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채소 수급불안, 농협 계약재배 확대가 대안

[현장 좌담회]

  • 입력 2013.02.01 10:22
  • 기자명 전빛이라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파, 양파 등 겨울채소 가격이 해마다 폭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농민은 생업인 농사를 계속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소비자는 당장의 먹거리에 대해 불안해 하지만, 정부는 일단 수입산을 들여와 문제를 ‘간단’하게 해결하고 만다.

지금까지 80%이상을 자체 수급해온 대파마저 밀려드는 수입산에 휘청거리는 현재, 늘어만 가는 수입물량이 국내 농산물의 생산부터 유통에 이르는 전 과정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을까. 그 영향력과 대안에 대해 농민과 산지유통인, 농협, 해당 지자체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좌담회를 통해 정리했다.

�토론자

곽길성 (진도 대파 생산 농민)

전영남 (서남부채소농협 조합장)

김용호 (전남도청 친환경농업과 원예특작담당)

최성환 ((사)한국산지유통인연합회 대구·경북지회 회장)

�사 회 

심증식 (한국농정신문 편집국장)

심증식(사회) : 배추와 양파는 지난해 과도한 수입물량으로 가격폭락을 경험한 바 있다. 지금은 대파가 같은 문제에 직면해 있는데, 각 품목의 현재 상황은 어떠한가.

▲ 곽길성 (진도 대파 생산 농민)
곽길성(진도 대파생산 농민): 1월 중순이 넘어가면서 진도 대파 가격이 바닥을 치고 있다. 이전에는 포전거래가가 평당 1만원대였는데 지금은 포전거래마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실정이다.

대파 가공비는 적게 잡아도 kg당 700원이다. 현재 도매시장가격은 보통 1,000원 초반대가 나오고 있는데, 800원대도 나올 정도로 가격이 낮은 상태다. 가격이 좋을 때 먼저 팔아버린 농가는 느긋한데, 팔지 않는 농가들은 상황이 심각하다.

진도에서는 평당 10kg이 생산된다고 볼 경우, 겨울대파 생산량이 20%가량 줄어들었다. 농업관측센터 자료를 보니 올해 들어 1월 29일까지 수입된 물량이 1,918톤이더라. 2012년 34톤, 2011년에는 3,373톤 수입된 것으로 나타나 있다.

대파값이 떨어졌던 해를 돌아보면 결국 수입대파 영향이 아니겠는가. 지금 작황이 안 좋아 물량이 부족하다. 대파는 할당관세 개념이 없고 완전 자유화품목이라 27%의 관세만 물면 들여올 수 있다. 통제 자체가 안 되는 품목이 대파다.

재작년 가격이 크게 떨어졌을 때 수입산이 많이 들어오니 상시 가격감시품목으로 넣어달라고 요구했으나 이루어지지 않았다.

대파는 해마다 6만5,000톤씩 수입하더라. 국내 1년 소비량 25만톤에서 6만톤이면 거의 30%가까이 되는 것 아닌가. 신선대파는 해마다 가격이 다르지만, 올해는 어느 정도 가격을 유지하다 이렇게 팍 떨어진 것을 보면 할 말이 없다. 감당할 재간이 없다.

건조파는 차치하고, 신선대파는 보통 80%가 자체 수급 가능하니까 민감품목이 아니라고 생각한 것 아닌가. 이러다보니 대파 상황이 이렇게까지 됐다는 것을 우리도 이제야 알았다. 국영무역이 일부가 있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 전영남 (서남부채소농협 조합장)
전영남(서남부채소농협 조합장) : 지난해 7월 4일, 정부가 국내 양파가격 안정을 빌미로 수입산 양파 11만톤을 10% 할당관세로 들여오겠다고 발표했다. 며칠 뒤 양파산업연합회를 주축으로 3,500여명의 농민들이 모여 과천청사 앞으로 달려가 반대 집회를 하기도 했다.

하늘이 도운 덕인지, 정부가 의도한 만큼의 수입은 되지 않았다. 한 달에 1만톤 정도 수입권 공매가 됐는데 실제로는 5,000~6,000톤에 그쳤을 뿐이다. 이후 강보합세를 보이다가 11월 말부터 가격이 오르자 12월과 올해 1월 수입권 공매가 많이 나갔다.

