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 부여에서 희망의 대안을 배운다

  • 입력 2013.05.10 14:13
  • 기자명 허헌중 (주)우리밀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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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4월 24일 충북 음성군농민회가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음성군농업인단체연합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군의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전국 최초로 주민발의에 의해 제출하여 제정된 ‘음성군 농축산물 가격안정기금 설치와 운용에 관한 조례’에 따라 올해 처음 책정한 기금 10억원이 포함된 추가경정 예산안이 통과됐다고 밝혔다.

 

군에서는 2017년까지 해마다 10억원씩 모두 50억원의 기금을 마련할 참이며 지역농협들에서도 관련 기금 조성에 동참하기로 했다고 한다. 조례에는 쌀?고추?복숭아?수박?인삼?한우 6개 농축산물의 도매시장 가격이 최저값 아래로 떨어지면 기금에서 그 차액을 지원하도록 돼 있다. 음성군농민회에 따르면 현재 조례에는 2018년부터 기금을 사용하는 것으로 돼 있지만, 군과 내부적으로 합의, 그 사용 기점을 조례 개정을 통해 내후년 2015년 말로 앞당길 예정이라고 한다.

2009년 가을 수매 받지도 팔지도 못하는 쌀문제로 고통을 겪던 농민단체들이 모여 음성군쌀값보장대책위원회(농민회, 이장단, 농업경영인회, 농촌지도자회, 쌀전업농회)를 결성, 군청과 농협군지부 앞에 벼 190여톤의 산더미를 두 개 만들고 야적투쟁을 벌인 데서 시작한다.

숱한 논의와 토론, 연구?자문 끝에 전국 최초의 주민발의에 의한 음성군 농축산물 가격안정기금 조례 제정운동에 돌입, 2010년 9월부터 연중 가장 바쁜 벼 수확철의 간난신고를 무릅쓰고 무려 6,421명의 피땀어린 서명(법정 연서 주민수 1,760명 이상)을 조직해낸 대중운동의 성취이다.

음성군농업인단체연합회는 이번 주민발의에 의한 조례제정과 기금 예산 통과의 의의로서, 군과 군의회의 성실한 약속 이행, 지자체 농정에 대한 신뢰 확보, 지역농업의 안정적 발전에의 획기적 기여, 어려운 농업현실에서 농정의 유력한 대안으로서 최저가격 보장제 도입, 지역농업의 3주체(자치단체-협동조합-농업인)의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한 유기적 관계 형성, 이러한 조례제정운동의 전국적 확산 가능 등을 들고 있다.

음성군농민회(회장 이상정)가 주도한 이번 주민발의 조례제정운동은 경기 여주, 충남 논산과 부여로 이어지고 있으며, 마침내 부여에서 부여군농민회가 주축이 되어 벌여온 농축산물 최저가격 보장 조례제정운동이 첫 단추를 끼게 되었다.

지난 4월 5일 그동안 16개 읍?면 434개 이장들이 서명위임인으로 참여, 법정 연서 주민수 2,048명을 훨씬 넘기는 3,600여명이 참여한 농축산물 최저가격 보장을 위한 조례안이 주민발의로 제정 청구되었다. 부여의 경우 농축산물 최저가격보장 안정기금으로 100억원 조성을 목표로 하며 대상품목으로는 부여를 대표하는 8가지 농특산물(수박, 메론, 밤, 표고버섯, 방울토마토, 딸기, 양송이, 오이)을 들고 있다.

이들 지역에서의 활동과 성취는 앞으로 우리 농민운동의 혁신과 창조를 위한 모색과 실천에 여러 가지 배울 점들을 보여준다. 지역대중의 가장 절실한 필요(이해와 요구)의 조직화, 주민발의운동이라는 대중의 직접?참여 민주주의 방식, 농민단체 연대조직의 결속력 공고화, 행정-의회-농협-농민단체 간의 소통?협치 역량 제고 등을 들 수 있다.

물론 이제 시작일 것이다. 제대로 된 시행을 감시감독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역대중의 이해와 요구 전반으로 실천의제를 넓혀 지역연대전선을 강화하며 자치와 협동의 진지를 깊고 넓게 튼튼히 구축해나갈 것이다.

그동안 전국 각지에서 이와 같은 모색과 실천은 수없이 많았다. 오늘 새삼 이들 지역의 실천에 주목하는 것은 2014년 지방선거와 2015년 농협장 동시선거를 넘어 농업?농촌문제의 근본 해결을 위한 농민대중의 정치적 승리를 위해 불굴의 의지로 대중운동에 매진하고 있는 동지들에게 지역대중운동의 생생한 모범으로 다시금 공유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대중운동의 생생한 모범을 실천하고자 하는 결의는 전농의 역사 속에 각인되어 있다. ‘자발적인 농민의 참여 속에 전체 농민의 이익을 위해 모든 사업을 실천함으로써 농민의 생활을 향상시키는 생동하는 조직으로 발전할 것’(전농 창립선언문), ‘농업?농촌의 온전한 주인이 되기 위한 대안 수립과 적극적 실천으로 전농이 농민대중과 국민 속에 굳건히 자리 잡아 농업?농촌문제를 해결하는 중심조직으로 바로설 것’ ‘지역에서부터의 농민단결에 의한 강위력한 농민연대체 건설과 이를 통한 교섭력 고양, 지역에서부터의 부문?계층?시민단체의 연대?연합 강화에 주도적 역할을 하여 농업?농촌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정치적 승리에 매진할 것’(전농 창립 20주년 ‘농민선언문’) 등으로 되새긴 바 있다.

오늘 농업?농민문제의 해결을 위한 정책대안 수립이나 그 실현을 위한 운동의 실천에서 음성과 같은 사례는 농민대중이 주체가 되는 진정한 대중노선이 얼마나 중요한지 왜 기본조건이 되어야 하는지를 잘 말해준다.

대중의 절실한 필요를 직접?참여 민주주의 방식으로 조직해내는 것은 우리 운동의 기본노선이며, 가장 기본적이기 때문에 그만큼 일상화하기가 어려운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농민운동 혁신과 창조의 길, 희망의 대안을 찾는 길은 그 어느 때보다 기본에 더욱 철저해지는 데서 구해지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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