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농업 방향 심상치 않다

폭발적인 성장 이면, ‘산업’으로 가려는 경향
도시농업단체, 식물공장 대응할 것

  • 입력 2013.03.08 14:24
  • 기자명 경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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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농업이 사람을 몰고 다닌다. 도시농부학교 수강생 매진행진에 도시텃밭 신청은 삽시간에 끝난다. 호응이 좋으니 지자체도 앞다퉈 도시농업을 시작하거나 확대하고 있다. 이런 도시농업의 뜨거운 열기는 지난해 시행된 ‘도시농업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 제정으로 이어졌고, 이 법에 근거해 농림수산식품부는 ‘제1차 도시농업 육성 5개년(안)’을 수립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환영해야 할 도시농업단체 반응은 싸늘하다. 도시농업이 도농상생이 아닌 특화된 ‘산업’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것. 특히 농식품부가 올해부터 식물공장 상용화를 염두에 둔 시범사업을 시작하면서 의심의 눈초리는 커지고 있다. <경은아 기자>

도시농업 붐

전국귀농운동본부 텃밭보급소의 텃밭보급원 양성 교육 첫째날. 영농경력이 1년 이상인 도시농부들로 서울 사당역의 한 강의실이 가득 찼다. “사람들이 도시농업에 관심이 많다. 양평 한살림 텃밭소모임에서 200평을 분양하는데 3시간 만에 끝났다. 도시농업에 열정을 가진 사람이 많은데 가르쳐 줄 사람이 없어서 지원하게 됐다.” 양평에 귀농한지 3년 됐다는 박주기씨의 지원 동기는 도시농업 열풍을 바로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도시농업 각종 통계는 2010년 대비 승승장구하고 있다. 도시농업 참여자는 76만 6,000명으로 4배가 증가했다. 이는 농촌 농가인구 280여만명의 25%정도를 웃도는 수준이다. 도시텃밭 면적도 558ha(168만7,950평)로 4배가 증가했다. 도시텃밭은 1만 2,662개로 2010년 대비 50배로 대폭 증가했다. 도시농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을 확대하는 지자체도 늘고 있는데 도시농업 지원 조례를 제정한 지자체는 41개로 2010년 9건에서 3.5배 증가했다.

전국귀농운동본부 텃밭보급소의 텃밭보급원 양성 교육에 참가한 도시농부들.

도농상생 빠진 도시농업

정부는 이러한 도시농업 요구를 반영해 지난해 12월, ‘2013 ~2017년 1차 도시농업 육성 5개년 계획(안)’을 내놨다. 비전으로 ‘도시농업 활성화로 도농상생 및 국민 삶의 질 향상’을 제시했고, 5대 전략은 △제도기반 구축 △도시농업 공간 확충 △R&D △인력양성 △홍보다.

문제는 도농상생 추진과제가 전혀 없고 R&D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농자재 시장과 기술개발 등에 초점이 맞춰져 식물공장이나 발광다이오드(LED)를 이용한 채소재배기 등 최첨단 기술을 보급하는 시장형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영등포 도시농업네트워크 정재민 대표는 “우리 단체는 도시농업과 농촌의 중간 고리를 자처한다. 도시농업을 통해 식량주권에 관심 없던 도시민이 농업의 소중함, 먹거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세계 먹거리시스템을 알아가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 대표는 “농식품부 육성계획에 도농상생이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도시농업네트워크 민동욱 운영위원장도 “도시농업만 특화하려는 것이 강하게 보인다. 이러다가 도시와 농촌 분열로 갈 소지가 다분하다”고 우려했다.

반면 농식품부는 아직까지 확정된 계획을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도농상생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농식품부 관계자는 “검토하고 있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식물공장 우려 목소리 높아져

2011년 3월에 준공된 농업진흥청 식물공장. 파종부터 수확 및 포장까지 자동화 시스템을 연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도시농업 35개 단체가 모인 도시농업시민협의회는 지난 4일 식물공장에 대응하기로 결정했다. 농식품부가 올해부터 30억원을 들여 ‘식물공장’을 시범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식물공장은 시설공간에 인공광원(LED 등)을 활용, 온도·양분·수분 등을 정밀하게 제어해 농산물을 연중 생산하는 시스템이다. 초기 투자비용과 운영비가 많이 들어 경제성이 없다는 게 공통된 평가지만, 2009년부터 이명박 정부가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가 어젠다로 채택함에 따라 새로운 성장동력 산업으로 육성됐다.

이후 식물공장은 도시농업의 틈바구니를 비집고 조금씩 자리를 잡아왔다. 지난해에는 서울시 노원구가 식물공장인 ‘노원친환경첨단농업시설’을 착공해 3월 준공 예정이다. 노원구는 식물공장에서 재배되는 채소를 학교 급식용으로 쓸 계획이다.

대구광역시, 경기 오산시도 설립에 들어갔다. 경기도 농업기술원은 지난 2월 중동 ‘카타르’ 국가에 식물공장기술을 수출했다고 발표했고, 농식품부는 올해 상용화를 앞두고 농민·농업법인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추진하기에 이르렀다.

정재민 대표는 “도시농업에 편승해 식물공장이 영역을 넓혀가려고 하는데, 식물공장은 농업이 아니다. 이상기후, 식량위기를 공장으로 대체하겠다는 인식은 농업에 대한 철학이 없는 것”이라며 “식물공장은 농업 살리는 일도 아니고, 현장 농민과 도시농업 둘 다 죽인다. 국민 건강권도 마찬가지다. 고투입 산업으로 환경오염도 일으킬 것”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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