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은 제대로 쇠어야 한다

  • 입력 2013.02.10 18:55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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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력 정월 초하루를 왜 설이라고 했을까? 참 궁금하다. 거기다가 설은 왜 쇤다고 할까? 사실 한해를 다시 시작 한다고 하는 것은 과학적으로 아무 의미가 없다. 지구는 계속해서 밤과 낮을 이어가며 반복할 뿐이다. 다만 밤낮의 길이가 변할 뿐이다. 시작이 끝이고 끝이 시작이다. 그뿐이다.

그런데 그것은 노동과 생산에서 비롯된 것임을 금방 알 수 있다. 따지고 보면 노동과 생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달력이 만들어지고 큰 권력일수록 달력을 지배했음은 이를 증명한다.

자본주의가 발달하기 전에 설은 보름까지 쇠었다. 그러나 자본주의가 심화된 지금은 단 3일을 쇠게 할뿐이다. 보름간이나 노동과 생산이 정지되면 자본에 충격이 갈 수밖에 없음을 보면 명확해진다.

설은 농업문명의 산물이다. 그러니 농민들이 주체적으로 즐겨야하는 날이다. 하지만 요즘 농민들은 설날도 쉬지를 못한다. 겨우 떡국 한 그릇 먹으면 우사로, 하우스로, 과수원으로 달려가야 한다. 자본이 그리 만든 것임을 모르지 않는다. 아마 농민들이 하는 말로 죽어야 일손을 놓는다는 자위가 그런 것 일 게다.

농민들은 하늘의 섭리를 알았다. 언제 씨를 넣어야 하는지 언제 거둬야 하는지는 하늘의 이치를 따라야 하기에 섭리를 거스르면 죽어나갈 수밖에 없었다. 그러기에 설은 농경의 중요한 길목이었다. 그래서 설이란 말이 생겨나고 설은 쇤다고 하는 것이다.

몇 가지 설중에 산스크리스트어에 한해의 단위를 ‘살’이라고 한다. ‘살’은 두 가지 뜻이 있는데 그 하나는 해가 돋아나듯 ‘새로 솟는다’는 뜻과 시간적으로 이전과 이후가 달라진다는 구분이나 경계를 뜻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한 ‘살’을 먹는다고도 한다. 이 살이 ‘설’이 되었다는 주장이다. 쇤다는 것도 같은 의미로 본다.

옛말에는 ‘쇠오다’라고 했는데 이는 밤을 새다와 같은 의미로 쓰였다. 새다의 새는 동쪽을 가르치며 이는 시작을 알리는 말인 것이다. 또 하나는 쇠다가 쉬다로 모음교체가 일어났으나 설을 쇠는 것이 설을 쉬는 것이나 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결국 설을 쇠는 것은 휴식이며 새로운 준비의 동안인 것으로 본다.

어쨌든 그래서 설이다. 설이 되면 설빔도 준비하고 떡도 찧어야 한다. 설에 여럿이 함께 하는 놀이를 세시풍속이라 하는데 윷놀이, 줄다리기, 거북이놀이 그런 것들이 기억난다. 이 놀이들이 농경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깊은 연관이 있다. 농사는 혼자서 짓는 것 보다 여럿이 해야 신명이 난다. 그래서 공동으로 함께하는 두레, 품앗이 등이 놀이를 통해 강화시키고 결속시키는 요인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설을 제대로 쇠는 것이 중요하다. 가능하다면 보름까지 온 나라를 축제의 장으로 만들고 한바탕 놀아 보는 거다. 모든 대동세상의 기본틀이 설날 세시놀이에서 시작 된다. 진짜 생명과 순환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몸으로 느껴보자. 진정한 의미의 휴식이 뭔지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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