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필 무렵에 오는 손님, 섬진강 벚굴

  • 입력 2013.03.15 12:23
  • 기자명 약선식생활연구센터 고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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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 살면서 느끼는 재미중의 하나는 품앗이나 물물교환 비슷한 경제활동에 있는 것 같다. 하동에서 양조장을 하시는 분께서 장 담글 메주가 필요하다는 말씀을 하시기에 작년 늦가을에 만들어둔 메주를 조금 나눠드렸더니 빚이라 생각하여 벼르고 계셨는지 어제는 섬진강 하구로 벚굴을 먹으러 오라는 특별한 초대를 해주셨다.

초대를 받고 가는 길에 만난 섬진강은 봄을 따라 흐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하게 했는데 성삼재를 넘어가기 전 까지는 볼 수 없었던 봄기운이 구례를 지나면서는 노란 산수유꽃으로 왔고, 하동이 가까워지자 막 터지기 시작하는 매화꽃망울들이 곧 먹게 될 벚굴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고조시키고 있었다. 

섬진강에서 벚굴은 설을 전후해서 채취하기 시작하지만 벚꽃이 한창인 3~4월이 가장 맛있는 때라고 한다. 그래서 벚굴이라는 이름이 붙여지기도 했지만 물속의 굴이 먹이를 먹기 위해 입을 벌리고 있는 모습을 위에서 보면 꼭 벚꽃이 핀 것 같은 모습이라 벚굴이라 불린다고 하니 나도 강물로 뛰어 들어가 그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싶은 충동이 느껴졌다.

일반 굴들은 R자가 들어간 달에는 독성이 생겨 먹을 수 없다고 하여 4월부터는 먹지 않지만 벚굴은 5월이 되어서야 알로 인한 독성으로 생긴 아린 맛 때문에 먹을 수 없어 저절로 멀리 하게 된다고 한다. 강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지점의 해수와 담수의 비율이 이 벚굴을 키우는 중요한 요소인데 섬진강 하구처럼 6:4의 비율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한다.

벚굴은 얼마나 큰지 한 개를 한 입에 다 먹기는 참으로 벅차다. 구워서 먹는 벚굴의 맛은 입안에 들어오는 순간 짭조름한 바다의 맛으로 먼저 오고 다음엔 달고 목으로 넘어간 다음에는 굴 특유의 향이 길게 남는다. 바다에서 나는 갯굴처럼 강인한 맛은 없지만 서너 개만 먹어도 요기가 될 만큼 든든한 크기나 긴 여운으로 남는 달콤한 향이 섬진강의 봄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게 한다.

굴에는 글리코겐 함량이 높고 필수아미노산인 라이신이 풍부하며 특히 더 풍부한 아연이 인체 내의 여러 효소의 구성성분이 되고 핵산합성과 면역작용에  필수인 미량원소로 어린이의 성장발달이나 면역반응, 신경학적 기능과 생식활동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굴은 혈중 콜레스테롤의 양을 저하시켜 관상동맥경화증, 심근경색, 고혈압 등에 좋고 혈전을 예방하며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세를 가라앉히는 효과가 있다 성장기 아동의 뼈 발육, 성인의 골다공증 예방, 빈혈 치료, 성 기능이 떨어진 남성에게 효과가 있으며 체내 세포의 활성화 기능과 중금속을 해독하는 기능도 우수하다.

그러나 성질이 약간 차서 속이 찬 사람이 먹으면 오히려 기운이 떨어지고 소화가 잘 안 될 수 있으니 조심하는 것도 잊지 않아야 한다.

벚굴은 여러 가지 양념과 함께 먹는 것보다는 생굴로 먹거나 요란하지 않게 최소로 조리하여 굴 자체의 맛을 즐기는 것이 더 좋다. 깊고 큰 그릇에 한 컵 정도의 물만 넣고 굴을 찐 후 레몬즙을 넣고 만든 고추장소스에 찍어 먹으면 그 맛이 아주 훌륭하다.

고추장의 매콤하고 따뜻한 성질은 속이 찬 사람의 소화를 돕고 레몬에 들어있는 구연산은 세균의 번식을 억제하여 식중독을 사전에 예방하고 굴에 함유되어 있는 철분의 흡수를 높이게 되므로 입안에서만 좋은 것이 아니라 벚굴을 건강하게 먹을 수 있으니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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