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도 실리도 놓친 한돈협회

  • 입력 2013.04.12 16:57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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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돼지가격 하락이 장기간 계속 되면서 양돈농가의 파산이 줄을 잇고 있다. 원인은 이미 나왔다. 구제역 이후 정부가 물가안정 대책으로 돼지고기 수입을 확대한 것이 결정타다. 할당관세의 적용도 부족해 운송비까지 지원하면서 돼지고기 수입을 독려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양돈업계는 성명서 발표와 같은 미온적 태도로 대응했다. 그러다가 국내 돼지고기 시장을 수입돼지고기에 빼앗기고 말았다. 아울러 구제역 이후 집중적으로 입식한 모돈에서 생산된 돼지고기의 출하시기가 도래했다. 여기에 경기 침체로 인한 소비부진까지 일면서 국내 돼지가격은 회복의 기미를 찾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양돈농가들의 위기는 한돈협회를 국회 앞 노숙 농성으로 이끌었다. 한돈협회는 지난 1일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6가지의 대정부 요구사항을 내놓고 농성에 돌입했다. 열흘 뒤 대규모 집회를 예고하며 대정부 압박수위를 높이는 듯 했다. 그런데 7일 돌연 농성 중단과 집회 취소를 선언했다. 한돈협회가 제시한 돼지가격안정대책에 정부가 적극 협력하기로 한 것을 신뢰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정부는 돼지가격 안정을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혀 왔었다. 다시말해 정부 입장은 변화가 없는데, 정부를 불신하며 천막농성에 돌입했던 한돈협회가 농성 7일 만에 갑자기 정부에 대한 신뢰가 생겼다는 것이다.

전국 양돈농가들은 협회의 처신에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돈가 하락으로 양돈농가들이 벼랑 끝에 놓여 있어도 정부의 눈치만 보다가 마지못해 형식적으로 농성을 시작한 거 아니는 게 양돈농가들의 여론이다.

한돈협회의 농성은 시작부터 의구심을 자아냈던 것이 사실이다. 4월 4일 농림축산식품부에서 개최한 축산물 소비촉진운동에 이병모 한돈협회장이 이동필 장관과 나란히 참석해 농성의 진의를 의심케 했다. 정부를 상대로 투쟁 중인 협회장이 정부 행사에 참여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처신이기 때문이다.

농민단체는 농민들의 이해를 대변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런 까닭에 정부와 협력하기도 하고 때로는 정부와 싸우기도 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 한돈협회는 정부에 협력할 때가 아니다. 절박한 양돈현장의 목소리를 담아 정부에 특단의 대책을 촉구해야 할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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