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발효 1년. 정부가 수출과 투자가 증대했다고 발표한 데 대해 “대국민 사기극”이라며 한미FTA 효과는 없었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됐다. 농업부문도 피해가 예상보다 크지 않았다는 정부 측 주장에 FTA와 관계없이 수입이 감소한데 따른 것이라는 반박이 이어졌다.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 주관, 최규성·김광진·김선동·배기운 의원실 주최로 15일 국회도서관 회의실에서 열린 ‘한미FTA 발효 1년 평가토론회’에 참석한 발표자와 토론자들은 경제·농업·일자리·식품안전 측면에서 효과가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주제발표 나선 이해영 교수(한신대)는 “정부가 사용하는 분석모델로 거시경제 효과를 분석한 결과 GDP 성장이 0%로 드러났다”며 “수년간 정부가 홍보했던 GDP 5.7% 성장과 일자리 최대 34만개 증대가 이행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관세청과 무역협회가 발표한 한미FTA 발효 1년 자료에 따르면 발효 시점인 지난해 3월부터 올해 1월까지 우리나라 대미 수출액은 538억 달러, 수입액은 391억 달러를 기록해 전년대비 각 2.67% 증가, 7.35% 감소를 기록했다. 무역수지 흑자규모는 44%가 급증했다.
그러나 이해영 교수는 “수입이 줄어서 생긴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라고 일축했다. 이어 “발효 직전인 2012년 2월에 47%의 기록적인 수출증가 이후로 급감수준으로 떨어져 실제 대미수출은 0%대”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직접투자가 전년대비 55% 증가했다는 발표에 대해서도 “신규공장 설립 등 고용창출과 연관된 그린필드형 증가율은 46.5%에 불과하고 M&A(인수·합병)가 254.4%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한미FTA로 도산하는 한우농가
농업부분 반박도 이어졌다. 장경호 겸임교수(건국대)는 “발효 시점부터 연말까지 미국산 농산물 수입액은 전년보다 18.5%가 감소했다. 이는 미국의 가뭄으로 옥수수 수입이 크게 줄어든 것과 작년 4월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해 미국산 소고기 수입이 줄었기 때문”이라며 “한미FTA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꼬집었다. 반면 “미국산 오렌지와 체리수입은 각 33.4%, 78%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또 “발효 이후 나타난 피해는 아니지만, 한미FTA 4대 선행조건 중 하나로 정부가 미국산 소고기 수입위생조건을 바꿔줬고 2008년 고시하면서, 미국산 소고기 수입이 증가하고 도산하는 농가가 늘어나고 있다. 한우농가가 한미FTA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부문”이라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이어 “최근 한우, 돼지, 닭, 오리 등 축산물 가격의 폭락은 한미FTA 영향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것으로 과수산업이 축산업에, 축산업이 전체 농업에 연쇄적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근혜 정부 독소조항 재협상 나서야
범국본 박석운 대표는 “박근혜 정부가 ISD(투자자·국가 소송제도) 재협상 포기선언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고, 한중FTA,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를 만지작거리고 있다”며 “독소조항 재협상을 하지 않는다면 폐기에 전면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한미FTA 투쟁을 예고했다.
통합진보당 김선동 의원도 “한미FTA 발효 이후 1년 만에 피해 예측과 우려가 현실이 돼가는 상황”이라며 “박근혜 정부는 ISD에 근거한 론스타의 대한민국 정부 제소, 공공정책의 후퇴, 농산물값 하락, 고용감소 해소를 위해 미국과 FTA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