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직거래, 도시와 농촌의 통로 역할

소비자 신뢰 바탕, 21년 정직한 직거래

  • 입력 2013.05.31 11:26
  • 기자명 김희은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원도 강릉 송인숙·고광석 씨 부부>

“건강한 농산물을 생산하겠습니다. 소비자의 신뢰 덕에 어려움을 견딜 수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청지원’ 농장의 소식지가 발송됐다. 소식지 한 편에는 언제나 송인숙, 고광석 부부의 다짐과 소비자에 대한 고마움이 정성스레 담겨있다.

강원도 오대산 자락에 위치한 부부의 농장, 이곳에서 부부는 21년간 토종닭을 기르고 농산물을 재배해왔다. 그동안 수많은 장애물을 넘어온 송 씨는 “돈은 많이 못 벌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출세 한 것 같다”며 넉살웃음을 지었다.

이들 부부와 직거래를 통해 만나고 있는 소비자는 900여명, 부부가 지금까지 지탱해올 수 있었던 힘은 소비자의 신뢰에 있다고 말한다.

시골에서 인터넷을 만나다
홈페이지·SNS 실시간 소통

1993년, 송인숙 씨 부부는 인천의 삶을 정리하고 강원도 강릉 오대산 자락에 터를 잡았다. 첩첩산중, 국군방송 주파수밖에 잡히지 않던 이곳에서 송인숙 씨는 ‘인터넷으로 신문도 볼 수 있다’는 지인의 말에 인터넷을 처음 접하게 됐다.

때마침 인터넷은 기회가 됐다. “1999년도에 인터넷을 배우고 있었는데, 농식품부에서 홈페이지를 개설해 준다고 표본 농가 신청을 받더라고요. 그 때 바로 신청을 해서 정말 운 좋게도 홈페이지를 만들 수 있었어요.” 귀농과 동시에 토종닭을 키우기 시작했던 송 씨는 오고 가는 사람들에게 토종닭을 삶아 판매했고, 인기가 좋았다.

하지만 건강한 발효사료로 항생제를 먹여 키우는 송 씨의 토종닭은 주변 토종닭 농가들에게 그야말로 방해꾼이었다. 송 씨는 타지역으로 팔아야겠다고 결심하던 차에 농식품부가 만들어준 홈페이지를 통해 전자상거래를 시작했다.

송 씨의 토종닭을 맛 본 소비자는 홈페이지를 찾아 추가 주문을 했고, 그렇게 이어진 소비자는 지금까지 계속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귀농 초기 한 식품업체와 거래를 통해 알게 된 소비자들도 농장의 농산물을 꾸준히 이용하며 인연을 맺고 있다.

토종닭부터 시작된 송 씨 농장의 주요 판매 품목은 감자, 돼지감자, 옥수수, 곶감, 오디, 두릅 등 다양한 품목으로 확대됐다. 송 씨는 인터뷰 도중에도 여러 차례 휴대폰으로 SNS를 확인했다. 요즘은 홈페이지보다 실시간으로 확인 가능한 스마트폰을 통해 소비자와 소통을 하고 있다.

송 씨가 SNS에 “모기기피제 만들었어요”라는 글과 함께 사진을 올리면, 소비자들이 댓글을 쓰거나 주문하는 방식이다. “요즘은 홈페이지 보다는 SNS를 많이 이용하잖아요. 예전에는 누구누구 주문을 하겠다 하면 명단을 들고 다니면서 체크했는데, 요즘에는 다들 스마트폰을 쓰니까 주문을 한다고 연락을 주면 바로 휴대폰 메모장에 적어놨다가 배송을 하고 그래요.” 바쁜 농사일에 홈페이지, SNS 관리까지 손이 열 개라도 모자란 지금, 간편한 방법으로 소비자와 소통을 하고 있는 것이다.