수입업자들은 수입양파를 창고에 넣어 놓고 출하조절을 하더라. 그러기에 현재 시장 가격이 유지되고 있는 것 아닌가 한다. 가락시장에만 수입양파가 하루에 5톤 트럭 8대, 많으면 10대의 물량이 들어간다. 그 이상 들어오면 안 팔리고 가격이 떨어지니 수입상들이 출하량을 조절해 가격이 계속 유지되는 것이다. 수입산 소비처와 국내산 소비처가 따로 있는 것도 하나의 이유다.

2012년산 양파는 극심한 흉작이었다. 평당 16kg밖에 수확하지 못했다. 최대 53kg까지도 수확하는데, 16kg은 대흉작이라 말할 수 있다. 재배 면적은 확대됐는데 작황이 안 좋아 생산량이 줄어들었다.

그러니 올해 문제가 생긴 것이다. 우리도 현재 가지고 있는 물량은 3월 말까지 공급할 정도뿐이다. 계약재배와 수급안정사업으로 물량을 확보하고 주변 창고떼기로 수매해 시장에 유통하고 있다. 그렇다면, 가격이 지금보다 더 올라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지금 양파 유통업자들이 전세계를 돌아다니고 있다. 그런데 상황이 여의치 않은가 보더라. 앞으로 나와야 할 조생종 양파들이 작황이 아주 안 좋다. 제주도는 현재 평당 1만3,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조생종이 출하되기 전까지의 공백 기간 동안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 한다.

▲ 최성환 ((사)한국산지유통인연합회 대구·경북지회 회장)
최성환((사)한국산지유통인연합회 대구·경북지회 회장) : 우리는 배추 물량 확보를 위해 농가에 종자와 선지급금을 준다. 이번에는 평당 5,500원에 계약재배 했다. 농가에서 밭에 심으면 우리가 비료부터 농약 다 치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김치를 먹는 양이 약 60만톤 정도다. 그런데 중국에서 수입되는 김치가 23만톤 정도다. 3분의1이 중국산 김치라는 사실이다. 배추만 들어오는 게 아니다. 중국산 마늘과 고춧가루가 묻어서 들어오지 않겠나. 배추농가뿐 아니라 마늘, 고추농가도 피해가 가는 것이다.

중국에서 배추를 키울 때 엄청난 요소비료를 투입한다. 우리나라 김치에 비해 질산염이 최대 20배까지 검출되고 있다.

이 중국산 배추, 저소득층이 먹고 있는 것이다. 우리 농가가 약화되면 결국 또 중국에 의존해야 하는데, 지금은 싸게 주지만 나중에는 안 준다.

장기적 계획을 세워서 농정을 해야 하는데 그게 안 된다. 관세를 많이 부과해 그걸로 농가를 보호하는 방법이라도 써야 하는데 그런 조치조차 없이 수입에만 급급하다.

현재 배추 가격은 높은 편이다. 그러나 태풍 때문에 정식 시기도 늦었고, 생육 부진으로 수확자체가 어려운 것이 20%나 된다. 이에 대한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것이다.

한파 때문에 출하가 제한되다 보니 시세가 높게 형성되고 있다. 일시적인 현상이다. 사실 지금의 높은 가격은 태풍이 온 9월 20일 전후로 예상됐던 일이다. 기상청에서 올 겨울 한파가 잦고 눈이 많이 올 것이라 예보했다. 그렇다면 정부가 장기적이 대책을 세웠어야 하는데 손 놓고 있다가 지금에 와 물가 안정을 운운하고 있는 상황이다.

▲ 김용호 (전남도청 친환경농업과 원예특작담당)
김용호(전남도청 친환경농업과 원예특작담당) : 아무래도 우리에게는 집행기능만 있지 않느냐. 중앙정부가 하는 역할을 대행하는 역할밖에 못하다 보니 어려움이 많다.

