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작쟁의부터 신자유주의 투쟁까지, 21세기 갑오농민군 전농

-전농20년사 발간에 부쳐-

  • 입력 2013.04.19 10:42
  • 기자명 전 기 환 전농20년사 편찬위원장 직무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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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많은 시간이 흘렀다.

전농 창립20년 맞아 그간 전농의 발자취를 뒤돌아보고 새로운 농민운동의 전망을 밝히기 위해 전농20년사 편찬을 결정했다. 집필진 모두 농사를 지으면서 글을 쓴다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 산고 끝에 3년이 지나서야 책을 발간했다. 비록 피치 못해 늦어진 일이지만 전농20년사를 기다린 전농의 회원들에게 송구할 뿐이다.

1990년 4월 전국 단일 농민조직으로서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의 출범은 농민운동진영 뿐 아닌 전체 민중민주운동진영의 의미 있는 출범이었다.

1987년 민주화운동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역사 주체로서의 자각으로 시작한 농민운동 단일 전국조직 건설은 노동자들의 전국조직인 전노협과 함께 사회변혁의 주체로서 당당히 서 있음을 선언하는 역사적 의미를 지닌다.

봉건국가인 조선 말기부터 반외세 반봉건의 기치를 든 농민들의 전국적 봉기는 갑오농민전쟁을 통해 봉건체제의 타파를 통한 민주국가로서의 전환을 시도하지만 외세와 양반계급에 의해 좌절되면서 민중들의 주체적 사회건설의 꿈을 실현하지 못하고 식민지로 전락하여 망국의 국민으로 철저하게 유린당한 삶을 살게 된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삶을 유린당한 농민들은 저항을 조직하게 된다.

소작쟁의를 중심으로 외세와 지주에 대한 저항은 독립운동으로 승화되어 농민들이 민족해방운동의 주체로 나선다. 이러한 흐름은 해방 후 전국농민조합총연맹(전농)을 결성하면서 민주국가건설의 핵심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이후 역사적 소용돌이 속에 전농은 와해되고 군부독재의 암울함 속에 농민운동은 긴 동면에 빠져든다. 1970년 개발독재와 수입개방은 농민들의 삶을 피폐화시켰고 농민들은 분산적인 저항을 통해 농민들의 삶을 바꾸려는 시도를 지속적으로 전개한다. 이러한 움직임은 70~80년대 가톨릭농민회, 기독교농민회, 전국농민협회를 통해 전국화 되었으며 1989년 2월13일 여의도 농민항쟁으로 개방농정과 각종 수탈에 대한 울분이 분출한다. 농민들의 지속적이고 조직된 저항은 1990년 4월 역사적인 전국농민회총연맹이 결성되기에 이른다.

전농은 길게는 수천년 내려온 유구한 민중들의 투쟁의 역사를, 짧게는 동학농민전쟁의 역사를 자양분으로 태어났다. 전농의 창립의미는 창립선언문을 통해 발표되었듯 사회구성원의 당당한 주체, 농업의 주인, 사회의 주인으로서 자기역할을 다하기 위함이었다. 봉건적 잔재를 일소하고 개방농정을 자립농정으로 전환하고 분단이 아닌 통일조국의 건설을 중심과제로 선언하면서 사회변혁의 당당한 주체임을 선언하게 된다.

1990년 창립과 함께 20년이 지나 성년이 된 전농은 다시한 번 역사의 주인으로서 식량주권 시대의 주체로서 자기역할을 되돌아보게 한다. 그간 전농의 활동은 지역에서부터 전국으로 개방농정과 자본의 농업수탈에 맞선 다양한 투쟁을 전개한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농민회는 지역 사회의 중심 역할을 수행했으며 UR반대, WTO 세계화 반대, FTA 신자유주의 반대를 통해 농업의 존립을 위한 역할을 수행했다. 그러나 끝이 보이지 않는 투쟁으로 조직은 피로가 누적되었으며 농민들의 이농은 확대되고 회원들의 경제적 어려움과 새로운 대안의 부재속에 농민운동의 핵심역할을 수행한 전농의 조직적 어려움도 확산되었다.

이번 전농20년사 편찬은 단순하게 과거의 역사를 뒤돌아보고 위안을 삼기 위한 과정이 아니었다. 그간의 전농활동을 뒤돌아보고 어려움에 처한 각급단위 조직에 새로운 희망을 주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지금도 농업개방으로 인해 삶의 현장에서 이탈되는 농민들이 우리를 바라보고 있으며 국민들은 식량자급률이 20% 초반대로 하락하면서 식량위기 시대에 직면해 있다. 농업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고 농업의 가치를 지속하기 위한 역할이 전농에게 부여 되고 있다. 다시금 농민들이 이 사회의 주체로 당당히 서기 위한 조직강화, 생산과 생활, 운동이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살아 숨쉬는 운동조직으로 거듭날 때 먼저 간 농민열사들과 선배농민 동지들의 열정에 보답할 수 있는 전농이 될 것이다.

농업은 새로운 사회의 중심동력임을 부정 할 수 없다. 이는 전 세계 진보적 국가에서 농업의 가치를 새롭게 세우고 식량생산을 확대하기 위해 막대한 예산과 인력을 투여하는 모습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를 식량주권의 시대라고 이야기 한다.

식량주권의 시대를 맞이하기 위한 전농의 모든 구성원들이 다시 전농의 새로운 20년을 써 내려 갈 때이다.

전농20년사 편찬위원장은 고 정광훈 의장님이 맡으셨으나 안타깝게도 불의의 사고로 발간을 보지 못하고 고인이 되었다. 생전에 전농20년사 편찬에 보여주신 고 정광훈 의장님의 열정에 감사를 드리며 영전에 이 책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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