 

▲ 송인숙·고광석 씨 부부는 강원도 오대산 자락의 청정 자연에서 닭 2,000수를 방목해 기르고 있다. 건강한 자연에서 기른 만큼, 소비자들의 신뢰는 두텁다.〈사진=한승호 기자〉

소비자 관리, 있는 그대로 드러내라 
직거래는 곧 노력

“아무리 내가 생산한 농산물이 좋다고 하더라도, 소비자가 문제를 삼으면 수긍하고 들어가야 돼요.” 오랫동안 소비자와 직거래를 하면서 소비자가 불만을 지적한 것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농약을 치지 않고 친환경으로 생산하다보니 모양이 예쁘지 않은 농산물이 생산되는 것은 다반사. 처음 농산물을 접한 소비자들은 “어떻게 이런걸 보내냐”며 큰소리를 내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럴 때 마다 송 씨는 소비자들에게 말했다.

“100% 환불해 드리겠습니다. 원하시는 대로 해드리겠습니다. 일단 드셔보시고 다시 이야기해요. 이렇게 말하고 나중에 다시 통화를 하면 강원도 감자는 처음 먹어 봤는데 정말 맛있다고, 환불은 취소하겠다고 말을 해요. 그러면서 소비자 불만을 해결해 나가는 거죠.” 결국 정직한 생산이 답이었다.

송 씨는 소비자에게 정직한 것이 소비자를 지키는 길이라고 말한다. 한번은 소비자에게 보내줄 옥수수를 보니 쥐가 다 갉아 먹고 남은 게 없었다. 송 씨는 그런 상황에서도 “쥐가 옥수수를 다 갉아 먹었습니다. 올해는 보내드릴 옥수수가 없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이야기 했다고 한다.

일반 농가들은 직거래의 어려움으로 소비자 불만해소 문제를 꼽기도 했다. 전문적으로 소비자 불만 해결법을 배운 것도 아닐뿐더러 소비자가 농산물에 불만을 가지면 속수무책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송 씨는 소비자에게 정직과 신뢰를 보여준다면, 소비자와 소통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심지어 농장에 방문해 감 껍질을 깎아보거나 고추를 심어본 소비자라면 ‘우리 노동력이 들어갔으니 가격을 내려야 한다’는 게 아니라 “이렇게 힘든데 가격을 더 올려야 되는 것 아니냐”며 진심어린 격려를 해주기도 한다.

송 씨 스스로 “출세 한 것 같다”라고 말할 수 있는 배경에는 그의 끝없는 노력도 숨어있다. 때때로 송 씨 농장은 고발을 당하거나 어려움에 처하기도 했다. 닭을 삶아 팔다보니 식품위생관리사나 조리사 자격증이 필요했고, 농장은 음식업 허가를 받아야 했다. 뿐만 아니라 닭을 키우기 때문에 축산업 허가에 축산물 판매업까지 등록증과 자격증이 수두룩하다. 어려움 하나하나를 헤쳐나갈 때 마다 공부할 분량은 늘어났고, 자격증이나 등록증도 하나씩 벽에 걸렸다.

주변의 도움 없이 시작했던 터라 그 시간은 더디기만 했다. 그렇기 때문에 약 20년째 공부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직접 재배한 콩으로 만든 된장을 팔기 위해서라도 이런 노력이 필요한 것. “도시에 있었다면 이런 공부는 필요 없었겠죠. 그런데 제가 어디에 취직하기 위해서 이런 공부를 한 것도 아니고 모두 다 제 삶을 위해서 했던 것 같아요.” 목표는 단순하게 질 좋은 농산물을 생산해 소비자들과 직접 거래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직거래는 모두가 뛰어들 수는 있어도 모두가 성공할 수 없는 것처럼 단순한 일이 아니었다. 송 씨는 “농민이 생산한 농산물에 대한 적절한 가격을 받는다는 데에 직거래가 대안이 되는 건 맞는 것 같다. 그런데 확실한 건 6차 산업까지 허용이 될 때 완전한 대책이 마련된다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김희은 기자>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