한파가 오고 채소가격이 올라가자 기재부부터 농식품부 등 물가안정 대책반이 일주일에 한 두 번씩은 계속 내려오고 있다. 그런데 실제로는 예년과 크게 다를 바 없는 가격이다. 전체 물가가 올라서 더 비싸게 느껴지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11월 이후부터 기온이 내려가면서 가격이 상승세를 보였다. 그러나 겨울채소들이 본격적으로 출하되면 가격이 안정세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되니 언론에는 보도 자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중앙정부에 가급적이면 수입을 하지 말아달라고 이야기했다.

지난해도 수입농산물과 국내 농산물이 겹치면서 갈아엎은 경험이 있으니,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우리가 중간역할을 해야 하지 않겠나.

가격 오를 때만 시장 개입 ‘문제’… 시장경제에 맡겨야

심증식 : 주요 겨울채소 주산지가 모두 전남도에 몰려있다. 이 겨울채소들이 수입산 때문에 매년 골머리를 앓고 있다. 도민들을 위한 도차원의 대책 강구도 절실한 상황이다. 도청과 농협 등에서는 어떤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나.

김용호 : 전남도에서 운영하고 있는 기금 중에는 ‘농산물가격안정기금’이라는 것이 있다. 배추, 대파 등 수확기 과잉생산 농산물의 가격 폭락과 산지폐기 등 악순환을 막기 위해 주산지에서 이 기금을 운용하고, 도에서는 저온저장시설과 수매자금을 지원하는 기금이다.

겨울채소 가격이 폭락했던 지난해 900억원가량이 필요했다. 부족분 450억원에 대해 정부 지원을 요청했지만 아직도 소식이 없다. 도 차원에서 겨우 모아 지난해 말까지 241억원 정도의 기금이 마련됐다.

진도는 자체적으로 모금해 농가를 지원하고 있고 배추는 정부에서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정부 차원의 노력도 필요하다. 올해도 이에 대해 건의했지만 들어줄지는 미지수다.

전영남 : 이명박 대통령이 쌀과 김치값은 못 올린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중국과 경쟁해야 한다. 중국에서는 2007년부터 토지용역비를 안 받고 있다. 각 농가마다 일정 토지를 분배하고 자급자족하도록 만들었다. 자본이 필요하면 무이자로 빌려주는 등 이미 분배 정책을 쓰고 있다.

그런데 자본주의, 시장경제라고 하는 우리나라가 지금 시장을 완벽하게 통제하고 있다. 이건 결코 시장경제가 아니다. 농산물도 시장에 맡겨야 한다. 왜 그렇게 낮추려고만 하는 것인가. 정작 가격이 낮을 땐 개입하지 않는다. 수요, 공급의 법칙에 따르는 것이 시장경제 아닌가.

중국 가서 보니까 중국에서 양파 20kg 1만원이면 이것은 중국 내에서는 금덩어리다. 그런데도 정부가 터치를 안 하더라. 중국이 바로 옆에 있고, 이들이 분배정책을 쓰는 만큼 한국도 따라가지 못하면 안 되는 것이다.

곽길성 : 형식적으로나마 최저보장가격이라는 게 있지 않는가. 이 자체를 제대로 시행하고 가격을 올려야 한다. 현실화해야 한다는 말이다. 진도대파 최저 생산비보장가격은 2002년에 평당 2,300원이었다. 그런데 10년이 지난 지금 3,100원이다. 평당 최소 생산비용이 5,000원이다. 도매가 kg당 1,300원이 나오면 산지폐기 해야 한다.

“수급조절은 농협의 역할”

전영남 : 정부는 계속 수급조절을 이야기하며 aT를 통해 자꾸 수입산을 들여오고 있다. 그 수급조절 농협이 하면 된다. 마늘의 경우, 중국산과 국산 소비처가 따로 있기 때문에 중국마늘 아무리 많이 수입해 풀어봤자 가격 안정은 되지 않는다.

aT는 국내산 마늘을 수매해 손해를 보면서 대형 유통센터 등에 풀어버린다. 가격이 오를 수가 없는 구조다.

