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근 흙살림 회장, “유기농이 대안이다”

  • 입력 2013.02.08 14:28
  • 기자명 전빛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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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을 위한 일, 그러나 농민 스스로 할 수 없었던 영역. 이태근 흙살림 회장은 유기농업을 통해 농업을 살리고자 했다.

그리고 지금은 그 유기농업을 토대로 생산부터 유통까지 포괄하며 농민을 위한 일에 힘쓰고 있다. 유기농 불모지였던 우리 농업에 유기농을 정착시키고, 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꾼 이태근 회장. 그에게 우리 농업의 미래를 물었다. 물론 답은 유기농업에 있었다.

<사진= 한승호 기자 정리= 전빛이라 기자>

▲ 유기농과 관련된 것은 다 해보고 싶었다는 이태근 회장. 그는 현장에서 우리 농업의 희망을 찾았다. 유기농업이 바로 그것이다.

- 현재 하고 있는 꾸러미사업 등의 유통 사업은 흙살림의 도전이기도 하지만, 실제 나타난 벽이기도 하다. 농민들은 시장에서 가격 결정권을 갖지 못하기 때문에 유통 문제에서는 항상 뒷전이다. 흙살림의 유통사업, 앞으로의 농촌사회를 변화시키는 데 유력하게 작용할 수 있을까. 어떻게 보는가.

우리 농업이 유통 중심으로 가는 것, 사실 좋은 방향이라 할 수 없다. 생산자 중심으로 힘이 뭉쳐야 하는데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통업체들을 중심으로 힘이 뭉쳐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면 생산자는 그들이 유도 하는 대로 따라가는 수밖에 없다.

 흙살림의 설립 목적은 유기농업을 연구하고 과학적으로 규명해냄으로써 기술을 한 단계 높이는 데 있다. 즉, 유기농의 과학화가 설립 취지라 하겠다.

흙살림이 설립될 당시 유기 농업을 하는 농민들은 기술에 관심이 많았다. 대부분의 기술이 일본의 농업 기술에 종속돼 있는 상황이라 우리나라 흙에 맞는 농법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흙살림이 태동했고, 그에 맞는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지금의 기술은 어느 정도 체계가 잡혀 있고 농민들은 유통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생산에서 유통까지 관심 범위가 확대된 것이다.

사실 현재의 농촌사회에 제일 심각한 문제는 양극화다. 농민간의 빈부격차가 극심해졌다. 문제는 중소농들이다. 협동도 원활하게 되지 않는다.

이제 해결방법은 두 가지다. 유기농업을 통해 시장보다는 꾸러미사업 등 농가 직거래 방법을 이용하고, 중소농들이 직접 가공품을 만들어 팔수 있도록 합법화돼야 한다.

- 지난 시간동안 흙살림 사업도 확대되면서 상당한 생산자 회원을 확보했다. 지금까지의 시간을 돌아보며 현재를 평가한다면.

올해로 귀농한지 30년이 되었다. 초기 10년은 농민운동을 열심히 했다. 괴산농민회도 만들었다. 농민들이 협동해서 힘을 모으면 세상이 바뀔 줄 알았다. 그러나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이런 방식으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고민하다가 농민들이 할 수 없는 영역을 해보고자 했다. 그게 유기농업이다. 유기농업 분야는 그 당시 불모지였다. 기술은 모두 일본기술이고, 유기농업과 관련된 인증도 없었다. 이러한 실정에서 인증기관을 만들기도 했다. 유기농 인증 업무가 정부에서 민간으로 넘어오면서 흙살림이 민간 1호 인증기관이 되었다. 그 동안 이런 부분에서 나름대로의 역할을 해왔다고 생각한다.

유기농과 관련된 것은 다 해보고 싶었다. 그러려면 직접 생산을 해봐야 한다. 농장운영이 그것이다. 이 가운데서도 토종종자 생산에 주목했다. 우리는 현재 1,500여 종의 토종종자를 확보하고 있으며 직접 재배하고 있는 종자는 500여 종 정도다. 민간이 보유하고 있는 것 중에서는 가장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 다음이 유기농 농자재 개발이다. 처음부터 농자재사업을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연구 결과를 적용해보자 해서 시작됐다. 운동이 사업이 된 것이다.

