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과 우울증

  • 입력 2013.01.18 14:26
  • 기자명 강대곤 안성의료생협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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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 저기서 자살했다는 우울한 이야기가 들린다. 그리고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도 많이 보게 된다. 우울증과 자살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우울한 느낌은 누구나 한 번쯤 앓아 봤고,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고 해서 '마음의 감기'로도 불린다. 그러나 임상적인 우울증은 심각하고도 흔한 기분 장애로 몸과 마음을 동시에 악화시키는 광범위한 질환이며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다. 우울증의 첫 발병 평균연령은 20대 후반이다. 여성이 남성보다 2배가량 많으나, 50세를 넘으면 비슷해지고 노인이 되면 함께 늘어난다. 

  우울증은 뇌의 신경전달 물질의 이상에 따라 나타나는 질환으로 개인의 기질에 사회적, 심리적 요인이 더해져 우울증이 발병하게 된다고 한다. 즉, 스트레스와 가족관계, 경제적인 문제 등이 더해서 우울증을 가져오게 한다. 우울증을 일으키는 주된 심리적 원인은 상실과 스트레스다.

우리나라에서는 사람들이 어린 시절부터 가족과 학교, 사회로부터 엄청난 압박을 받는다. 그 결과 많은 젊은이가 학업, 외모, 재산, 지위 등 여러 면에서 비현실적이라고 할 정도로 높은 기대치를 갖게 된다. 그 기대와 현실 간의 거리가 상실감의 원천이다. 상실감은 일상생활에서 안개처럼 스며들어 마음 구석구석을 갉아먹다가 어떤 계기를 만나면 절망으로 치닫는다.

  우울증은 숨겨야 할 병이 아니다. 고혈압이나 당뇨처럼 의지를 갖고 꾸준히 대처해야 할 지속적 증상이다. 우울증은 치료받지 않으면 몇 개월에서 몇 년 동안 지속될 수 있는데 그 사이에 인간적 관계가 무너지고, 직업적 생산성을 잃어버리고, 생명을 포기하여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 

 우울증은 전 인구의 약 15퍼센트가 한 번 이상 경험할 정도로 흔한 질병이다. 그 우울증 환자의 종착역은 자살이다. 환자의 10퍼센트가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심각한 질병인 것이다.  우울증의 심각성을 가장 확실하게 알 수 있게 해 주는 지표는 우울증과 자살의 상관관계이다.

우울증 환자의 15퍼센트는 자살을 시도하고, 자살자의 80퍼센트가 우울증을 앓은 것으로 추산된다. 우리나라 통계청이 발표한 2011년 사망 원인에서 자살은 각종암, 뇌혈관 질환, 심장 질환에 이어 4위로 나타났다. 15,000명이 넘는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점점 늘어나는 추세이고, 교통사고 사망자보다 많은 수치다.

한국의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에 이른다. 우리나라 사람한테 특별히 우울증을 더 많이 일으키는 유전적 요인이 발견되지 않았으니, 우리 사회에 우울증을 일으키는 사회적이고 심리적인 요인이 심각하다고 해야할 것이다.

  우울증이 발생하게 되면 의욕상실이 오고 슬픈 느낌이 계속해서 들면서 매사에 흥미가 없어진다. 또한 만성적으로 피로하며, 식욕부진, 두통, 팔다리가 저린증상, 근육통, 성욕감퇴,  가슴답답한 증상이 오고, 불면증이 생기거나 개인에 따라 수면이 늘어나는 경우도 있으며 수면을 취하더라도 얕은잠이 들어 자주 깨기도 한다. 또 살이 빠지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미국의 정신의학회에서 제시한 우울증 자가진단법이 있다.

<우울증 자가진단법>
1.거의 하루종일 우울감을 느낀다.
2.거의 매일 하루 활동의 대부분에서 흥미가 줄었다.
3.식욕부진 또는 식욕증가, 또는 체중감소 또는 체중증가 현상이 생겼다.
4.거의 매일 불면 또는 수면과다에 시달린다.
5.거의 매일 심한 흥분과 불안증세가 지속되고 생각과 행동이 느려진다.
6.거의 매일 피로를 느끼고 무기력하다.
7.거의 매일 존재감 상실을 경험하고 지나친 죄책감을 느낀다.
8.거의 매일 사고력이나 집중력이 떨어지고 우유부단해진다.
9.반복적으로 죽음,자살에 대해 생각하고 자살기도 계획을 갖고 있다.

위의 증상 중 5가지 이상이 2주일 이상 나타나면 우울증 이라고 진단할 수 있다.

우울증은 정신과 질환 중 치료가 잘되는 편에 속한다. 따라서 선입견을 가지고 병원을 찾는 일을 꺼려서는 안된다. 적절한 치료와 약물 복용으로 우울증은 극복할 수 있다.

  한편 우울증이 신체결함에 의한 질병이기보다는 정신적 측면에서 유발되는 특성을 감안한다면 예방이 중요하다. 우울증 예방을 위한 수칙을 항상 마음속에 간직하고 생활해 보자.

<우울증 예방을 위한 수칙>
첫째, 작은 일에 지나치게 얽매이지 않는다.
둘째, 스트레스의 원인을 생각해 본다.
셋째, 스트레스를 받을 때 자신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펴 본다.
넷째, 문제를 회피하기보다는 해결하고자 한다.
다섯째, 과거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않는다.
여섯째, 생활환경에 변화를 준다. (햇빛을 쐬고 여행 계획을 세운다.)
일곱째, 자신감을 갖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여덟째, 선택과 포기를 분명히 한다.
아홉째, 항상 대화하는 생활습관을 가진다.
열째, 자신을 구속하고 있는 자기만의 규칙에서 벗어난다.

결코 어렵지 않는 생활 수칙이다. 이 수칙을 잘 지켜서 우울증에서 많은 사람들이 벗어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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