최성환 : 그곳에서 수매하는 물건들은 정상이라 할 수 없다. 장사꾼들이 좋은 물건 싼 가격에 넘겨주지 않는다. 검수과정도 단순해 그냥 넘어간다. 그런 물건들이 대형마트에 풀리면 어떻게 되겠는가. 소비자들은 바보가 아니다. 가격 대비 가치가 없으니 배추 구매를 꺼려하고 결국 소비부진으로 배추가격이 떨어지기까지 한다. 물가를 이런 방법으로 조절하고 있는 것이다.

전영남 : aT는 농안기금으로 수매하기 때문에 적자가 나봤자 그들 손해가 아니다. 계획적으로 싼값에 팔아버린다. 그래서 농협과 마늘산업연합회에서는 절대 aT에 물건 주지 말라고 한다. 가격이 올라간다 싶으면 그렇게 풀어버리니 어쩌겠는가.

곽길성 : 현재의 농안기금 가지고도 수급조절 할 수 있다 생각한다. 농민들 떼돈 벌려고 농사짓는 것 아니다.

적정한 가격형성과 산지폐기를 하지 않는 상황 만들려면 계약재배가 필요해 보인다. 정부도 주요품목 50%이상 계약재배를 이야기하고 있지 않는가.

진도에서는 농협의 대파 계약재배 물량이 5%도 안 된다. 5만톤의 생산이 예상되는데 농협은 3,000톤만 수매했을 뿐이다. 그래도 해남은 농협에서 최대 15%까지 계약재배 하더라. 늘 농협과 농민과의 갈등이다.

농협이 계약재배 물량을 늘릴 수 있게 농협에 수급안정자금 등을 지원 해줘야 한다. 정부는 이 자금을 대형마트와 수입하는 사람들에게 주고 있다. 농협중앙회 자금을 정치적으로 쓰지 말고 사업 잘하는 농협에 무이자자금으로 지원해줘도 20%는 계약재배 물량 쉽게 채울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신뢰가 형성되면 50%는 큰 무리도 아니지 않겠는가. 현 상태에서 해결방법은 그뿐이다.

전영남 : 무안 전체 농협의 양파 계약재배 물량은 약 3만톤정도, 10%가량이다. 우리는 상인들과 경쟁상대가 아니라 같이 가야 하는 동반자의 입장이다. 그들이 없으면 나머지 물량 감당이 안 된다.

우리 조합이 유통하는 물량은 5만톤이다. 계약재배 할 때 다 해놓으면 수매할 때 감당이 안 된다. 원하는 사람만 받아두고, 나머지는 유통을 하면서 창고 채 산다. 상인들이 수매해 놓은 것들을 또 사서 유통하는 방법을 쓴다.

양파도 해마다 계속 가격이 오르내렸다. 그런데 그걸 전량 수매해버리니까 가격 폭등락이 없어지더라. 예전 같으면 무안 도로변마다 양파가 깔려 있었다. 그런데 그걸 다 수매하니 가격 안정이 됐다.

그러나 대파는 저장품목이 아니니 가공공장 등이 세워져야 하지 않을까 한다.

최성환 : 정부에서 산지폐기 지원금 얼마큼 주던가. 시세가 조금 올라가면 수입해오는 게 능사더라. 배추도, 고추도, 비싸야 경쟁력 있고 그래야 생산량 늘어난다. 가격 폭락하면 안 심는 게 사람 심리다.

대파 재배 농가들도 시세가 지금 이렇게 되면 내년에 안 심고, 그럼 또 가격 폭등한다. 자급자족되도록 놔두면 된다. 유통의 흐름을 그대로 내버려 둬야 한다.

김용호 : 무거운 마음이 앞선다. 가만 보니 눈이오나 날이 좋으나 항시 신경이 곤두서있다. 배추는 기후에 따라 굉장히 민감한 작목이다. 조금만 따뜻해도 폭락되고, 이런 걸 주시해야 안정세로 갈 것이다. 유통정보 자주 살펴보고 빨리 대안을 세워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도에서는 생산비 절감 차원에서 모든 노력 다 쏟으며 지원해나가겠다. 올해부터 양파와 대파가 밭농업직불제 품목에 포함됐다.

예전에는 19개 품목만 했는데 올해부터는 대파와 양파, 쪽파 등 동계작물들이 들어갔다.

 <사진= 한승호 기자, 정리= 전빛이라 기자>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