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은 얼었어도 농사준비 시작

  • 입력 2013.02.15 11:10
  • 기자명 김덕수 춘천농민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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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겨울엔 유난히도 눈이 많이 내린다. 그러다 보니 농촌들녘은 해가 나도 눈이 쉬 녹지 않는다. 3월까지 하얀 눈밭일 것 같다. 11월 농사가 끝나고 나면, 12월부터 2월까지는 하우스 시공에다 보수작업, 비닐갈기 등등 다음 농사준비로 꽤나 바빠야 하지만, 일주일에 한두번씩 내리는 눈에다 한파에다 아무 것도 못하고 있다.

오래간만에 푹 쉬는 주변 농민들이 눈에 들어온다. 농민회 교육이라도 잡으려고 하면 하우스 일하러 간다는 소리에 힘이 빠지곤 했는데, 올해는 농민회 교육이 있다고 하니깐, 군말 없이 나온다. 역시 겨울엔 농사꾼은 쉬면서 교육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바쁜 농사꾼들이 있다. 바로 토마토 농사꾼이다. 춘천은 토마토 주 생산단지이다. 2월 말에 정식을 한다고 이 추운 겨울에 한파를 무릅쓰고 작업장 정리, 밭에 퇴비내고 갈아엎느라, 또 모종 키우느라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 이렇게 겨우내내 일을 해야만 5~6월에 토마토를 생산할 수 있다. 남녘 지방의 생산물량이 나오기 전에 출하를 해야지만 조금이라도 나은 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에는 토마토 농가들에겐 비상이 걸렸다. 그동안 각종 농약, 비료를 농민들에게 팔아서 몸을 부풀려온 동부한농이라는 농기업이 토마토 수출단지를 직접 운영한다고 한다. 그것도 유리온실을 대규모로 지어서, 토마토를 직접 재배한다고 한다. 여기에 정부 보조금이 막대하게 들어간다고 한다.

춘천의 모든 토마토 생산농가들이 잔뜩 화가나 있는 상태다. 농민회 회원들이 모여 수출전용 토마토를 생산하는 ‘세월교 토마토 작목반’ 회원들도 모두 난리가 났다. 지난 5일에 있었던 전국 토마토 생산자 결의대회에 모두 참가했다.

그리고 이구동성으로 동부한농 불매운동을 적극적으로 하자고 오히려 농민회를 압박(?)하고 있다. 나는 비록 토마토 농사를 짓고 있지는 않지만, 이런 모습이 보기가 좋다. 자신의 이해와 요구를 적극적으로 관철하려고 하는 회원들의 모습을 보면서 농민회가 아직은 지역에서 할일이 많다는 걸 느낀다.

내가 처음 농민회를 할 때보다 지금 많이 변한 것이 있다. 지역마다 생산공동체를 많이 만들려고 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된다. 춘천에는 농민회원들이 중심이 되어 각각의 생산공동체를 조직하고 있다. 한우생산자 조직을 기반으로 하는 춘천농민한우가 있으며, 주유소, 농약, 농자재 판매중심에서 벼, 들깨, 감자, 배추 등의 생산자회로 제2의 도약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춘천우리영농조합이 있다.

그리고 또 사북면 고탄지역의 젊은 회원들이 모여서 협동조합을 도모하고 있다. 귀농귀촌 농가가 꽤 있는 고탄지역의 특성을 살려서 실무력을 겸비한 협동조합을 통해 생산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겨울 한파를 뒤로하고 매일 회의와 선진지 견학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러한 작은 시도와 실천이 바로 그동안 농민회가 하고자 했던 협동조합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설을 지내고 나면, 아직 땅은 얼어있지만, 농사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영농계획도 짜보아야 하고, 올해 소득은 얼마나 될지 주판알도 튕겨봐야한다. 머리속이 복잡하다. 매출 대비 영농비가 너무 많이 들어가지 않기 위해서 할 수 있는 방법이 뭘까 나름대로 머리를 굴려야 한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가장 부담이 되는 교육비도 걱정이고, 해가 바뀌었으니 집에 계시는 부모님 건강 걱정도 해야 하고. 이래저래 돈 쓸 일만 잔뜩인데, 농산물 가격은 작년보다 얼마나 더 올라갈지, 아니 더 떨어지지만 않았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가지고 설을 보낸다. 김덕수 춘천농민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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