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시행 앞둔 ‘원유가격연동제’ 삐그덕

농민들, “표본 농가 객관성 있나” 의문 제기
유업체, 원유가격 상승 제품에 반영 못해

  • 입력 2013.01.27 23:59
  • 기자명 김희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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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1일 시행을 앞둔 ‘원유가격연동제’에 대해 낙농가는 크게 환영하고 있지만 이에 따른 문제점도 속속 제기되고 있다.

원유가격연동제는 통계청에서 조사한 우유생산비를 기준으로 1년전보다 올해 생산비가 5%이상 상승하면 이를 원유가격에 반영하는 제도다. 그동안 3~4년 주기로 원유가격을 결정하면서 불가피한 갈등을 빚어왔던 낙농가와 유업체는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낙농가는 통계청이 표본농가를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생산비조사가 농가 현실과 맞지 않고, 유업체는 원유가격이 상승해도 제품가격에 반영하지 못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 8월1일 시행을 앞둔 원유가격연동제가 유업계와 낙농인들의 합의가 이뤄진 상황에서도 뚜렷한 방향이 없어 삐그덕 거리는 상황이다. 높은 소득을 보장하지는 않더라도 적정수준의 가격을 유지할 수 있는 원유가격연동제에 대해서 낙농인들은 참여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충남의 낙농인은 “재작년 농민들이 우유를 버리는 상황까지 갔었는데 이 제도를 환영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며 “통계청은 표준생산비 조사는 몇몇 농가를 선정해서 조사하고 있다. 조사에 참여하고 있는 농가들이 경영일지를 쓸 때 대강 쓴다거나, 의무적으로 쓰다 보니 현실과 다른 결과가 나온다. 또한 통계청은 전화응답을 통해 조사하고 있어 객관성이 부족하지 않느냐. 이것은 통계청이나 낙농가나 모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낙농인은 “12월에 끝나는 통계청 조사를 시일이 한참 지난 다음해 5월에 발표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통계결과를 뒤늦게 발표하면 농가입장에서는 객관성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김유진 통계청 주무관은 “주 1회 이상 농가를 방문하는데 부재중일 경우 전화로 조사를 한다. 또한 표본 농가의 경우도 전문기관에 의뢰해 객관성이 있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낙농인들은 원유가격에 생계가 달린 만큼 통계청이 통계조사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 한 객관성을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포의 낙농인은 “기후나 여러 가지 여건에 따라 지역간의 생산비와 생산성 차이가 많이 난다. 그런데 인상율 5%를 기준으로 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아래 지역의 경우 기후가 따뜻해 조사료 생산성이 좋고 경기지역은 조사료를 생산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낙농인들은 생산비에 사료와 조사료 가격이 80%를 차지하는 만큼 표본 농가를 전체농가에 적용하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

또한 아래 지역은 기후 차이로 인해 우유생산량이 적다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사육두수가 많고, 경기지역은 사육두수가 적은 대신 우유 생산량이 비교적 많다. 실제로 농촌진흥청은 젖소의 직장온도가 1℃ 상승하면 1일 산유량이 1kg 감소하고, 여름기간의 일시적인 고온에 의해서 산유량이 감소하기 시작하면 가을이 되었다고 해서 산유량이 원상태로 회복되지 않는다고 발표한바 있다.

이처럼 낙농인들은 지역적 여건을 고려한 생산비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원유가격연동제에 대해서 유업체들도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서울우유에 원유를 납품하고 있는 농가를 대상으로 실시될 예정이지만 매일우유나 남양유업측은 “조금 더 상황을 지켜보겠다”며 눈치를 살피고 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우리는 아직까지 입장이 없다. 원유가격은 3~4년에 한번씩 농가, 정부, 업체 삼자 협의를 통해 결정하고 있는데, 원유가격이 인상돼도 제품가격에 적용할 수 없는 실정”이라며 “서울우유의 진행상황을 보고 우리도 참여할지 말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결국 우유가격연동제는 합의만 이뤄졌지 뚜렷한 방향은 제시되지 않은 상태다. 이런 상황에도 낙농인들은 “원유가격 하락 요인이 있더라도 제대로 시행만 된다면 참여할 계획”이라며 원유가격연동제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김희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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