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강서구 대저동. 토마토 수확으로 손놀림이 바쁘지만, 이 지역 상표인 ‘짭짤이 토마토’를 생산하고 있는 김정용 씨의 마음은 편하지 않다. 최근 동부팜한농이 화옹간척지에 유리온실을 짓고 대규모 토마토 농사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최근에 여기서 농사짓는 토마토 농가들이 동부제품 다 안쓰기로 했어요. 그동안 동부에서 나온 비료, 농약들을 많이 사용했는데, 그렇게 번 돈을 토마토 재배하는데 쓴다고 하네요. 허탈합니다.”
짭짤이 토마토는 2월말부터 5월말까지 수확한다. 바다를 메워 간척지를 조성했기 때문에 이 일대의 토마토에서는 짠맛과 단맛이나서 짭짤이라는 별명이 붙은 것이다. 토마토를 수확하고 난 다음에는 같은 자리에 비닐하우스를 철거하고 벼농사를 짓는다.
김정용 씨에게 1년은 토마토로 시작해 다음 작기의 토마토를 준비하는 것으로 끝난다. 1년의 시작과 끝을 토마토 농사에 매달리고 있는 만큼 대기업의 토마토 농사 진출이 그에게 다가오는 것은 청천벽력과 같다. “기업은 덩치에 맞는 일을 해야 하는데 이렇게 영세한 토마토 농사까지 직접 하겠다고 하면 우리는 어떻게 하란 말입니까? 농사 안짓고 집에서 쉬라는 소리입니까?” 최근 동부팜화옹의 유리온실에서 재배된 토마토가 출하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토마토 농가들은 긴장하고 있다.
동부팜화옹이나 정부에서는 90%이상 수출한다고 약속하고 있지만, 농가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토마토 농가들은 대책이 아닌 전면적인 생산 중단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한미FTA 1년이 되는 지난 15일부터 오렌지의 계절관세가 25%로 인하돼 오렌지의 수입량도 눈에 띄게 많아져 토마토 농가들을 어렵게 하고 있다. 토마토 농가들은 국내 시장을 잠식하는 수입 과일과 유리온실에서 재배된 토마토 출하까지 맞물려 이중고를 겪고 있다. <김명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