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가 폭락, 양돈농가 최대 위기

한돈협회 비대위, 돈가 안정 대책 마련
생산비 3,976원…돼지가격은 2,900원대

  • 입력 2013.02.22 12:03
  • 기자명 김희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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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양돈업을 그만두면 우리 농장에 일하는 사람들의 생계도 걱정되고, 나보다 적게 하는 농가들도 무너질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희망을 기대하고 있는데 빛은 안 보인다.”

김제의 양돈 농민 손현용 씨는 매주 두 차례 돼지 130마리 정도를 출하하고 있다. 돼지고기 시장은 매년 이맘 때 소비침체로 인해 경기 둔화를 보이고 있지만 올해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2월 돼지고기 지육 1kg 당 평균 경매가격은 탕박(털을 제거한 고기) 기준 3,027원이다. 여기에 돼지 110kg 기준 지육률 75.68%를 곱하면 22만9,000원이라는 농가수취가격이 결정된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양돈농가의 지육 1kg 당 생산비를 3,976원으로 추정하고 있어, 지육률을 적용하면 생산비를 건질 수 있는 가격은 30만원 정도가 된다.

▲ 소비침체로 인한 돼지고기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3월부터 서서히 회복될 것으로 보이지만 “농민들은 수익이 나는 것이 아니라 적자만 줄어들 뿐”이라며 미래를 어둡게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19일 돼지 110kg 기준 농가수취가격은 22만6,000원, 이날 손 씨가 돼지를 출하 했다고 가정하면 마리당 7만4,000원 정도의 적자를 본 것이다. 결국 손 씨는 일주일에 130마리를 출하해 요즘 1,000만원 가까이 손해만 보고 있는 것이다.

대한한돈협회 이병석 차장은 “양돈업계는 전통적으로 3월부터 개학을 하고, 날씨가 풀리면서 나들이로 인해 수요가 증가해왔다. 경기침체로 인한 소비둔화가 원인이라면 3월부터 서서히 회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돼지고기 시장을 수입에 뺏기고, 출하량도 증가해 농민들은 회복을 비관적으로 보고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무관세로 수입된 돼지고기 27만톤이 시장에 풀렸다. 이런 상황에서 구제역 피해를 입었던 농가들이 회복하는 시기와 맞물렸고, 피해를 입지 않은 농가들도 축사시설을 개선해 생산력과 출하두수를 늘리고 있어 더욱 어려워졌다. 3월부터 소비가 서서히 회복될 전망임에도 양돈농민들은 “적자가 줄어들 뿐이지 이득이 생기지는 않는다”며 어둡게 전망하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1월 돼지 도축마리수는 147만5,850마리로 지난해 12월보다 16%, 지난해 동월보다는 54.1%가 증가했다. 또한 평년 동월보다도 33.9% 증가해 앞으로 7월까지 국내 돼지고기 생산량은 지난해 대비 12%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손 씨는 “양돈산업도 양계산업처럼 회사에 종속되는 계열화사업으로 변하고 있다. 양돈농가에서 규모를 키우기도 하지만 하림과 같은 대기업은 여러 개의 사료회사를 소유하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거대한 양돈 계열화사업을 하고 있어 더욱 출하두수가 늘어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정부가 축산물의 가격결정을 시장에만 맡기는 것도 문제다. 한 양돈농민은 “공산품은 인건비, 기름값, 재료값 등이 오르면 단가 자체가 오르지만 축산물은 기름값이나 인건비가 올랐다고 해서 가격을 올리는 법이 없다. 이처럼 돼지가격이 생산비 이하를 아무리 밑돌아도 농민들은 생산비도 못 건지는 불합리한 상황에 처해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농민들이 돼지를 너무 늘린다는 문제는 단면일 뿐 정부의 수입이나 가격 결정권 등에 의해 농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가격 폭락과 양돈농가의 위기는 예정돼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한돈협회는 지난 14일 돈가안정비상대책위원회를 열고 가격안정을 위한 대책을 마련, 19일 농식품부에 전달했다. 비대위는 14일 회의에서 수입돼지고기 검역강화와 수출작업장 위생 점검을 건의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이는 돼지고기 수입이 과잉됨에 따라 돼지고기 가격이 폭락했기 때문에 23개국 2,000여개 수출 작업장에 대해 검역·위생 점검을 강화해 무분별한 수입을 막겠다는 것이다.

또한 비대위는 3월 돼지고기 가격이 경영비(3,721원/kg 탕박) 이하로 내려갈 경우 20만두를 긴급 수매·비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출하중량 110kg 이상을 대상으로 1주일에 걸쳐 수매를 실시하되 모든 부위에 걸쳐 3개월간 비축을 해야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날 논의된 내용으로는 △국내 잉여 돼지고기 해외수출 긴급 추진 △돼지고기 원산지 표시 단속 돈가 안정 시까지 무제한 강화 △한계농장 폐업 유도 및 농장 휴업 제도 도입 △출하량 증가에 따른 모돈 관련 정책 사업 한시적 유보 △국산돼지고기 이용 육가공업체 및 체인점 등 대량소비처 정책적 지원 △도축장 부산물 수출 작업시설 지원 및 부산물 수출업체 수출보조금 지원 등이다. 한돈협회는 농식품부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지만, 농식품부는 “의견을 취합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혀 뚜렷한 결과는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김희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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