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소득 보장 하고 농지전용 규제

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 제27회 포럼
농지가격과 친환경농산물 가격 관계 고민

  • 입력 2013.02.08 21:10
  • 기자명 어청식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6일 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가 서대전 아이쿱교육장에서 “농지가격이 친환경농산물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70여명의 조합원과 함께 제27회 포럼을 열었다. 포럼은 경상대학교 장상환 교수의 발표 이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김홍상 선임연구위원, 유재흠 우리밀생산자회 회장 등의 전문가 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이들은 농지보존을 위한 정부의 규제를 강조하면서도 무엇보다 농업소득이 높아져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농지’ 투기의 대상이 아닌 식량안보 핵심 수단

 농지의 소유·보전·이용 어떻게 할 것인가?

▲ 경상대학교 장상환 교수
장상환 교수는 유럽의 제도를 소개하고 우리나라에도 농지에 대한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농사를 짓는 사람만이 농지를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소유의 규제를 확실히 하고 농지를 다른 용도로 전환했을 때 발생하는 불로소득은 국가가 환수해서 다시 농지확보에 투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먼저 장 교수는 정부가 토지 공개념적 인식이 매우 부족하고 농지의 중요성도 잊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05년경 15만 ha에 달하는 농지를 전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농지를 보호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농지를 투기의 대상으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나라를 살펴보면 미국의 경우 2008년 이전 10여년간 주택가격이 70% 이상 올랐지만 독일은 오히려 14%가 떨어졌다. 독일은 최소주거기준을 정해놓고 소득별로 임대료를 지원하는 동시에 임대료의 무분별한 상승을 규제했다. 정부가 부동산의 공적기능을 강화한 결과 부동산 거품이 끼였다 꺼졌다 하는 악순환을 겪지 않은 것이다.

네덜란드도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농사를 직접 하는 사람에게만 그린카드를 주고 이 카드가 없으면 절대로 농지를 소유하지 못하게 하는 제도가 실시되고 있다. 이로 인해 농지를 농사 짓지 않는 자식에게 물려줄 수 없는 시스템이 자리 잡아 농지를 보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교수는 “정부가 식량안보를 걱정한다면 적어도 농지만큼은 독일 및 네덜란드 사례와 같이 토지의 공적인 기능을 중심에 두고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농지의 소유를 규제하기보다 농지 이용도를 더 높이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김홍상 연구위원은 농촌이 고령화 되면서 젊은이들이 그 마을 지역 농사를 실질적으로 다 짓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농지 관리, 물 관리 등에 신경 쓰면서 소유에 대한 규제보다 농지가 효율적으로 이용되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보통 농사짓기 좋은 땅이 도시개발하기도 좋다며 분당, 일산 등 넓은 금싸라기 같은 농지들이 자취를 감췄다고 지적했다. 이런 개발로 인해 자투리 농지가 많이 늘어 휴경하는 농지를 실질적으로 경작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은 “지금과 같은 농산물 가격으론 규모화를 하지 못하면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없다. 젊은 세대를 농촌에 유입시키려면 정부가 최소 3ha 이상 자가 농지를 소유할 수 있도록 돕고 농지를 장기 임대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지난 6일 아이쿱협동조합 연구소가 ‘농지가격이 친환경농산물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포럼을 열었다. 이날 포럼에는 학계와 생산자는 물론 70여명의 소비자 조합원들이 모여 활발하게 토론을 진행했다.

유기농지 여전히 있는 듯 없는 듯

최근 국제원유가 상승으로 인해 고투입 농법에 대해 반성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환경과 건강에 좋은 유기농업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나라 전체 농지 중 유기농지가 차지하는 비율은 1.1%로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유기농업의 확대를 위해 농지의 장기 임대를 안정적으로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장상환 교수가 친환경농가들을 설문조사한 결과, 농민들은 임대한 토지에 대해 토지용역비(유기농지로의 전환)를 투입하기 꺼려하고 있다. 자기 땅이 아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땅심을 키우는 일에 소극적인 것이다.

장 교수는 농사를 안정적으로 지을 수 있도록 지역·품목별로 임대료를 규제하는 동시에 농민이 농지를 장기 임대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농업소득 어떻게 높일지가 관건

 이날 포럼에 참여한 전문가·생산자 농민들은 농지의 보전, 유기농업의 확대를 위해선 무엇보다 먼저 농업소득이 안정적인 수준이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농지 값으로 얻을 수 있는 이자소득에 비해 농업소득이 형편없기 때문이다.

장상환 교수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친환경농사를 짓는 농민 80명중 70%가 자신이 일한 것에 비해 소득수준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다. 이런 상황 때문에 농민 스스로가 농지의 전용을 요구하고 있어 농사만으로 먹고 살기 어려운 조건부터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즉 정부가 먼저 나서 농업소득이 안정적 수준이 되도록 보장해주고 도·농간 소득격차를 줄여야 농지규제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참여자들도 안정적인 농업소득이 먼저라는 데에 큰 이견을 보이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토론자들은 함께 참여한 아이쿱 조합원들의 역할도 강조했다. 농민단체 등이 농지와 농가 부채 문제를 아스팔트 위에서 목 놓아 외칠 때 생협 등 시민사회단체도 함께 머릴 맞대야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어청식 기자>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