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초장(花草欌)

  • 입력 2013.02.01 09:13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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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 흥부가 중 한 대목에 놀부가 화초장을 지고가는 대목이 나온다. 흥부가 박을 타고 갖은 금은보화로 부자가 됐다는 소문을 들은 놀부는 흥부네 집으로 간다. 놀부는 언제 그랬냐는 듯 안색을 확 바꾸고는 형제간 우애를 강조한다.

엊그제까지 흥부야 얼어죽건 굶어죽건 제 타고난 팔자소관이라며 들은 척도 않던 형 놀부가 형제간우애가 있어야 함을 강조함은 속보이는 짓이다. 그러나 흥부는 형이 요구하는 갖은 재물을 나누어준다. 급기야는 흥부 등 뒤에 있던 고급스런 화초장을 요구했다. 물론 흥부는 사람을 시켜 가져다 드리겠노라 했지만 놀부의 욕심은 직접 지고 가겠다고 나섰다.

“화초장, 화초장, 화초장. 화초장 하나를 얻었다.” 처음 보는 화초장의 이름을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계속 이름을 부르며 가는 것이다. 그러다가 도랑을 만나 폴짝 뛰어넘으며 “아차 이놈이 무엇이더냐. 장화초, 초장화, 화장초, 아따 그것이 아니로다. 장장초 그것도 아니고 초초장 그것도 아니로구나. 간장 된장 고추장 송장 구들장 아따 이것이 무엇이란 말이냐. 속 터져 나죽는다.” (놀부 화초장  지고가는 대목 일부)

중중모리로 몰아가는 대목이 어떤 음악보다도 흥미진진하다. 해학과 유머가 어우러져 인간만사의 뒤틀어진 것 꼬부라진 것 엎어진 것, 뒤집어진 것을 바로 펴며 한바탕 웃음으로 제자릴 찾아 가도록 한다. 일종의 계몽이며 치유행위인 것도 같다.

인간의 기억력이란 한계가 있다고 한다. 늘 새로운 정보가 들어오고 낡은 정보는 사라져버린다. 건강한 사람이라면 잊어버리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래서 잊지 않으려고 사람들은 여러 방법들을 고안해냈다. 기록물 이라는 것이다.

삼강의 주모가 문설주에 그어놓은 외상 표시가 지금도 외상을 말할 때 긋는다는 말을 쓰게 됐다 하지 않는가. 그것이 인류의 가장 큰 발견이 문자와 종이인 이유다. 기록을 통해 놀부처럼 잊어버려 스스로 속터지는 일이 없도록 하고 약속이나 중요한 일들을 기록 하여 실행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중요한 발견이다.

국민들은 대선을 통해 제대로 기록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바로 수첩공주로 통했던 박근혜 당선자다. 혹여 도랑을 건너다 잊어버릴까봐 꼼꼼히 적고 또 적은 것으로 보인다. 그의 수첩과 기록은 어쩌면 국민들에게 강한 믿음을 주었는지 모른다. 당선의 주된 이유일 수도 있단 말이다.

그런데 당선이 되자 수첩이라도 분실 했는지 그동안 꼼꼼히 적어두었던 사실들을 기억 하지 못하는 듯하다. 농업을 직접 챙기겠다고 한 말은 농민들이 요구하는 바를 실천하겠다는 뜻일텐데 농민들의 요구하고는 영 딴판으로 가고있으니 혹여 수첩을 버린 것인지 의심이 난다.    

권력을 쥔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인지 난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종합해보면 권력이, 권력의 힘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 미뤄 짐작은 간다.  놀부가 은금보화가 가득 찬 화초장 하나 얻은 것과 비교할 수 없는 것 아닌가. 청와대 정문을 지나지도 않아서 모두 까먹어 버린다면 국민들과 다시 5년간 불화가 지속 될 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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