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완전개방, 거부할 수 있다”

DDA 협상 타결까지 현상 유지 ‘최선’
WTO 모든 회원국 선택한 방법 … 한국만 추가협상 연연

  • 입력 2013.03.29 15:42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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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까지 쌀관세화를 유예시키며 최소시장접근물량(MMA)을 의무적으로 늘려온 우리나라가 2015년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DDA(도하아젠다개발) 협상이 타결될 때까지 지금처럼 40만톤의 MMA 물량만을 수입하며 관세화를 미루는 것이 최선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은 지난달 25일 ‘2014년 이후 쌀시장은 어떻게 되나’라는 제목의 이슈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녀름은 “2015년 쌀 시장 관세화 여부는 불가항력적인 것이 아니라 우리의 정책적 선택에 달린 문제”라며 “가장 최선은 현행처럼 관세화 유예를 계속 지키면서 DDA 협상이 타결될 때까지 추가적인 개방조치를 더 이상 확대하지 않고, 현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라고 제안했다.

지난 해 말 농림수산식품부(현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정책과 관계자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쌀)재협상에서는 2014년까지 관세화 유예한다고만 명시돼 있지 재협의 한다는 문구가 없다”면서 “협상문 대로라면 당연히 관세화 되는 것이다”라는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입장이다.

당시 농식품부 관계자는 “쌀에 대해 관세화를 다시 유예시킨다면, 검역 문제나 쌀 이외 다른 분야에 대한 양보를 해야 하고 MMA 쌀수입물량도 40만톤 수준에서 60만톤으로 늘어나 부담도 커진다. 2015년에는 쌀시장을 개방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게 정부 입장”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녀름의 쌀 수입물량 현상유지 가능성에 대한 설명은 이렇다. 쌀 관세화 문제는 UR 농산물 협정에 근거하고 있고, 선진국은 1995년~2000년까지 6년간 약속을 의무이행 했고, 개발도상국은 1995년~2004년까지 10년간 의무를 이행했다. 한국 또한 농업분야에서 개발도상국 지위를 인정받아 10년간 의무를 충실히 이행했다.

그런데 WTO 회원국들은 각각 2000년과 2004년 이후에 추가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현상유지를 하고 있다. 선진국은 2000년 12월 31일 수준의 개방상태를, 개발도상국은 2004년 12월 31일 수준의 개방상태를 지금까지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 이유는 후속 협정문을 만드는 WTO/DDA 협상이 아직도 타결되지 않고 장기 표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녀름을 비롯한 농업연구기관들은 DDA 협상이 장기표류 할 가능성이 훨씬 더 높은 것에 무게를 두고 있다.

문제는 한국이 2004년 쌀재협상을 통해 2014년까지 추가로 의무를 한 번 더 이행하는 잘못을 범했다는 점이다.

녀름은 “당시에도 현상유지에 대한 목소리가 높았지만 정부와 통상관료 그리고 기득권 동맹들은 DDA 협상이 곧 타결될 것이라는 근거 없는 전망을 들어 쌀재협상을 마무리하면서 10년간 추가 의무를 덜컥 합의했다”는 점을 과오로 지적하고 있다. 추가 협의로 쌀의 MMA 물량이 2014년에는 40만톤 수준으로 늘어난다.

참고로 첫 쌀협상에 따라 1995년 국내 소비량의 1%에 해당하는 약 5만톤을 의무수입했고, 정해진 비율에 따라 매년 증가해 10년차인 2004년에는 국내 소비량의 4%에 해당하는 약 20만톤을 수입했다.

우리 정부가 추가협상을 하지 않고 현상유지 전략을 선택했다면 수입쌀 물량은 현재보다 20만톤 적게 국내에 반입할 수 있었다는 말이다.

녀름은 “정부와 통상관료 그리고 개방론자들은 (2015년)관세화로 전환할지, 재협상을 통해 의무수입물량을 추가로 늘려야 할지 여부만 생각하고 있다”면서 “다른 모든 회원국들은 2000년 혹은 2004년 상태에서 현상유지를 해오고 있으므로 한국만 지난 10년의 추가 의무이행에 이어 또다시 의무이행 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녀름은 지난 쌀재협상을 두고 “한국을 ‘글로벌 호구’로 낙인 찍는 계기”로 만들었으며 “자신에게 주어진 권리도 제대로 챙기지 못한 ‘퍼주기 협상’으로 국제적 조롱거리로 전락한 것”이라고 혹평하고 있다.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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