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을 앞둔 우시장은 으레 대목이라고 불린다. 하지만 축산농민에게 ‘대목이라 숨통 트이겠다’는 말은 쉽게 건넬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영하 17도까지 떨어진 홍천 우시장, 새벽 여섯시가 되자 소를 실은 트럭이 줄지어 들어서기 시작했다. 깜깜한 새벽에도 평소보다 많은 소들이 우시장을 꽉꽉 메웠다. 대목에 맞춰 소를 출하하는 농민, 시세를 알아보러 나온 농민, 소를 사러 나온 농민이 한데 얽혀 여기저기 흥정 하는 모습이었다.
대목답게 지난달에 비해 평균가격은 30만원 정도 올랐다. 설을 앞두고 일시적으로 수요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농민들은 이날 우시장 가격이 “좋은편”이라고 평가했지만 오른 가격에 비해 거래는 쉽지 않았다.
소를 사러 나온 농민은 “오늘은 출장두수(우시장에 나온 마리수)에 비해서 가격이 비싸다. 그래서 거래가 잘 안 된다”며 눈치를 살폈고, 활발하게 거래를 준비하던 농민은 “이번 시세는 그나마 괜찮은데 소가 안 팔린다”고 조급한 기색을 내보였다.
지난해 1월 21일 기준 홍천우시장에 출하된 소는 183두, 그 중 80%가 거래됐다. 하지만 이날 우시장에서는 178두가 출하돼 그 중 67%인 119두가 거래됐다. 지난해보다 13%가량 거래량이 줄었다.
박경선 홍천축협 차장은 “경기가 안 좋은 데다 사료가격도 높고 가격이 불투명해서 농민들이 거래를 자제하고 있는 것 같다. 지난해 설에는 과일값이 비싸서 설 선물이 한우 쪽으로 기울어진 덕분에 반사이익이 있었는데 올해는 그런 것도 없다”고 설명했다.
강원도 간성에서 온 신영남 씨는 “소값이 사료값을 못 따라가니까 소를 먹이면 뭐해 재미가 없지. 소값이 있어야 재미가 있고 힘이 나는데 그런 게 없으니까. 명절전인데도 재미가 없어. 춥고 배고프니까 자꾸 뜨신데 들어와서 앉아있는 거지 뭐”라며 오른 사료값을 한탄했다.
그러자 모여 있던 농민들은 송아지생산안정제를 이야기 했다가 도축장예약제를 이야기 하다가 “결국 정치하는 사람들이 정치를 못해서 그런다”는 결론을 냈다.
이어 한 농민은 “수입 곡물가격이 오르니까 한우 생산비까지 오르는데 정부에서 조절할 수 있는 게 쌀값하고 채소값 밖에 없잖아. 밀이나 콩, 옥수수는 전부 미국놈들이 잡고 있으니까. 걔네가 올려버리면 소값이 떨어져도 사료값은 절대 안내려. 우리나라 정부도 곡물 자급화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되는데, 밭직불제 그건 또 쥐꼬리만큼도 안 돼”라며 얽혀버린 농업문제를 비판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우시장에서는 6~7개월령 기준 암송아지 10마리가 평균 101만4,000원에 거래됐고, 수송아지는 30마리 평균 150만원대로 거래됐다. 큰 암소는 19마리가 거래됐다. <김희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