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농산물에 신음하는 농민들

  • 입력 2013.02.01 13:30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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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벌의 보리농사 오동동이냐 충청도의 고추농사 오동동이냐
아니요 아니요 수입쌀 싣고 오는 화물선 소리
오동동 오동동 그침이 없어 농산물값 똥금되니 오동동이냐

추야절에 농사 잘돼 깨갱맥이냐 농사가 파농이라 깨갱맥이냐
아니요 아니요 쌀값이 오르면 농산물 수입
깨갱맥 깨갱맥 그침이 없어 촌놈가슴 타는 간장 깨갱맥이냐

▲ 검역중인 중국산 신선대파. <김명래 기자>
▲ 경매중인 국산대파. <한승호 기자>
오동동 타령을 개사한 ‘농사꾼 타령’이다. 80년대 중반 불리던 이 노래는 농민운동 지도자 고 정광훈 전농 전의장님이 직접 노랫말을 붙인 것이다. 80년대 전두환 정권 시절 본격적으로 시작된 개방농정이 한국 농업과 농산물 시장을 어떻게 파괴 했는가 잘 보여주고 있다. 

무분별한 외국 농산물 수입은 국내 농산물 가격의 폭락을 불러왔을 뿐만 아니라 생산비 이하의 낮은 농산물 가격을 유지하기 위한 정부 정책의 도구로 활용돼 왔다. 이 와중에 농민들이 겪었을 고통과 혼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수입농산물로 인해 농산물 가격이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가운데 특정 농산물의 가격이 상승하는 경우는 기상재해로 인한 흉작 등 특별한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시장가격이 상승했다고 농민들이 큰 돈 버는 것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실상은 다르다. 대규모 흉작이 농민들에게 이로울 턱이 없다.

품질이 떨어지고 수확량도 격감하기 때문이다. 이런 농민들의 속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시장가격이 올랐다는 한 가지 이유만으로 해당 농산물을 대량 수입하게 되면 농민들은 흉년 속에 가격폭락이라는 두 번 세 번의 날벼락을 맞게 돼 남는 것이라고는 빚뿐. 패가망신의 처지에 몰리게 된다. 이런 사례들은 고추파동, 배추파동 등 비일비재하다. 

수입 농산물을 활용한 정부의 낮은 농산물 가격정책은 이명박 정부 들어 더욱 노골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왜 이런 일들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것일까. 분별없는 농산물 시장개방에 따른 필연적 후과이며 정부 농업정책의 부재, 실패가 낳은 결과다.

수입 농산물의 범람으로 지어볼만한 농사가 날이 갈수록 사라져가는 상황에서 농민들은 무슨 농사를 지어야 할지 우왕좌왕하게 되고 이는 특정 농산물 가격의 폭락과 폭등을 반복하게 한다. 가격폭락으로 수확조차 포기하는 일이 일상다반사로 벌어지며 기상재해, 병충해 창궐 등의 특수한 조건에서 특정 품목의 가격폭등 현상 또한 빈번하다.

반면 정부의 정책이라는 것은 어떠한가? 가격폭락에는 뒷짐 지고 강 건너 불구경, 가격상승에는 즉각적인 수입조치, 정부비축량 방출 등 시장 개입으로 적극적인 진화에 나서는 것이 정책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는 농산물 가격이 오를 기미만 보여도 미리 수입하고 미리 방출하는 기민함을 보여주고 있다. 그 결과, 수입 농산물의 급격한 국내시장 잠식, 국내 농축산 생산기반의 위축과 파괴, 농민들의 대규모 몰락, 세계 최하위, 역대 최저의 식량자급률 등 한국농업이 빈사상태에 빠져버렸다.

농업과 농민의 광범위 하고도 급속한 몰락은 국가 식량공급 체계의 위기 등 전국가적, 전국민적 위기로 비화될 소지가 매우 크다.

출구는 어디에 있는가? 식량주권 실현을 목표로 한 국가책임농정으로 전환하는 과감한 조치가 시급하다.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와 같은 혁신적인 농업정책 도입을 농민들이 주장하는 이유이다. 어렵고 불가능해 보일지라도 유일한 활로가 거기에 있다면, 방법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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