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춘대담-농업의 희망을 찾아서

농민들이 나서 신자유주의 농정 바꿔내야
김병태 건국대 명예교수 : 문경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 입력 2007.12.31 14:01
  • 기자명 최병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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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한국농업은 더 이상 희망이 없는 것인가. 그동안의 경쟁력 지상주의에 매몰된 개방농정추진으로 농민 수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고, 농가부채는 농민자살로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한미FTA를 비롯한 각국과의 FTA 추진 등으로 개방농정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 세계는 식량위기를 경고하고 있다. 농업을 이대로 방치했다간, 국제곡물값이 계속해서 폭등, 국가재정 운용의 막대한 부담은 그렇다 하더라도, 돈을 주고도 식량을 구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를 가능성도 크다. 농업은 꼭 살려내야 한다.

신년을 맞아 한국농정신문은 한국농업의 희망과 미래를 모색하기 위해 농업계 원로인 김병태 건국대 명예교수(한국농정신문 고문)와 국내 대표 농민단체인 전국농민회총연맹 문경식 의장을 초청, 지난해 12월 27일 본사 회의실에서 신춘대담을 가졌다.


▶김병태 교수    투쟁 일변도 희생 많아, 마을부터 할 일 찾자
▶문경식 의장    중소농 협업화, 양심적 농업경제학자 등 필요

농업, 농촌, 농민 문제 원인

▲ 김병태 건국대 명예교수(사진왼쪽)와 문경식 전국농민회총연맹의장이 지난달 27일, 본사 사무실에서 ‘농업의 희망을 찾아서’라는 주제로 신춘대담을 나누고 있다.
▶김병태=농촌사회가 이렇게 되어버린 근본원인은 농업을 지배하는 신자유주의를 앞세운 초국적 자본의 지배에 있다. 우선 우리의 농업, 농촌, 농민 문제의 현황을 두고 말씀을 시작해 보시지요.

▶문경식=현재의 농업현실은 2006년 기준으로, 농가가 1백25만호이다. 농민 수는 3백30만, 전체인구의 6.8% 수준이다. 농촌에 거주하는 농민들의 평균연령은 60세, 65세 이상 농민이 30.8%로 초고령화 사회를 이루고 있다. 지금 농촌의 문제는 농촌이 급속하게 고령화되어 앞이 내다 보이지 않는데 있다.

농촌의 붕괴에 농업의 파탄, 젊은이의 농촌탈출 환경의 파괴가 가속화 되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는 세계적 식량위기 상황아래에서 식량주권과 식량안보에 심각한 위협에 직면해 있으며 식품안전, 환경친화적 농업에 대한 관심은 증가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응은 거리가 먼 것이 사실이다. 이에 대한 원인은 WTO, 쌀 수입개방, FTA 등 동시다발적 시장개방에 따른 일련의 살농 정책이다.

▶김병태=원인이 동시다발적 시장개방이라는 것은 정확한 진단이라고 사료된다. 하지만 근본적 원인은 초국적자본의 농촌침탈에 있다. 이는 해방직후 부터 계속되었는데 그 시초는 미국의 농산물 원조에서부터이다. 일관된 한국농업의 종속적 체제가 오늘의 문제를 가져온 것이 거니와 이것이 지금 WTO, 한미FTA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문경식=미국의 신자유주의 농업정책은 세계의 농업시장을 확보하기 위한 일관된 정책으로 펴왔다. 미국이 밀, 목화 등을 지원하면서 우리 고유의 밀, 목화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한때는 밀 종자까지 사라질 지경에 이르다가 지금은 민간운동단체(우리밀살리기운동본부)에서 조금씩 살려내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경제의 숨은 공로자인 농민들에 대한 보상은커녕 눈에 가시로 취급하는 인식도 심각한 문제이다. 박정희 정권 아래서는 저곡가 저임금정책을 통해 고도성장에 기여할 때는 철저히 국가권력에 의해 농업을 통제했지만, 이제는 ‘신성한 시장경제의 원리’에 맡겨야 한다며 농업에 대한 국가의 보호의 의무를 저벼리고 있다.

