 했다.

대표적인게 한우다. 최고의 마블링에 의한 육질, 어떤 경쟁자가 나타나도 한우만큼은 살아남는다고 했다. 그러나 시장개방이 심화되자 가격면에서 당해낼 재주가 없다. 급기야 농민들이 스스로 사육두수를 축소하고 직판장을 만들고 저가로 버텼으나 이제 한계에 다다른 것이다.

정부는 한우농가의 구조조정을 다시 들고 나왔다. 폐업하면 보상하겠다는 것이다. 경쟁력을 갖추느라 들인 노력과 비용은 어디서 보상할꼬. 양돈농가도 폐업보상, 과수원도 폐업보상, 하우스 농가도 폐업보상. 이대로 농업 정책기조가 지속 된다면 쌀농가도 폐업보상 하겠지.

그럼 우리나라 농사는? 정부정책은 살농(殺農)이었다. 실패할 것이란 가정하에서도 진행되는 일련의 경쟁력 확보라는 미신에서 빠져 나와야 한다. 농업에서의 경쟁력은 자본의 투하로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라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와 농부의 통섭적 이야기로 만들어 내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가진 조건을 깡그리 무시하고 인간본성의 욕망만을 채근하는 경쟁력 신화는 산산히 부서진 이름임을 알아야 한다. 이번 한우농가의 폐업 보상은 정부정책의 오류를 인정하는, 그래서 경쟁보다 협동과 상생이 농정철학이 되는 기회로 삼자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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