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20년을 준비해야 한다

  • 입력 2013.04.21 16:37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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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농민회총연맹(이하 전농)이 창립된지 23년을 맞이한다. 또한 늦기는 했지만 지난 2011년4월을 목표로 추진했던 전농창립20년사의 발간이 이제야 완성되었다. 모든 농민들과 함께 축하할 일이다.

전농은 1990년 4월24일 그동안 여러 방면으로 나뉘어 한국사회의 농민적 지위향상을 위해 싸우던 단체들이 하나로 뭉쳐 연맹적체계로 창립했다. 전농의 창립은 사회의 민주화요구와 맞물려 전체농민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도록 요구했던 시점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이는 농민들의 이해와 요구에 부합하여 전농을 만들어 냈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70년대 산업화로 비롯된 농촌사회의 급격한 붕괴와 이로 인한 농민들의 결핍과 분노는 농민들을 계급적으로 자각하게 하였고 서서히 전국각지에서 이의 분출이 시작 되었다. 이는 단언코 무의식적 농민들의 이익 갈등이 아닌 농민해방이라는 관점에서 주도적이며 조직적으로 면밀하게 진행되어왔다.

1976년 서경원 전의원을 비롯한 함평고구마사건과 1979년 안동교구를 중심으로 하는 불량씨감자사건은 태동하는 농민계급의 힘과 억누르려는 군부독재가 맞닥뜨린 농민운동의 중요 시발점이라 할 것이다. 이후 년 나주, 해남 등의 수세싸움으로 그동안 억눌렸던 농민들의 사회적 욕구는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고추투쟁, 소몰이 투쟁 등은 신자유주의로 인해 개방화 돼가는 농어업에 대한 피해와 위기의식이 만들어낸 결과물이었고 농민들의 집회와 시위도 격화 되었다.

이런 결과와 경험들은  2.13여의도 대회를 기점으로 사회화 여론화 되었다. 따라서 전농의 창립은 역사적 필연이었고 사회적 필요조건이었다.

우루과이 라운드를 시작으로 점차 개방의 속도를 내던 정부의 농정과 이를 반대하는 농민들간에  전농은 주도적 투쟁을 이끌었고 개방농정저지에 총력을 다해왔다. 그러나 WTO, FTA로 농민들의 삶은 피폐화되고 농촌은 몰락의 길을 걷게 되었다. 투쟁의 대열에 나섰던 수많은 전농의 간부가 죽어가거나 투옥되고 수많은 농민들이 피를 흘렸다.

“투쟁하는 전농 승리하는 전농답게 후회도 원도 없이 싸웠노라”는 회원들의 기억처럼 그동안 전농의 투쟁은 이 나라 농민운동의 역사에 가감 없이 기록 되어야 한다. 이는 사회의 민주화와 더불어 민권의식의 상승과 맞물려 농민도 함께 누려야할 가치를 생산한다는 사회적 위치를 명확히 하고자하는 발버둥이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런 욕구와 필요들은 마침내 정치적 입장을 확고히 하여 진보적 정당을 지지지원하며 스스로 정치일선에 농민대표를 파견하여 농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도록 하는 정치적 목표를 일부나마 달성케 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이러한 성과가 농민해방이라는 대명제 앞에 빛나는 성적표가 아니라는 것을 부인하지 말아야 한다. 사회는 분화하였고 그에 따른 서로의 이해가 달라졌음을 인식해야 한다. 누구도 어느 세력도 전농의 20년에 관심주지 않는 것도 그런 결과로 인식해야 할 것이다. 

그로인하여 지금 농민들은 빈사직전에 놓여있다. 어떻게 해야 이 나라 농업의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인지 명확한 청사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다양하게 엇갈리는 주장들이 백가쟁명하여 갈길을 잃어버린 것처럼 보여지기도 한다. 앞으로 나갈 길이 명확하게 서지 못한다면 전농은 깃발을 내려야 할지도 모른다. 지난시절의 주도적이고 조직적인 면밀한 투쟁의 성과들이 전농을 뒷받침 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백히 기억해야 한다.

이번에 발간한 전농20년사는 전농의 현재적 위치를 분명히 하는 참고서야 한다. 이는 지난날 전농이 땀과 피 그리고 눈물로 만들어온 농민들의 역사다. 멀리는 동학농민전쟁의 기억과 이후 이 땅 제국주의 침탈과 분단으로 얼룩진 농민들의 삶에 기록이다. 신발끈을 조여매고 다시 길을 떠나는 마음가짐이다. 지난날을 회고하고 추억에 잠겨 몇몇 영웅적 투쟁사에 희희락락 하라는 것이 아님을 모두가 알고 있을 것이다.

지난 20년은 이미 과거가 됐다. 그 수많은 선배동지들의 눈물의 기록이 헛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은 남은 자들의 몫이다. 다시 20년을 달려가야 한다. 통일조국, 농민해방의 기치를 높이 치켜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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