그리고 분석사업을 하기 시작했다. 농약과 유전자변형농산물(GMO), 식중독균, 중금속 등을 분석한다. 사실 돈이 많이 들어가 민간기관이 하기에는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우리는 민간연구소로서의 역할을 해보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던 것이다. 투자 대비 수익이 안 나오는 사업이다. 우리가 유전자조작 원료가 들어가지 않는(NON-GMO) 사료를 처음 개발했다. 오랫동안 현장 중심의 연구를 했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

 현재 흙살림 생산자 회원은 1만여 명이며, 실제 인증 받은 농가는 2,500농가다.

- 그런데 유기농도 결국 자본주의 속성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 흙살림도 생산부터 유통까지 다른 회사들과 경쟁관계 아닌가. 그들과 경쟁하려면 흙살림도 자본주의 방식을 따라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농민들을 경제적으로 더 피폐하게 만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든다. 이 부분이 오히려 농민들에게 고리로 작용하면 곤란하지 않겠나.

이것을 극복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고, 보는 시각에 따라서도 다르다. 흙살림은 농자재와 관련, 대부분의 기술을 공개하고 있다.

자본주의라는 것은 ‘내 것’이라는 명목아래 숨기고 소유하는 것 아닌가. 우리는 미생물 배양 기술도 농민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공개 한다. 우리가 개발한 기술들을 우리 이익을 위해 활용한 적은 없다.

이 기술들을 이용하면 향후 자재비용이 줄어들고 흙살림 자재나 다른 구입 농자재를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이것이 우리의 기술개발 목적이다.

 앞서 말했듯이 돈이 되는 사업이 아니다. 만약 일반 업체들처럼 영업했다면 상당한 부를 축적했을 것이다. 퇴비사업 역시 사업을 통해 돈을 벌겠다는 목적보다는 흙을 살리기 위해 하는 것이다.

이러한 뜻에서 우리는 최근까지 유박을 만들지 않았다. 아마 유박을 만들었다면 수익사업이 되었을 것이다.

퇴비와 함께 미생물을 직접 배양해 토양이 넣으니 흙에도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농민들에게 이익이 된다. 운동과 사업의 협력이라고 할 수 있다. 흙만 제대로 살려내면 생산력이 올라간다. 유기농업을 하는 사람들의 농사가 평균 생산량을 넘어서기도 한다. 유기농은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 단순히 입으로만 떠드는 것은 결코 유기농이 아니다.

- 협동조합 형식의 사회적 기업 흙살림은 유기농을 통해 농산물의 모든 가치를 확보함으로써 농민들을 지속가능하게 하는 길을 선택했다. 이러한 분위기가 농업계 전반으로 확대되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어떻게 하면 좋겠는가.

최근 사회적 경제, 사회적 일자리에 대해 많이 이야기한다. 농협도 협동조합이다. 농협 조합장 직선제로 하면 농민문제, 농업문제 모두 해결된다고 했었다. 그런데 직선제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해결이 안 되고 있지 않는가. 농촌 내 수많은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유기농업이 대안이다. 나이 많은 사람들의 할 일이 생긴다. 유기농업이라는 것은 모두 사람의 손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생산가를 보장받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 보아야 한다.

쌀값이 한 가마 당 40만원 이상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 적절한 직거래와 가공시스템, 일자리가 만들어져야 한다.

- 이명박 정부가 물러나고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다. 새정부 출범에 앞서 농업을 위한 정부의 역할은 무엇이겠는가.

실제 현장에 있어봤지만, 정부가 해결 할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을 더 키워야 할 시점인 것 같다. 우리 스스로한테서 해결책이 나와야 한다.

농업, 농촌 내에도 분명 그러한 해결책이 있다. 유기농업, 꾸러미 직거래 등은 사실 정부의 영역이 아니다. 농민 스스로가 만든 영역이다. 여기에 정부가 관심을 갖고 힘을 보탠다면 새로운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그렇다면, 우리농업의 대안이나 희망은 무엇이라 할 수 있겠나.

우리 농업의 대안이나 희망은 친환경 유기농업이라고 생각한다. 합성 농약이나 화학비료에 길들여져 있는 현재의 관행농업을 과감히 버려야 한다. 자재 의존적인 농업에서 벗어나 흙을 살리고 땅심을 키우는 방식으로 가야한다.

한반도 전체를 유기농업화 하고 농민 스스로 이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유기농업을 하는 농민들이 결국 물과 흙과 공기를 살리는 일을 현장에서 실천해야 한다.

현장에서 실천하는 농민들에게 자재 지원보다는 직접 현금을 지원해야 한다. 농민들을 국가에 봉사하는 공무원으로 대접해야 한다.

그래야 흙이 살고 물이 살고 공기가 사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 이 길이 농민도 살고 소비자도 살고 우리 국가가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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