또한 더 나아가서 7만호 6ha로 대변되는 규모화 농업정책이라는 우리나라의 농업여건에 전혀 맞지 않는 정책으로 우리 농업을 붕괴시키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정부에서 주장하는 친환경 농업은 지속가능한 농업 실현을 위해 당연한 방향이지만, 고품질 친환경 농산물 생산을 재생산 보장없이 농민들에게 온전히 떠맡기는 것은 무책임한 것이다.

농업희망 위한 농정 방향은

▶김병태=원인은 밝혀졌다. 결국 모두에서 이야기 됐던 신자유주의를 앞세운 초국적 자본의 정체가 무엇인지 파고들어야 할 것이다.

경제학에서 나오는 신자유주의는 미국의 제도학파인 시카고학파가 1930년대에 만들어낸 것으로 그 내용은 독점자본에 의한 불완전 경쟁을 국가권력의 개입으로 시장의 경쟁질서를 확보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신자유주의라는 단어가 80년대 중반에 매스컴을 타고 본뜻과는 다르게 등장하기 시작한다.

레이건(레이거노믹스), 대처(대처리즘)가 세계 제패를 위해 제국주의 초국적자본의 해외시장 확보를 위한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우게 된 것이다. 초국적 자본이 내세우는 신자유주의는 WTO를 배경 삼아 국경없이 한 국가를 잠식하게 된다.

이런 방식으로 초국적자본은 그들이 표적으로하는 특정 국가에 자유롭게 드나들면서 시장을 점령하고 있다. 이에 따라 농촌의 고령화, 농촌 인구급감, 식량주권 탈취 등이 나타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신자유주의를 거부해야 하고, 초국적 자본을 앞세운 FTA 국회비준과 WTO를 거부해야 한다.

지금 지구상의 34여개국이 미국과의 FTA를 중단시키고 있고, 80여개국의 농민단체가 연대하여 미국에 대응하고 있다.

▶문경식=태국 농민들은 수출길이 열리고 농사를 많이 지으니까 부가 축적되어 행복한 삶을 살 것이라 생각했는데, 쌀을 더 싸게 생산하기 위해 규모화 하게 되고, 큰 장비를 사서 농사를 지어야 하기 때문에 빚을 지게 되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되어 버렸다.

농산물 대량으로 생산하는 국가도 수입하는 나라로 바뀌어 버렸다. 우리나라의 역대 정권은 세계적으로 검증된 실패한 신자유주의 농정을 바꾸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양심 있는 농업경제학자들이 나서서 농업은 개방이 되어서는 안 되고 시장에 맡겨서는 안 된다고 주장해야 할 것이다.

▶김병태=한국에 농업경제학이라는 학문이 지금도 있느냐? 한국의 대학 가운데 농업경제학이 사라진지는 오래이다. 슬픈 일이다. 농업경제학이라는 학과는 있지만 교과 내용이 바뀌어 버렸다. 전혀 농업경제학이라는 내용이 아니다. 사회과학으로서의 농업경제학이 한국에서 없어진지 오래다.

그래서 한국의 농업문제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는 학자가 드물다. 지엽말단을 가지고 매달리다가 결국엔 유통문제에 초점을 돌리고 있다. 농업경제학의 임무는 농업문제의 본질을 캐내는 일인데 대학에서 사라진지 오래다. 정말 제대로 된 학자들이 드물다.

▶문경식=이번 대선때 모든 후보 진영에 우리의 의견을 전달을 했는데, 민주노동당을 제외한 모든 정당이 한미FTA를 하루속히 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FTA를 체결하지 않는 것이 농업부문의 공약이다.

쌀 값 문제와 쌀 대북지원, 농가부채, 농업의 공공 산업화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새로운 정부는 시장원리에 맡기는 것이 좋다는 뜻을 내놓고 있다. 이런 문제들의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농업에 대한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앞으로 새로운 정부의 농업관은 단순히 공산물을 생산하는 것으로 생각하는것 같은데 그래서는 안 된다.

왜 농업을 유지, 발전시켜야 하는가 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근본이 틀려 있으면, 근본을 바꾸는 투쟁을 전개할 수밖에 없다. 다수의 중소 농가를 친환경으로 점차적으로 전환하는 것, 중소농업의 협업화를 위해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을 요구해야 할 것이다.

