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농업

  • 입력 2013.03.15 12:22
  • 기자명 한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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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이 잘 풀리지 않거나 힘들 때 스스로를 달래거나 포기하는 심정을 나타내는 말 중에 ‘시골 가서 농사나 짓지’라는 말을 입에 자주 오르내렸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농사도 어렵고 힘들다는 것을 누구나 다 알아서인지 그런 말을 듣지 못한다.

아마 그런 식의 말들은 세상을 경영하려다 뜻대로 되지 않아 낙향하는 관리들이 ‘귀거래사’를 쓰면서 농사짓기를 남은 생의 일로 받아들인 것으로 비롯하지 않았을까 싶다.

청구영언에 이런 시조가 있다. ‘풍파에 놀란 사공 배 팔아 말을 사니/ 구절양장이 물 도곤 어려 왜라 / 이후엔 배도 말도 말고 밭 갈기만 하리라. 이괄의 난을 평정한 장만이라는 사람이 쓴 시조다. 풍파나 구절양장이나 당쟁의 어지러움을 나타낸 것이고 그 속에서 어려운 자신의 처지를 나타내고 있다.

결국 마지막으로는 밭 갈기만 하리라고 다짐 하는데 농사가 그리 만만한 것이라 생각한 것은 아니라 본다. 오히려 농사가 만사의 근원이 되는 일이기에 밭갈이에 대한 실천적 행위를 갈구한 것이라 본다. 그러니 전자의 ’농사나‘짓지’와 후자의 ‘농사짓기’는 차원이 다르다.

요즘은 농사가 여로 모로 변모하였다. 100년 전의 농업이 식량작물중심이었다고 한다면 지금은 다양한 소비자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농업, 환금성작물, 축산등으로 이동했다. 그러다 보니 식량자급이란 측면은 소홀히 될 수밖에 없다.

작물을 키우는 것은 자연환경과 작물의 생리를 잘 이해하고 도와주는 일이 전부라 보면 된다. 그러자니 자연적으로 오래된 농부의 경험은 작물을 잘 이해하고 자연환경과 적절히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으로 집중됐다.

작물이 농부의 발걸음 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말은 이런 작물의 성장변화에 맞춰 거기에 합당한 도움을 줄 수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결국 농업은 작물의 복잡한 관계들을 이해해야하고 그것을 이용 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한 일인 것이다. 즉 ‘똑똑한 농업’은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동필 장관이 임명되면서 첫 일성이 "앞으로의 농업은 스마트해져야 한다. 농업정책도 그에 발맞춰 스마트한 농정을 펼치겠다"라고 했단다. 물론 그래야 될 것으로 본다. 그런데 장관의 스마트 농업과 스마트 농정이 현장과 서로 다르게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늘 그래 왔던 것처럼 수장이 바뀌면 뭔가 전망을 제시하고 그것을 위한 실천적 정책도 제시해야하는 정해진 수순에 의한 것이라면 차라리 듣지 못한 것으로 하고 싶다.

농업은 스마트한 농업인데 정책은 구닥다리로 진행 된게 일상 다반사였고 특히 농축산부의 패배주의, 장관의 자포자기, 정체성포기들을 먼저 챙겨 보아야 할 것은 아닌지...

‘책상물림’이란 말이 있다. 공부는 열심히 했지만 현실은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을 일러 그렇게 말한다. 이동필 장관 스스로 30년 연구생활이라 했다. 농업현장에서 예의 ‘책상물림’이란  자조와 비난이 일지 않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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