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의 지도자는 딴나라 사람들인가

  • 입력 2013.03.03 23:33
  • 기자명 윤석원 중앙대 교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공직후보자들을 바라보는 국민들은 속이 상한다. 대부분의 후보자들은 하나같이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전관예우, 세금탈루, 다운계약서, 논문중복 게재 등을 필수과정으로 이수했다. 2~3년 사이에 수 십억원의 사례를 받는 것이 당연한 것이고 자산이 공시가격으로 10억원이 넘으면서도 가진 것 없다는 자들을 접하면 도무지 딴나라 사람같이 느껴진다. 병역미필자들은 또 왜 그리 많은지 모르겠다.

더욱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은 이들이 전혀 뉘우침이 없다는 사실이다. 그저 면피용으로 사과하기는 하지만 진정성은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다 그렇게 사는데 나만 억울하다는 투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왜 우리는 도덕성과 청렴성을 가진 인사가 그렇게도 없는 걸까.

어디에서부터 잘못 꼬였을까. 여러 가지 해석이 있을 수 있겠으나, 먼저 1945년 일제 강점기 때의 친일분자들을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것부터 지도자들의 도덕성을 기대하기가 어렵게 되지 않았을까. 민족과 국가보다는 개인의 부와 출세만을 지향했던 부도덕한 재력가, 지주, 지식인 등이 청산되지 못하고 이들이 해방 이후에도 득세한 것이 역사적인 사실이 아니겠는가.

또한 이 땅의 역대 대통령들은 어떤가. 일제의 억압에서 나라를 되찾은 우리민족은 분단의 아픔과 함께 했다. 남쪽에 들어선 대한민국은 열강에 의한 조국의 분단을 몸으로 막으려 했던 김구선생을 피살했고, 처신에 능한 이승만 박사가 대통령이 되었다. 그는 결국 부패와 무능으로 임기 중 하야 했고 미국으로 망명했다. 1960년 일본군사학교 출신인 박정희 소장은 쿠데타에 의해 정권을 잡았고 18년간 철권통치를 자행하다가 심복에 의해 살해되었다.

그 후 하극상의 극치를 보여준 전두환 소장이 계엄 하에서 스스로 대통령에 올랐고 그의 추종자였던 노태우 소장이 대통령이 되었다. 이들은 나중에 국가전복을 기도한 반역죄인으로 최종판결 받았고 그 후 사면되어 아직도 우리와 한 지붕 아래 살고 있다. 수백, 수천의 무모한 이 땅의 선량한 민중을 살해하고도 반성하거나 수치심이란 찾아 볼 수 없다.

그 후 1993년에 김영삼, 1998년 김대중, 2003년 노무현, 2008년 이명박, 2013년 박근혜 등 문민 대통령의 시대가 도래했다. 그러나 이들 또한 국민 전체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대통령은 아니었고, 현재도 아닌 것이 사실이다. 평가 자체도 극과 극이다. 이렇게 최고지도자들이 국민적 존경과 권위 없이 나라를 다스리는 사이 이 땅의 자본가와 고위 공직자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축재에 정신이 없었다.

경제성장이라는 미명하에 천민자본주의에 기대어 돈과 권력은 유착했다. 재벌은 기고만장이고 권력을 가지고 있는 고위 공직자나 퇴임공직자들은 이들에 빌붙어 한 푼 챙기기에 혈안이 되었다. 이들에게서 도덕성과 청렴성, 그리고 민족정기나 노블리스 오브리주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농지를 포함한 전국의 토지는 투기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지금의 에버랜드는 본래 용인자연농원이었다. 농장을 한다고 용인지역의 땅을 사들인 뒤 양돈을 하는척하다가 언제부터인가 놀이공원 에버랜드로 바뀌었고 그 가치는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1960년대 후반 강원도 동해안은 서울에서 버스로 6시간 이상 걸리는 오지였다.

그 오지를 웬일인지 동부그룹이 사들이기 시작했다. 당시 평당 5,000원도 안하던 땅을 1~2만원에 매입한다고 하니까 살기가 어려웠던 대부분의 현지 주민들은 땅을 모두 팔았다. 나의 아버지도 얼마 안 되는 집터와 논밭을 그 때 다 파셨다.

그런데 2~3년이 지났을까 영동고속도로가 뚫리면서 동해안의 땅값은 10배 이상 폭등했고 지금까지도 동해안의 상당한 토지는 동부그룹 소유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래도 언젠가는 도덕적이고 청렴하며 개인의 영욕보다는 국가와 민족, 그리고 공동체를 더 소중히 여길 줄 아는 국민 모두에게 존경받고 사랑받는 지도자를 갖게 되지 않을까. 그날이 빨리 오기만을 고대해 본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