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는 알고 선택해서 먹을 권리가 있다!

GMO 표시제 마련 및 토종씨앗 보존육성해야

  • 입력 2013.05.06 00:27
  • 기자명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정책국장 김황경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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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제목도 가물거리지만 어느 미래공상과학 영화에서 사람들이 알약 하나만으로 한 끼를 해결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아! 이렇게 된다면 얼마나 편안한 세상일까? 밥상을 차리기 위해 시간을 낭비할 필요도 없고...'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 그 알약은 흡사 유전자 조작 식품(GMO)의 미래를 떠올리게 한다. 지금이야 옥수수나 콩 모양을 유지한 채 유전자 조작을 했다고 하나 시간이 지나면 눈부신 유전자 조작기술의 발전으로 알약으로 변신해 우리의 식탁을 대신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난 2월 농촌진흥청에서 발간하고 있는 인테러뱅에서는 <농업생명공학 산물의 이해 - GMO 상품화에 대한 다양한 시각들 ->이라는 주제를 다뤘다. 이 자료에 따르면 지금 2011년 현재 전 세계 29개의 나라에서 1억 6천만 ha에서 유전자가 조작된 농산물이 생산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2012년 현재 대두, 옥수수 등 784만 톤에 이르는 사료와 가공 식품 소재로써 GM 농산물을 수입하고 있다. 이렇게 많은 GM 농산물이 쏟아져 들어오지만 정작 GM 성분이 포함되어 있다고 표시된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없다. 그렇다면 과연 국내에 수입된 GM 농산물은 어떻게 사용되고 있으며, 어디에 있을까?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01년부터 유전자조작식품(GMO) 표시제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현재 유전자재조합식품 등의 표시기준에 따른 표시 대상은 안전성평가자료심사위원회에서 안전성 평가 심사 결과 식용으로 수입 또는 생산이 승인된 품목을 주요 원재료(원재료 사용함량 순위 5위 이내)로 사용하여 제조, 가공한 식품 또는 식품첨가물과 이를 다시 주요 원재료로 사용하여 제조, 가공 후 유전자재조합 DNA 또는 외래 단백질의 성분이 남아 있는 식품만을 표시대상으로 한정하고 있다. 그래서 유전자재조합식품임에도 불구하고 예외적으로 표시가 되지 않고 유통되는 식품이 있다. 결론은 유전자재조합이 된 먹거리임에도 불구하고 모르고 먹는 경우가 있다는 사실이다. 더구나 유전자재조합식품에 대한 안전성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유전자조작농산물이나 식품은 현재 과학 기술로 증명된 정도로는 인체와 환경의 위험으로부터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생명을 지속하기 위해 먹는다. 무조건 생명만 유지하면 아무거나 먹어도 상관없다는 말이 아니다. 건강하고 즐겁게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먹고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에게는 내가 먹는 것이 어디에서 누가 어떻게 생산되었는지 알고 선택할 권리가 있다. 정부는 모든 유전자재조합식품에 대해서 표시할 수 있도록 제도를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

여성농민들은 위험한 먹거리 GM 농산물 대신 ‘토종씨앗’을 찾아내 생산한 먹거리가 우리들의 식탁을 채워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토종씨앗은 오랜 기간을 두고 땅에서 직접 키워지고 기후와 환경에 적응하면서 발전되어 왔다. 과정에서 토종씨앗으로 생산된 먹거리는 오랜 시간 동안 직접 먹어보고 실험하면서 몸에 어떻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나쁜 점은 무엇인지에 대한 다양한 기록들이 축적되어 있다.

정부에서는 위험한 GM 농산물이 아닌 토종씨앗을 보존하고 육성하기 위한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식량위기와 기후위기에 대처하는 방편으로 GMO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것은 지속가능한 대책이 아니다. 진정 식량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농지를 만들어 식량 생산을 늘리는 것이,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먹거리를 실험실에서 유전자를 조작하는 것이 아니라 땅에서 키워 지금의 상황에 적응하도록 만들어내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오늘 내 밥상에 올라온 먹거리들이 누가, 어디서, 어떻게 생산되는 것인지를 알게 된다면 우리는 훨씬 더 행복한 식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게다가 오색찬란한 갖가지 채소에 윤기가 흐르는 쌀밥에 새콤달콤하고 쌉싸름한 오감이 가득한 밥상이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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