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제터먹이 사회적 협동조합의 새로운 도전

  • 입력 2013.04.22 08:49
  • 기자명 김호 단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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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되면서 전국 각지에 300개가 넘는 협동조합이 설립되었다고 한다. 얼마 전에 충남 아산에서 생산자와 소비자 101명이 아산제터먹이 사회적 협동조합을 설립하였다. 전국에서 네 번째, 충남에서 첫 번째로 설립된 것인데 출자금 1억 2천만 원이 모였다. 십시일반이다.

사회적 협동조합은 일반 협동조합과 달리 공익적 성격과 비영리성을 강조한다. 그래서 이익잉여금을 배당하지 못하게 되어있고 정부의 감독을 받는다. 또 조합원의 실익 제고 뿐 아니라 지역주민들의 권익 및 복리 증진과 관련된 사업을 수행하거나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나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 비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협동조합이다.

대기업이 농업에 진출하여 농민의 소득을 잠식하고, 한미 FTA의 발효에 이어 한중 FTA의 추진으로 농촌이 떠들썩하다. 도농 간의 빈부격차가 커지고 있고, 농농 간의 빈부격차도 커지고 있다. 아산제터먹이 사회적 협동조합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손을 맞잡고 지역농민과 지역 취약계층의 권익을 위해 순식간에 출자금 1억 2천만 원을 모은 것이다. 놀라운 일이다.

제터먹이란 로컬푸드의 순 우리말이다. 우선 콩나물공장을 운영하는 사업을 시작하였는데, 콩나물공장에서 일하는 고령여성농도 출자하여 조합원이 되었다. 또 아산에 거주하고 있는 결혼이주여성들도 출자하였다. 지금도 출자의사를 밝히는 사람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이 콩나물 공장은 아산의 푸른들영농조합이 통 크게 내어 준 것이다. 약 13년 전에 설립된 푸른들영농조합은 약 400여명의 생산자회원으로 구성되어 있고 친환경농산물을 생산하는 영농법인이다. 푸른들영농조합의 오늘이 있기에는 콩나물공장이 그 기초가 되었을 정도로 의미가 깊은 것이다.

사회적 협동조합의 취지에 공감하여 지역의 영농조합이 함께 나선 것이다. 콩나물의 원료가 되는 콩은 지역에서 전량 자급하기 위해 계약재배 방식으로 조달한다. 이를 위해 콩 생산자를 모집하여 콩 생산에 관한 교육도 실시하였다.

우리나라 콩 자급률은 전체적으로 10%에도 못 미치고 있고, 사료용을 제외하더라도 20%대에 머물러 있다. 아산제터먹이 사회적 협동조합이 콩 생산자에게 안정적인 가격과 판로를 제공해주므로 콩 생산량이 증가할 것이고 기초식량의 자급률 향상에도 기여할 것이다.

지역농협도 아산제터먹이 사회적 협동조합의 운영에 협조하기로 하였다. 아산 음봉농협은 콩 수매자금을 지원하여 수확기 자금압박을 완화시켜 주기로 한 것이다. 협동조합 간 협동의 사례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지역농업의 주체가 모두 나서 공익성과 비영리성의 협동조합운동에 동참하여 자율과 자립의 모범적인 사례를 만들어가고 있다. 소비자도 아산제터먹이 사회적 협동조합에 출자하였다.

충남 천안과 아산, 서울의 서대문구, 경기도 광명시 등에 거주하는 도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였다. 아산제터먹이 사회적 협동조합은 이렇게 생산자와 소비자, 영농법인, 농협, 생협, 결혼이주여성, 시민단체 등이 한마음으로 출발하였다. 이익잉여금의 배당이 없다는 내용을 수차례 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산제터먹이 사회적 협동조합은 지역농업의 활성화와 취약계층의 지원에 뜻을 두고 있다. 저개발국 농촌의 자립을 위한 지원에도 나설 생각이다. 또 이름 그대로 로컬푸드 운동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생산된 농산물의 유통은 직거래방식을 따르고 꾸러미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이윤만을 찾고 효율성만을 지상과제로 하는 경제원칙이 아닌, 재미있고 신명나는 협동의 농촌문화를 복원하고자 한다. 또 밥 한 그릇에 우주가 있다는 도농공생의 생명철학에 입각한 생명운동을 견지한다. 아산제터먹이 사회적 협동조합이 이 같은 취지를 이루어내고 발전시켜간다면 협동조합운동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계기가 되고, 공익성과 비영리성이 따뜻한 사회를 만들어 주는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지역농업의 주체인 생산자조직과 단체, 소비자단체, 시민단체 등이 협동과 연대로 공존공생의 협동조합운동을 전개해 가는 아산제터먹이 사회적 협동조합의 새로운 도전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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