농민단체의 역할과 진로는

▶김병태=이제 지혜롭게 대처하기 위한 방안을 만들어야 할 때이다. 희망, 대안이라는 것이 보이지 않을 때 우리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여태까지 진행해 왔던 투쟁일변도적 방식에서는 우리의 희생이 많았다. 투쟁을 하는 한편, 마을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또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문경식=농민이기 때문에 정치적, 정책역량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지역 농민들과 함께 하지 않으면 투쟁도 안 되고 농업의 대안도 없다.

농민들과 함께 농업에 대한 전망을 토론하고 검토하면서 350만 농민들이 포기하지 못하게 농토를 보존하고 농사를 짓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그런 역할에 대한 분담을 해야 할 것이다. 실리를 챙기면서 큰 틀의 신자유주의 농업정책을 바꿔내야 할 것이다. ‘전농’의 조직 속에서 이 문제를 놓고 토론도 했다.

▶김병태=새로운 방향을 찾기 위해 전 조직이 동시에 펼쳐나가는 교육, 홍보가 필요하다. 우리는 밖에서 싸우기 바빠서 집안 단속하는 것이 부족했다. 물론 밖에서 하는 활동도 중요하지만 내부 집 단속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 마을부터 한 걸음, 두 걸음 나아가서는 마을단위 협업화 운동을 솔선하면 우리식 농정의 대안이 될 것이다. 그 가운데서 농협개혁도 자연스레 얻어 낼 것이다.

▶문경식=동의한다. 10여년의 투쟁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지역의 농민운동 활동가들이 너무 피로에 지쳐있다. 농민운동 하면 농가부채가 계속 늘어만 가는 상황이어서 활동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사고와 구조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마을을 사수하고, 내 가정을 지키면서 농사를 짓는 방법이 절실히 요구된다. 때에 따라서는 부문협업도 가능하다. 농촌을 지켜내서 기본적으로 의식주를 해결하는 지속가능한 농업도 만들어 내어야 지역기반도 지켜질 것이다.

그러한 토대가 만들어지지 않는 투쟁은 필요가 없다. 중앙집중식 투쟁방식은 활동가들과 농민들을 너무 지치게 만들기 때문에 ‘지역사수투쟁’으로 투쟁의 방향을 전환해야 할 것이다. 생계를 유지하면서 투쟁을 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김병태=그러한 터전이 바탕이 되면 협동조합 개혁도 자연스럽게 될 것이다. 협동조합 개혁은 이나라 소농문제 해결의 첫걸음이다. 그간 정부에서 추진해 왔던 협동조합 개혁은 ‘개혁’이 아닌 ‘개악’이 되어 버렸다. 신자유주의 초국적 자본이 농촌사회를 지배하는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협동조합이 매우 중요하다.

이는 결국 농민 스스로가 해결할 수밖에 없다. 자기 단위조합부터 바꿔내야 한다는 전략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지역을 기반으로 해서 협동조합운동을 전개한다고 하니 희망이 보인다.

▶문경식=전농 차원에서 협업과 관련된 사례를 모으고 있다. 협업을 통해서 활동가들의 위기, 지역주민과의 연대가 돈독해 지는 역할을 하고 있다. 협동조합이 농민의 손을 떠나서 임직원 중심으로 몸짓 불리기에만 바쁜 것이 사실이다.

새로운 정부는 협동조합 개혁을 못할 것이기 때문에 농민스스로가 바꿔내야 할 것이다. 현장에서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현장농협부터 장악해 나가야 한다. 멀리보고 협동조합개혁(농협중앙회 개혁)을 이루어 나가기 위해서는 교육이 선행되어야 한다. 협동조합 개혁을 하나의 큰 사업으로 정하고 이루어 나갈 것이다.

▶김병태=우리 농업의 희망을 찾기 위해서는 농민의 문제를 농민 스스로가 해결해야 하겠다. 그 기반을 우리 마을 내부에서 잡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농업경영, 가계를 바르게 세우면 된다. 그것이 기초가 되면 협동조합 개혁도 이루어질 것이다.

〈정리=최병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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