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푸드 학교급식, 어떻게 할 것인인가

  • 입력 2013.05.31 14:51
  • 기자명 허남혁 충남발전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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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금의 학교급식지원센터 관련 여러 논란 속에서 단도직입적으로 본론만 말해보자. 학교급식은 근본적으로 교육이어야 한다.

따라서 생산자(농민)와 소비자(영양교사, 학부모, 학생) 간에 얼굴이 보일 수 있는 친환경 로컬푸드 식재료를 공급하는 문제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식교육은 서로 직결돼야 한다. 소비자인 학교가 식재료 생산과정에 함께 참여할 수 있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식교육이 지역에서 상시적, 실질적으로 진행돼야 한다.

즉, 학교급식에 공급되는 친환경 로컬푸드 식재료는 그냥 가격과 품질로 좌우되는 일반적 상품과 다르다. 다양한 사회적 가치(지역농민의 안정적 수취, 지역경제 기여, 생산자와 소비자의 얼굴있는 신뢰관계, 교육자료로서의 역할 등등)까지 실현시켜야 하는, 가치기반 공급사슬을 통해 공급되는 가치내재적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교급식 전품목을 이렇게 공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가급적 생산자-소비자가 가까이서 점진적으로 가치기반 공급사슬을 창출하면서 품목과 양을 확대하는 전략을 취해야 한다. 공급방식의 규모화를 통해 물류효율성을 높이는 전략과는 상반되는 ‘지역밀착화 전략’이다.

그런데 지역밀착화 전략을 취해야 할 품목에 광역화/규모화 전략을 쓰는 경우, 즉 유통센터 개념으로 규모있게 원물을 수집해서 배달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면 생산자 농민도, 소비자 영양교사도 상호관계성이 떨어지면서 만족도가 떨어지게 된다. 가치기반 공급사슬보다는 기존 공급사슬에 가깝기 때문이다.

지역밀착조직이 지역에서 공급가능한 친환경 로컬푸드 농산물을 우선적으로 공급하고 있는 지역에서는 생산자 농민과 소비자 영양교사의 만족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 가치기반 공급사슬에 가깝기 때문이다. 울산 북구, 함안, 사천, 경주, 옥천 사례 등이 대표적이다.

다시 말해 로컬푸드 학교급식에 있어서 지역산 친환경 농산물의 공급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유통관련 시설과 이에 대한 지원사업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역 내 학교급식 관련 주체들(특히 생산자와 구매자 간) 간에 의견과 이해관계를 조정해줄 소프트웨어적인 상시적 코디네이터 역할(결국 사람이 문제다!)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곧 로컬푸드의 핵심 개념인 생산자와 소비자의 거리 축소와 관계 증진을 의미한다. 울산 북구와 옥천은 학교급식지원센터가, 함안과 사천은 교육청이, 경주는 농업기술센터가 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지 못하고 사업자가 학교급식지원센터라는 명목으로 물류센터를 위탁받아 운영하는 경우들이 정작 로컬푸드 농산물 공급에서 성과를 잘 보여주지 못하는 이유다.

코디네이터 역할을 잘 하지 못해서 생산자 쪽에도, 소비자 쪽에도 밀착적 관계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그래서 가치기반 공급사슬을 못 만들어내고, 기존 공급사슬과 뒤섞이게 된다. 그리고, 학교급식 공급방식의 개선은 급진적이 아니라 점진적이어야 한다.

우선 지역에서 공급 가능한 친환경 농산물을 시작으로, 점차 품목 단위로 축산물, 수산물, 1차가공품 중에서 지역산 재료로 지역 주체가 생산하는 품목(가치기반 공급사슬)을 확대해 나가는 방식이다.

위에서 언급한 핵심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일본과 미국의 학교급식 사례들에서 입증된 것들이다. 일본의 ‘지산지소’ 학교급식과 미국의 ‘농장에서 학교로 Farm to School’ 프로그램의 본질 역시, 생산자-소비자 간 지역 코디네이터 역할을 중심으로 가치기반 공급사슬을 통해 로컬푸드 식재료 공급과 식교육을 일체화하는 것이다.

학교급식지원센터는 사업자 조직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공적 기구다. 지역밀착형 품목은 지역 생산자조직이 공급하고(시군 내에서 권역별로 더 쪼개는 것이 바람직하며, 로컬푸드 직판장이 활성화될수록 용이해질 것이다), 나머지 품목은 기존 업체들에 맡긴다.

그리고 전체 과정을 센터가 관리하기만 하면 된다. 광역 수준에서는 일본의 현 학교급식회(재단법인) 모델을 참고하여 광역 지원센터를 설치하며, 광역센터는 지역산 재료를 사용한 가공식품을 개발해 공급하고, 시군 센터를 관리하며, 센터 설립을 지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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